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엉킨 실타래 같은 십대 -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반안초 6학년 김지원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제목에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흥미로워 보이고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다른 책의 제목들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그냥 충격을 받은 것이다. 왜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는, 너무나도 새로운 제목 때문인지 모른다. 잠시 동안 멍하니 책표지의 파란 일기장만 바라보고 있다가 무슨 내용의 이야기일지 궁금함에 책을 펼쳤다.
한 장, 두 장 넘길 때마다 제목에 대한 나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막 엉켜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풀 수 없을 만큼 얽혀버린 실타래처럼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유미와 재준이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다. 우리 주변의 친구들 이름에서도 이런 낯익은 이름을 들을 수 있어서인가보다. 유미가 과거를 회상하며 재준이를 그릴 때, 재준이가 즉사하였다는 그 말을 듣고 나는 얼마나 목이 멨는지 모른다. 이 내용이 슬퍼서였는지, 아니면 어느새 실을 풀고 있는 내 옆의 무표정의 유미 때문 이였는지. 어째든 재준이와 유미의 첫 만남부터 무언가 남달랐다.
나는 아마 다른 책들에게서 유미와 재준이의 첫 만남을 읽게 되었으면 유미와 재준이가 좋아한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재준이와 유미의 느낌은 정말 친구였다. 슬프고 기쁘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 말이다. 그리고 서로를 너무 사랑하며 서로를 많이 믿어준 것, 그 느낌을 나는 알 것 같다.
내가 사춘기라서 그런지 유미와 재준이의 사춘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생각들 속에서도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도 안다. 또 소중한 한 사람을, 그것도 내가 친구를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게 쉽진 않다는 것도 안다. 나 역시 소중했던 친구를 떠나보낸 적이 있다. 재준이처럼 멀리 여행을 간 것은 아니지만 나에겐 처음으로 너무 힘들었었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유미, 짧은 여행을 한 재준이, 지금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적는 동안에도 목이 메는 것은 사춘기라는 공통된 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유미였더라면, 아니 내가 아니라도 유미는 아마 재준이의 그 파란 표지의 일기장을 넘기며 재준이를 떠나보내고 있을 것이다. 한걸음씩 하늘로 사라지는 재준이지만 유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재준 이는 추억으로 남아 유미를 보고 있을 것이다. 유미는 너무나도 어른스럽게 마음속에 언제까지나 재준이를 간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지만 둘은 영원한 친구라는 것을 마음속에 간직하였을 것이다.
나는 파란 표지의 일기장과 함께 복잡한 이야기들을 풀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깨달은 가장 큰 느낌은 십대들의 이야기는 엉킨 실과도 같다는 것이다. 풀려고 하면 더 엉키고 잘라버리면 없어지는 그런 엉킨 실 말이다.
유미와 나에게는 재준이가 엉킨 실이었고 우리는 하나씩 풀어나갔다. 하나씩 천천히 풀어나가는 동안 앞으로 내게 다가올 사랑과 우정들도 지금의 실타래처럼 풀기도 하고 감기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십대들의 생각과 마음을 진실 되게 써 준 이 책에 감사하다. 소소하지만 작은 이야기들과 함께 웃고 울 수 있는 십대를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또한 십대인 지금의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Chapter
- 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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