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272

 

<로드>를 읽고

                                                                                                   반안중 3학년 김주경

 

 

 

우울했다. 이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발트블루 그 자체다. 페이지를 몇 장 넘기지 않았을 때부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너무나도 조용하고, 어둡고, 칙칙하면서도, 절박한 분위기는 애써 느끼지 않아도 글자 하나하나 읽을 때 마다 그 상황이 내 몸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덮어야 하나 많이 망설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로드’의 두 남자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이미 책의 분위기와 배경에 압도되어서 읽고 있던 나조차 비록 우울해질지라도 마지막 한 장까지 모두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모두 읽었고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처음 생각과 달리 후회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것처럼 모든 묘사들이 너무나도 생생하였다. 그래서 이 책을 쓴 작가에게 화가 났다. 하필 이런 최악의, 가장 무너진 상황을 이렇게 자세히 묘사해야만 했었는지 묻고 싶었다. 물론 그랬기에 내가 느낀 것들이 더 많고,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지만 파괴 뒤에 남은 생존자들이 한계상황에 빠졌을 때 보여주는 최악의 모습들은 너무나도 화가 났다. 그러면서도 ‘내가 저 상황에 있다면 나도 저럴까’라는 생각에 두려웠고, 무서워 몸을 떨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책의 한 남자와 소년처럼 가장 절박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 잡아먹고 먹히는 파괴 뒤의 인간세상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소년을 지키려던 아버지와 이 책의 마지막 결말에 다다를 때 까지도 동심과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소년은 어둠밖에 없을 것 같던 세상에 남은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였다. 그래서 내가 한 장 한 장 넘기기도 힘들었던 페이지를 마지막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불씨 중 하나는 책의 마지막에 꺼졌다. 소년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차가워져버린 불씨 위에 자신이 가진 모든 담요로 아버지를 덮어주고 추위에 벌벌 떨고 있을 때에는 내 두 눈은 흐릿해졌다. 결국 부정하려고 했던 생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던 순간이었다. ‘정말 최악 그 자체였다.’ 

 

난 여전히 이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한다. 읽고 나면 너무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마음속을, 머릿속을 복잡하게 돌아다닌다. 그래서 글로 표현하기에 벅차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슬퍼서 그런 걸까, 작가에게 화가 난다. 책을 읽다보니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나도 우울해 진걸까. 아니면 불현듯 책의 상황이 언젠간 현실이 될 지도 몰라 두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십대 소녀가 이런 책을 읽었으니 이럴 수밖에... 사실 난 부모가 아니니 그 남자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소년의 마음은 조금 이해할 수 있다. ‘같이 나눠먹자, 나눠쓰자’가 아닌, 모든 걸 다 주시는 부모님이 눈에 보일 때 느꼈던 어딘가의 아릿한 감정. 분명 소년도 자주 느꼈으리라. 하지만 더 마음이 아리고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분명 그 남자의 마음일 텐데 그 마음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오히려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 마음까지 진심으로 이해하고 알아버렸더라면 정말 지금보다 더 머리가 복잡하고 슬플지도 모르는 일이다. 

 

훗날 내가 부모가 된다면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은 책 ‘로드’. 

그때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읽고 나서 느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때문에 조금은 후회할지도 모르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정체성과 그 감정들을 끌어내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에 부모로써 그 감정을 승화시켜 희망의 불씨로 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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