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영광독서 감상문
세상을 바꾸는 칭찬의 힘
"칭찬의 기술" 를 읽고
아이는 발 디딜 틈 없이 어질러진 마루의 한 쪽에서 작은 수첩 하나를 찾아냈다. 이리저리 수첩을 뒤적여보더니 맘에 쏙 든다는 듯 흡족한 표정으로 자기 방으로 가져간다. 잠시 후 제 방 책상 위에서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아이에게 나는 말했다.
“영현아, 네가 마루에 있던 수첩을 정리해줘서 마루가 조금 깨끗해졌어. 동화책도 네 방에 가져가서 책꽂이에 꽂아주면 좋겠는데...l 마루가 더 깨끗해지면 엄마 기분도 훨씬 좋아질 것 같아”
다섯 살 딸아이는 웬일인지 ‘네’ 하며 다소곳이 대답하더니, 마루에 흩어져있는 동화책을 제 방으로 열심히 옮긴다. 놀이를 마친 후에는 장난감을 꼭 치우라는 내 말을 늘 무시하던 아이였는데.. 내친김에 나는 한 술 더 떠 아이를 열심히 추켜세웠다.
“와! 우리 영현이가 정리해주니까 마루가 금방 깨끗해졌네. 엄마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 우리 딸 고마워!”
그리고는 슬쩍 아이의 얼굴을 보니 아이는 만면에 득의양양한 표정을 가득 문 채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옮기려고 낑낑대며 의지를 불태운다. 나는 순간 ‘아, 바로 이거구나..’싶어 머리에 작은 전구가 반짝 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엇다. 얼마 전에 읽은 ‘칭찬’에 대한 예찬의 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책은 스즈키 요시유키라는 일본인이 지은 <칭찬의 기술>이란 제목의 책이다.
그 책은 어크날리지먼트(acknowledgement)라는 생경한 단어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으로부터 칭찬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너는 왜 매일 놀 때는 신나게 놀고 치우지는 않는거니? 왜 항상 놀기는 네가 놀고 치우는 건 엄마가 해야되냐고. 네 건 네가 치우란 말야. 어쩜 저렇게 뒷정리가 안 되는지..쯧쯧”
늘 어질러 놓는 아이가 못마땅해 정리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던 나는, 뒷정리 안하는 아이에 대한 짜증 섞인 질책을 먼저 쏟아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는 내 말을 못들은 척 하거나, ‘엄마가 하면 되잖아’하며 제 방으로 획 들어가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다 보니 짜증은 짜증대로 내고 뒷정리도 결국은 내가 다 해야하는 처지가 되곤 했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칭찬은 매일 섭취해야 하는 쌀이고, 단백질이고, 물이라고. 행동을 일으키고,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라고. 결국 우리는 칭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섯 살 딸아이가 유쾌한 표정으로 마루 뒷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상대가 원하는 가장 적절한 칭찬의 말을 찾아내어 전달할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던 구절이 퍼뜩 떠올랐다. 그리고 너무나도 칭찬에 인색한 나 자신의 모습에 민망해졌다.
이번 한 주의 생활을 돌이켜 생각해봐도 누구를 그리 칭찬한 기억이 없다. 머리 모양을 바꾸고 깔끔하게 손질하고 온 동료에게 달라진 모습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이틀 간의 출장에서 돌아온 동료에게도 수고에 대한 인사말도 하지 못했다. 어찌어찌 첫 만남에서 인사말을 하지 못하다보니 그이후로 때늦은 인사말을 던지기도 어색하여 그냥 지나쳐 버린 것이다.
사람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나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끊임없이 나의 존재를 인정받길 기대한다. 다섯 살 우리 딸이나 서른 여섯의 나나 매한가지로 존재 가치를 인정받길 원하는 욕구를 품고 있는 것이다. 나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타인의 관심이 내게 전달될 때,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힘겨운 노동조차 즐거워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딸이 여러 권의 동화책을 기꺼이 나르듯이 말이다.
이 책은 직장 내에서 상사들이 부하직원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방법에 관한 예시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그런 예들은 인간관계의 모든 경우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평소에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내용들은 아니지만,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내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겠다는 강한 결심을 갖게 되었다. 내 아이에게 그리고 직장 동료에게 이전보다 더 큰 관심으로 그 사람이 행하는 과정 중의 작은 부분부터 칭찬의 눈으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점은 쉽게 눈에 띄지만, 칭친거리는 유심히 관찰해야만 눈에 보이는 법이니깐. 그리고 내 가 칭찬 받길 원하는 사소한 부분부터 상대에게 먼저 칭찬의 말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오늘도 나는 <칭찬의기술>을 책상 위 한쪽에 올려놓고 잠시 여유가 생기는 시간이면 잠깐씩 들여다본다. 한마디의 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칭찬의 기술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할 생각이니까. 내 마음이 그 결심을 잊으려 할 때마다 나는 노란 표지의 이 책을 다시 펼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애쓸 것이다. 직장상사와 동료, 내 아이와 남편,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 받을때의 뿌듯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싶다. 나는 칭찬 받는 사람보다 칭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Chapter
- 최우수상(일반부) - 최성희 / 부산 금정구 <나무>를 읽고
- 최우수상(학생부) - 남경훈 / 부산 해운대구 <울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를 읽고
- 우수상(일반부) - 이은정 / 부산 동구 <좌절>를 읽고
- 우수상(일반부) - 장영미 / 부산 금정구 <칭찬의 기술>을 읽고
- 우수상(학생부) - 김선경 / 부산 해운대구 <비타민F>를 읽고
- 우수상(학생부) - 문예지 / 부산 중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읽고
- 장려상(일반부) - 김명화 / 부산 남구 <내 생의 아이들>을 읽고
- 장려상(일반부) - 심영준 / 경남 김해시 <단테의 신곡>을 읽고
- 장려상(일반부) - 이간후 / 부산 남구 <인연 이야기>를 읽고
- 장려상(일반부) - 이주희 / 부산 부산진구 <구멍가게>를 읽고
- 장려상(일반부) - 이한결 / 경남 양산시 <나무>를 읽고
- 장려상(학생부) - 김민수 / 부산 해운대구 <양파의 왕따일기>를 읽고
- 장려상(학생부) - 김민주 / 부산 수영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읽고
- 장려상(학생부) - 서지예 / 부산 부산진구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를 읽고
- 장려상(학생부) - 조동우 / 부산 연제구 <휠체어를 타는 친구>를 읽고
- 장려상(학생부) - 최혜진 / 부산 연제구 <양파의 왕따일기>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