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광독서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5642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가 - 기억, 추억, 사랑, 흔적.....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를 읽고

 

                                                                                                  수영구 광안3동 김낙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몹시도 아팠다. 너무 아파서, 심장이 무거운 무언가에 짓눌리는 것 같아서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 나는 이 시대에 부합하게 짜이어진 적절한 현대인이며,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여도 나의 진실 됨을 하늘에 여러 차례 묻고야 마는, 인간 존재의 아픔을 딛고 사는 여대생이다. 그렇다. 이런 나는 속독을 즐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었을 땐 무려 평소의 2배가 넘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새 책의 냄새를 맡으며 책을 품에 안고 설렘에 상체를 흔들어 보인 것이 이 책과의 만남이었다. 애착과 함께 제목을 음미 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끊어 읽고 아픔을 감지했다. 하지만 이토록 아플 줄은 몰랐다. 

 

대학생이 되어 사회에 첫발걸음을 떼어 놓은 ‘정 윤’.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 그리고 휴학. 스무 살이 겪기엔 너무 아픈 이별이어서 내가 더 미안해졌고, 두려웠다. 나 또한 두려웠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도 언젠가는 생명이 다할 테니까..... 어쩌면 늘, 언젠가는 찾아올 부모님의 부재가 두렵다. 문득 공허해져서 상실감을 견디기가 힘들다. ‘삶이 뭘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나 답을 구할 수가 없다. 윤, 내가 그녀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싶다. 가슴 아픔과 왠지 모를 공감에 그녀 이야기를 듣는 내내 눈물이 고였다. 손가락 끝으로 자주 내 코끝의 온도를 감지해야 했다. 보호 받고 싶은 작은 산새 마냥 난 어깨를 가늘게 떨며 그녀의 고독, 불안, 두려움을 함께 하였다. 인간은 왜 이토록 아파야 하는 걸까? 청춘, 즐길 나이이다. 한껏 멋을 내고 작은 일에도 까르르 웃고 매 시간이 달콤해야 하는데 왜 우리의 미각은쌉싸름함을 먼저 느끼는 걸까. 모두 저마다의 모습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학교를 가고, 친구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모두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모두가 아픈 각자의 삶을 경영하고 있다. 윤이의 말대로 다들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무척 커 보인다. 성인으로서의 책임감, 내겐 그것이 120kg의 사내와 시소에 올라탄 것과 같다. 너무 무겁다. 안간힘을 써도 떨쳐낼 수 없고 불안하고 무섭고 몹시 불안정하다. 그래서 내가 윤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나보다. 

 

윤이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친구 단이와 아픔을 가진 그래서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두 친구 명서와 미루를 만난다. 그들은 혼자인 것이 아파서 함께 한다. 그렇게 인간과 인간이 만났다. 그래도 아프다. 내면의 상처를 누군가가 자유로이 다스릴 순 없나보다. 사람을 빠른 시간에 깊이 알게 되면 문득 두려운 감정이 앞선다. 우리가 관계를 맺는 것을 시작으로 상처를 옮겨 주기도 덜어주기도 하는,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헷갈리는 어쩌면 적절한 타인이기에. 우린 내면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 것인가. 사람에게 기대기에 벅찬 것들, 내 한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간혹 시간이 해결해주지는 않는지..... 시간이란, 여러 사람의 자아와 존재를 어두운 동굴 속에서 구해준다. 상처투성이에 만신창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육체와 정신, 내 모든 것을 시간에 맡긴다. 시간이 흐르면 놀랍게도 치유 되어있다. 물 흐르듯이 너무나도 순조롭게 나는 이곳에 서있다. 지나고나니 아무것도 아니더라고 미소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시간 - 아픔을 디뎌내고 사람을 웃을 수 있게 하는 마법 같은 약이 아닐는지. 

 

우리는 아픔을 딛고 이내 성장한다. 내가 자란다,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아픈 만큼 성장하기에 그래서 더 빛날 수 있는 거겠지? 몹시 울며 연애를 했던 기억이 난다. 다 지난날의 기억이라고 시간이 약이었다고 지금은 웃어 보이지만 - 그때의 난 심각했다. 연애가 끝난 후 크나큰 상실감에 젖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종이 일기장에 한 문장을 재빨리 쓴 이후 난 움직일 수 없었다. 이별과 함께 찾아온 상실이 내 머리를 쿵 내리친 바위 덩어리와 같아서 난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고 방황하였다. 그런 내가 시간 속에서 내 삶과 자아를 찾고 성숙하여 홀로서기에 성공한 당찬 여성이 되었다. 아픔 끝에 열매를 보았다. 회복, 참 고마운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단어, 윤이는 내게 ‘청춘’이라는 큰 단어를 선물해주었다. 정 윤, 내가 그녀가 낯설지 않은 것은 그녀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내 문제 같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까봐 나 혼자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감정을, 그녀 또한 나와 같노라고 먼저 말해준 것 같이 느껴져서 그녀의 용감함이 참 고마웠다. 윤, 그녀를 바라보는 것이 요즘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다독여주고 싶었다. 윤이가 행복, 사랑, 소중함, 벅차오름의 감정을 느낄 땐 나 역시 느꼈고 그녀가 울 때면 나도 같이 울었고 나 역시 가슴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이러한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요리해서 소스도 뿌리고 표현해낼 수 있는 것이 청춘의 특권이 아닐까. 대기업 취직, 한국어 강사, 지금 이 순간엔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도 해본다. 글을 쓰는 기법을 배워본 적도 없고 사실 잘 쓰지도 못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그 시간만큼은 내 진실성을 발견한다. 목적을 위한 공부도 참여도 수용도 아닌, 100% 떳떳한 내 안에서 나오는 생명력이 글쓰기일 수도 있단 생각을 해본다. 답답함을 토로하고, 솔직한 내 감성을 다스려가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니까. 희망이라는 아이 하나로 유모차에 태우고서 도로가 좋을지 오솔길일 좋을지 고민할 수 있는 거도 결국은 지금 이 순간의 특권이 아닐까. 시작 - 세상과의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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