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271

 

딸에게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금정구 구서2동 이원자

 

 

 

안녕, 나의 둘째, 예슬아! 

이제 올해 수능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 작년 수능을 끝내고 마음 졸이고 애 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 처음에는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 집에서 공부하는 걸 보며 많이 불안했는데 그래도 딴 짓 안하고 시간 관리를 잘 해나가는 널 보니 믿음이 가더구나. 넌 혼자 엄청 힘들었을 텐데 내색도 많이 안 했지. 고마워. 

문득 어느 날은 이런 생각도 들더구나. 세월에 따라 가야하는 부담만 없다면 우리 딸은 내 옆에서 공부하고, 나는 맛있는 거, 따뜻한 밥 챙겨주며 사는 이런 생활도 괜찮겠다고 말이야. 

어쨌든 네가 최선을 다했으니 올해는 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올해가 나쁘게만 기억되지는 않을 거야. 너는 이 과정 속에서 분명 더 많이 여물어졌을 테니까. 

 

예슬아. 너는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니? 너는 지금 왜 공부를 하고 있고, 앞으로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니? 

나는 요즘 무엇이 너희들에게 진정한 행복일까. 무엇이 너희들의 진정한 성공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본단다. 너희들 어릴 때만 해도 너희들의 꿈이 높았듯이 이 엄마 또한 아주 높은 무엇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 생각도 차츰 바뀌는구나. 그저 너희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일이 즐겁고 그 즐거운 일 속에서 사람냄새 나는 사람으로 살기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말인데, 엄마가 책 하나 만지작거리고 있어. 뭐냐고? 장영희 교수의「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야. 그러니까 너 피식 웃는 모습 그려진다. 왜냐고? 작년 일 생각나서이지. 수능 끝나고 나서 엄마가 너 책 읽히고 싶은 욕심에 도서관에서 「내 생애 단 한 번」빌려왔었잖아. 그때 넌, “엄마는 왜 책도 엄마 마음대로 읽히려 하느냐”며 막 짜증을 냈었지. 너를 생각해서 마음먹고 빌려왔던 엄마는 네가 그렇게 화내는 것에 너무도 속이 상해서 소리 지르고, 넌 말대꾸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둘이 크게 다투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그때 성적으로 엄청 머리가 복잡하고 심란했을 땐데 엄마 욕심으로 들이밀었던 것 같아. 부모가 되면 먹는 것도 그렇고 읽는 것도 그렇고 왜 자식한테 포기가 안 되는지 몰라. 그러나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엄마 마음 이해하고 슬며시 잡고 읽어줄 거지? 

 

아직까지는 까칠한 너. 

네 앞에 놓여있는 불투명한 시간들,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불안감, 또 막막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넌 더 예민하고 경직돼 있지 않나 싶어. 예슬아. 모든 일은 지나가기 마련이야. 너무 힘들어하지 마. 그래. 엄마가 너의 손을 잡아줄게. 엄마가 너를 위해 이 세상과 다리를 놓아줄게. 너에게 이 책으로 사람 사는 거 보여줄게. 넌 저 먼 동화 속의 나라를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니라 이 책에서 보여주는 현실 속으로 발을 내딛는 거야. 

 

그동안 공부 책만 들여다보느라 많이 건조해진 너의 마음에 아마 촉촉한 물기가 생길거야. 숙연한 기분으로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또 막 웃게 될 일도 많아. 그러면 그동안의 네 스트레스 확 풀리는 거야 문제없지. 그러다가 아,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가 되새기게 되고, 인간답게 사는 모습이 어떤 것인가를 보게 되지. 아, 그래. 네 속에 혹 도깨비가 있다면 어느 샌가 슬며시 빠져나갈 걸.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엄청 착해지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책을 다 읽었을 때 네 뼛속까지 짠하게 퍼져나갈 여운! 그건 너에게 특별한 영양제가 될 거야. 

 

책 속에 “내가 이 땅에서 사라진 어느 가을날, 내 제자나 이 책의 독자 중 한 명이 살아보니 장영희 말이 맞더라.” 라고 한다면 그거야말로 내가 덤으로 이 땅에 다녀간 작은 보람이 아닐까 한다.”는 말이 있단다. 

이 땅의 수험생으로 살고 있는, 그래서 지금 참으로 힘든 네가 이 책으로 위안을 받고 긍정의 힘을 얻는다면 아마 저자는 저 세상에서나마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싶구나. 

 

그래서 이 가을에, 엄마는 지금은 떠나고 없는 그녀를 너의 가슴 속에 심어주고자 한다.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당당하게, 누구보다 사람냄새 나는 사람으로 살다 간 그녀가 너의 가슴에서 다시 살기를 바란다. 서울 어느 하늘 아래 어머니가 심으셨던 영희 나무가 지금도 살고 있는 것처럼, 저자가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은 우리 독자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너만이 너인, 나의 딸, 예슬아.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엄마도 널 위해 열심히 기도할게! 

 

                                                                                                                  10월 10일 늦은 밤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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