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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스토리 - 김윤환 영광도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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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몰락?…지켜보라, 최소 100년 가는 '장수서점'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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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안 한학자 아들의 도전 

- 중학교 졸업 후 무작정 부산으로 
- 서점 사환으로 일하다 독립선언 
- 한평반 콧구멍만한 서점 문 열어 

# 승승장구→ 시련→ 재도약 

- 잘나갈 땐 체인점 5곳까지 운영 
- 온라인서점에 밀려 위기 맞기도 
- 도서정가제 시행돼 다시 날갯짓 

# 돈 안되는 서점 고집 까닭은 

- 독서문화 보급, 나무심기와 같아 
- 정성다해 가꾸고 결실 나눠야 
- 책박물관 설립 꿈도 무럭무럭 

100-1=0. 서비스의 정곡을 찌르는 등식이다. 아무리 고객에게 잘해 100점을 받았을지언정, 나중에 1이라도 잘못하면 그동안 쌓아올린 공든 탑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이 살아남느냐, 아니면 스러지느냐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기업이 내려앉으면 그만큼 사회 손실이 커지는 게 당연지사. 기업의 투자자금이 증발하고, 그곳에 종사하던 이들의 직장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세금원이 사라짐은 말할 나위도 없을 터. 

법정 스님이 평생 놓지 않았던 화두가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인가'.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리는 결정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얘기다. 부산을 대표하는 서점 (주)영광도서 김윤환(66) 대표는 그래서 삶과 시간을 낭비할 틈이 없다. 헛되이 보낸 오늘이 어제 삶을 마감한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기에. 독자가 줄어들고, 인터넷과 재벌까지 덤벼든 서점가에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지만 그는 '지금 하는 일이 옳다'고 굳게 믿는 기업인이다.

책은 사물이 아니라 실재적 존재이며, 서재는 엄마의 자궁과 같은 곳이라고 시인 고은은 갈파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않는 '본질'이 바로 독서문화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돈 안 되는' 서점사업을 고집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독서를 나무심기에 비유한다. 토양에 맞는 나무를 선택하고, 심은 후 정성을 다해 가꿔야 한다. 그리고 그 과실을 감사한 마음으로 거둬들이는 것. 그리고 수고한 모든 이들과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넉넉함, 이게 바로 책읽기의 정수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가 걸어온 길은 도전과 인고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체중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 공기역학적으로 날 수 없는 땅벌이 비상하듯이, 그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삶이 그랬다. 경남 함안의 한학자 집안에서 6남3녀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도저히 진학할 사정이 아니었다. 주말만 되면 근사한 모자를 쓰고 집에 오는 친구들, 눈부신 '하이칼라' 차림의 여학생들을 부럽게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앞날을 고민했다. '좋은 씨앗이 있어도 밭이 있어야 싹을 틔울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 그는 중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1966년 무작정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대도시 부산. 구덕운동장과 온천장을 오가는 전차를 타고 무려 7번이나 왕복하며 부산을 배웠다. 단순히 구경한 게 아니라 밭갈기였다. 출퇴근길 콩나물 시루같은 전차에서 넓은 세상을 체험했고, 난생 처음 바다를 보며 포부를 키웠다. 

서면 옛 부산상고(현재 롯데호텔) 담벼락에 다닥다닥 늘어선 서점가를 기웃거리다 고향 이름을 딴 함안서점 사환으로 들어간 게 치열한 삶의 시작점이었다. 한달 후 '눈치9단' 김 군은 독립을 선언한다. 속칭 '나까마(중간소개업자)'로 나선 것이다. 저울로 달아 파는 고물수집상에게서 헌 책을 종이값으로 사들이는 장사였다. 부산을 누비자니 자전거가 필요했다. 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산 닭을 팔아 보내달라고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그래서 손에 쥔 돈이 5200원. 3000원으로 중고 자전거를 사고, 나머지 2000원을 밑천으로 종이더미에서 가치 있는 책을 찾는 '보물찾기'에 나섰다. 

한학을 접했던 경험이 빛을 발했다. 희귀도서들이 속속 그의 눈에 띄었다. 현대문학이나 사상계 등 옛 월간 잡지를 시리즈로 소장하던 게 유행이었던 당시 그는 종이더미에서 희귀본 대여섯권을 찾아냈다. 저울로 달아 산 책들을 무려 300배 이익을 남기고 팔았다. 쏠쏠한 재미를 붙인 그는 정신없이 동래에서 대신동까지 훑고 다녔다. 바지 뒤가 헐어 맨 엉덩이가 드러난 것도 모를 정도였으니 더 말해 뭣하랴.
1평반짜리 자신의 서점을 열고 영광서점을 붙였다. 이후 영광서림과 영광도서전시관을 거쳐 오늘날 영광도서가 됐다. 번 돈으로 동생들 학비를 댔다. 새 책만 취급하면서 헌 책은 충무시 욕지중학교에 모두 기증했다. 서점은 한때 체인점 5곳을 거느릴 정도로 커갔다. 반년마다 확장을 거듭해 매장 면적이 1000평을 넘어섰다. 박정희 정권이 기술입국을 내세우고 각종 자격증을 신설하면서 서적 판매실적이 날개를 달았다. 영광도서 전성기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독자 서비스를 생각했다. 도매상 공급만 받다보니 귀한 책들이 모자랐다. 그래서 직접 나섰다. 밤11시 통일호를 타고 상경해 새벽부터 발품을 팔았다. 당시 부산에서는 책값을 10% 가량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었기에 팔아도 손해보는 장사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고객의 믿음이라는 무형 자산을 얻었기에. 김 대표는 마케팅 개념을 여기서 배웠다.

하지만 불황은 서점가를 무차별 공습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인터넷 및 초대형 서점들이 횡포를 부리면서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됐다. 향토 서점들이 하릴없이 쓰러져갔다. 김 대표에게 100년 역사를 눈앞에 둔 서울 종로서적이 2002년 문을 닫은 건 엄청난 충격이었다.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 현장 분석을 한 뒤 긴급 처방을 내렸다. 1000평 가량의 자체 주차장을 만들었고, 북카페를 열었다. 회원제 운영에도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비장하게 선언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게 경쟁력"이라고. 이익에 앞서 최소 100년을 버티는 장수기업이 돼야 한다고 말이다. 

그에게 하늘이 응답했다. 지난해 말 도서정가제가 실시되면서 덤핑 횡포가 사라지고 정도 경영이 빛을 발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김 대표는 이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나무심기'는 아직 수확도 하지 못했다. 결실의 기쁨과 나눔의 행복을 위해 힘차게 뛰어야 한다. 책박물관 설립이 꿈인 그는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접었다. 고객서비스 공간만은 살려야한다는 원칙을 깨선 안 된다고 마음을 굳혔다. 대신 자본축적이 되면 20층 정도의 신축 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이제 영광도서가 세워진 지 반세기가 되어간다. 향후 반세기에 영광도서는 어떻게 변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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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점에서 독자가 최우선, 고난 있어도 포기는 없다 '할 수 있다'가 인생 좌우명

■ 김 대표의 경영철학 



잘되는 기업은 고객을 만족시켜 돈을 벌고자 한다. 안 되는 회사는 고객을 보지 못한 채 이익만 생각한다. 고객을 위하는 길이 장수 경영의 지름길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일본 닛산을 보자. '기술의 닛산'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자동차 회사였지만 결국 프랑스 르노그룹에 넘어가는 비운을 겪었다. 왜? 기술중시 문화에 치우친 바람에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 다시 말해 팔리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객이 전도되었으니 무너질 밖에. 

김윤환 대표는 고객의 믿음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서비스업인 서점은 독자가 최우선이다.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형 주차장을 만들었고, 북카페도 열었다. 서점으로서 유례없는 작가 초청 독서토론회를 지속해오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그는 서점업을 사양산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틈새 전략을 착실히 구사한다면 살아남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가 즐겨 인용하는 말이 있다. '책은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는 지혜의 뗏목이다'. 부처 말씀을 담은 '잡보장경(雜寶藏經)'이 출처다. 자신을 위해 살기 보다 남을 위한 마음이 있어야 길을 바로 갈 수 있다. 그러기에 지혜의 보고인 뗏목을 없애선 안 된다. 다른 이들도 이용해야 하기에 그렇다. 서점 대표다운 해석이다. 

김 대표는 인생 좌우명으로 '할 수 있다'를 꼽는다.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시련을 인내하고 극복하겠다고 마음먹는다면 못이룰 게 없다. 그래서 등산을 즐긴다. 노력과 고통이 있어야 정상에서의 행복감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건강과 지혜를 함께 얻을 수 있으니 득도의 경지가 따로 없다. 서점을 키워가면서 독학으로 고교 검정고시와 대학을 거쳐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의 형설지공을 본받을 만하지 않을까

[2015.4.20 국제신문 - 기업'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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