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269

 

살아가는 오늘 이야기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마산우체국 사서함7-2163 김영아

 

 

 

오늘 현재의 시간을 숨 쉬며 사는 것이 기적이라 많은 사람들이 애기하지만 그 기적이 고통이기도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게 삶이 아닌 가 생각해봅니다. 참 부끄럽고 추악하며 몹쓸 삶을 살아온 저는 너무 아픈 마음 되어 故장영희 교수님의 책을 손에 듭니다. 잘못 살아온 과거 때문에 지금 이렇듯 수인이 되어있고 생(生)이 장애 투성이인 제 모습은 고통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한 생을 불태우고 간 그분 앞에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감히 그런 교수님의 책 읽기 부끄러운 죄인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천형의 삶이 아닌 천혜의 삶을 살다가신다던 그분의 글을 읽으며 오늘 저는 이 부끄러운 모습으로도 오늘을 살아내는 기적을 깨닫습니다. 누구에게나 남모를 고통들은 있지요. 그리고 나무의 옹이처럼 그 옹이가 자라나서 가지가 되고 나무를 키우듯 그 고통들이 분명 성숙과 성장의 재료가 됨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희망보다 절망이 쉽게 다가오는 시대를 지금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절망 가운데 있던 저는 이 책을 읽고서 절망 속에 조차 희망의 뿌리가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천적 장애를 극복하고 교수가 된 분. 유방암, 척추암, 간암까지 첩첩이 닥쳐오는 고난 속에서도 사는 게 기적이고 감사임을 애기하셨던 분.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그래서 그를 기억하는 모두에게 희망의 뿌리가 되어 계시는 가 봅니다. 살아갈 기적을 우리가 애기하지만 정작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으셨습니다. 

 

이 귀한 책을 마주하고 읽기까지 수인된 저는 많은 수고와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게 기적이라고 말하는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의 고장과 소송에 관한 애기를 읽으면서 그것이 어쩌면 그의 삶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그가 있었기에 새로운 역사가 씌어지고 그와 같은 처지에 서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투쟁’의 덕을 보지만 그래서 저는 그녀를 ‘그’로 부르고 싶습니다. 절망의 자리에 희망을 써주신 그 분이기에.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의 생각에 동화되고 그의 밝음에 물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넘어져서 주저앉기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는 그에 말에 동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두웠던 내 속이 점점 더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목한계선지대의 매서운 바람과 악천우 속에서 곧게 자라지 못하고 무릎 꿇는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 바로 그 나무가 최고의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의 재료가 되는 놀라운 사실을 보며 우리 삶에 닥쳐오는 고난이야 말로 우리 삶이 최고의 재료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다가 간 그녀의 삶이 있기에 그것은 결코 듣기 좋은 애기만은 아니란 걸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투병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겨진 글을 읽으며 어느 틈에 김종삼시인의 시까지 외우게 되고 맙니다. 진정 어둠 한 복판에 서 있는 저도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와 비교해 지금 누리는 이 수많은 것 젊은, 그리고 건강... 이 모든 게 이제는 다 기적이란 걸 깨닫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저는 제가 바라는 축복에서 제가 누리는 축복으로 눈을 돌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말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지금까지의 삶은 그런 삶이 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이 가을 모두들 선 곳에서 힘든 시련을 견디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그리고 아픔을 견디는 사람들. 실직과 실패. 상실과 고통. 그리고 건강까지 잃고 있을 사람들. 그렇지만 우리가 지금 이미 누리는 것들을 세어볼 수 있다면 분명 우리는 이미 우리가 기적을 누리고 있음을 알게 되리라 믿어봅니다. 

 

저는 수인의 신분으로 이 갇혀진 곳에 있지만 이제부터는 참 좋은 사람 되어 살고픈 소망하나 가슴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그런 기적의 삶이 될 것을 믿습니다. 이 가을 다 지나기 전 제가 누린 이 기쁨이 모두에게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온 기적은 그가 쓰셨지만 살아갈 기적은 저와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써 나가야할 기적 일테지요. 지금은 모든 게 힘겹지만 그럼에도 이미 ‘내가 누리는 게 너무 많음’을 아는 모두가 늘면 좋겠습니다. 그런 변화를 만드는 게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누리는 기적까지 모두 전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책을 읽으시는 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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