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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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용>을 통해서 본 인간사회에 대한 고찰 - "파피용"을 읽고

부산 수영구 남천동 동천고 박건태

 

  

 

<파피용>은 꿈을 가지고 또 다른 지구를 향해 떠나는 이야기이다. 우주 도시 파피용은 14만 4천명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을 싣고 목적지를 향한 여행을 시작한다. 14만 4천명의 파피용호 탑승자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간다.

 

처음에는 지구와 다른 유토피아를 꿈꾸었지만 세대를 거듭할수록 여러가지 문제들(전쟁, 살인, 독재에서부터 사소한 갈등까지 등)이 발생한다. 파피용호가 항해를 시작한지 1251년이 지났을 때에는 생존자 6명 중 2명만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은 옛 지구를 재현한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앙드리앵-18과 엘리트가 제2의 지구에서 아담과 이브가 될 것을 암시한다.

 

우리는 14만 여명의 제한된 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더 적은 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처음의 의도를 상실하고 문제점을 드러내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파피용호의 탑승자들은 타락한 지구와는 다른 이상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모두가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파피용호에서는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파스칼이 그의 미완성 저서 <팡세>에서 말했듯이 우주의 각 부분은 눈에 보이는 세계와 동일한 비율로 각기 자신의 하늘과 행성들과 지구를 가지고 있다. 파피용호에 꿈을 실은 탑승자들도 인간사회의 한 부분이다. 따라서 14만 여명의 집단은 인간 사회가 지니고 있는 특성들을 지닐 수밖에 없다. 파피용호는 인간 사회가 지구에서 행한 그대로를 재현한다.

 

파피용호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한 남자가 치정 살인을 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고려한 결과이다. 결국, 그는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때문에 윤리에 어긋나는 살인을 하게 된 것이다. 살인뿐만 아니라 파피용호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전쟁, 살인, 독재에서부터 사소한 갈등까지 등) 은 자신만을 생각하는, 타인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파피용호가 지구와 동일한 전철을 밟았듯이 역사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있었다. 칼 마르크스를 예로 들자면, 그가 공산주의에 대해서 펼친 이론은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인간의 이기심을 과소평가했다는 단 하나의 결점 때문에 현실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또 다른 예로서, 개인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이기적 성향 때문에 악의 요소가 세상으로 빠져 나왔다는 판도라 상자 이야기도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기심이 모든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임을 지각한다. 여러 세대에 걸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기심이 보편성을 띤다는 명제에 동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이기심이 각 사회 성원에 내재하기 때문에 인간은 처음에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일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의도가 변질되고 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상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노력은 언제나 존재해왔다. 그러나‘실존하지 않는 세계’라는 유토피아의 뜻처럼 이상 세계는 성공한 적이 없었다. 인간의 이기심 위에 유토피아를 세우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은 모래 위에 탑을 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존한 앙드리앵-18이 "과거에 살아남은 인류를 태운 파피용호가 있었던 지구가 백 개나 있었는지도 몰라." 라고 언급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인류가 마치 뫼비우스의 띠 위를 기어다니는 개미와 같이 순환의 고리에 얽혀있는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토피아를 향한 꿈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는 것과 같이 시작과 끝을 거듭한다. 혹자는 이상 세계 건설의 노력이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유토피아는 공상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 세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유토피아는 개혁과 진보, 현실 극복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나톨 프랑스는 "다른 시대의 유토피아인들이 없었다면 인간은 아직도 동굴속에서 발가벗은 상태로 살고 있을 것" 이라고 주장하면서 "유토피아는 모든 진보의 원리이며 더 좋은 미래를 위한 시도" 라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유토피아는 현실화될 수는 없지만 인간 활동의 원동력이다.

 

따라서 <파피용> 이 무의미한 순환만을 되풀이하는 부정적 내용만을 담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우주는 순환을 거듭하고 우주의 일부인 인류 또한 순환을 거듭한다. 파피용호의 여정은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자 쳇바퀴같은 삶에서 벗어나 실상을 지각한 인류의 진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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