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광독서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5632

<아버지의 눈물>을 읽고 

 

                                                                                               이사벨고 1학년 김주경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무슨 감정인지 모를 어설픈 것들이 마구 뒤섞여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다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대체 어느 대목에서 공감을 하고 마음이 아팠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책을 덮은 뒤부터 심장 주변이 바늘에 찔린 듯 따끔따끔했다. 그렇게 왜 우는지도 모르면서 자꾸 눈물을 흘리다가 무작정 내 생각, 동생 생각, 엄마 생각, 그리고 누구보다 애틋한 아빠생각이 났다. 

2010년 2월, 모두가 설레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교차되는 중학교 졸업식 날에 나는 울었다. 잠도 이루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보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도 마음으로 우셨다. 아마 졸업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내가 부모님께 요구했던 졸업선물이 너무나도 주기가 어려우셨기에 그랬을 것이다. 내가 바랬던 졸업선물은 ‘고등학교 자퇴동의서’였다. ‘아버지의 눈물’의 시작은 아들이 대학편입을 등록하지 않았다고 알리는 한마디로 시작된다. 그때 문득 반년도 더 지나버린 내 이야기가 스쳐지나가서 마음이 아팠던 것이리라.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 중학교 졸업식 날 이후로 단 하루도 편히 잔 적이 없으셨다. 내가 소설 속 큰아들 ‘상인’처럼 예고도 없이 갑자기 발표한 사실이라서 더욱 놀라셨을 수밖에 없으셨겠지만 난 그런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아빠의 설득 끝에 나는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였고, 우선은 한 학기만이라도 다녀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고1이 된 이후, 난 야간자율학습도 빠지고 놀러 다니기 일쑤였고 이제까지 유지했던 중상위권의 성적이 바닥으로 추락한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줘야만 했다. 생활지도부 선생님께 맞고 온 날은 아빠도 속상하고 화가 나서 나를 다그치셨다. 그렇게 정말 바보같이 1학기가 지나가버렸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님이, 특히 아빠가 얼마나 힘드셨는지 눈곱만큼도 몰랐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아빠께 이제 1학기도 끝났으니 2학기부터는 학교를 안 다닐 거라고 다시 한 번 말씀드렸다. 그래 그날, 그날이 아마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날일 것이다. 아빠께서 처음으로 내 탓을 하셨다. 아빠께서 처음으로 간절하게 애원하셨다. 아빠께서… 아빠께서 처음으로 내게 사정을 하시는 것이었다. 힘들다고, 너무 힘들다고 말하셨다. 난 정말 그날 처음 알았다. 자퇴라는 단어로 인해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웃은 적이 없으셨다는 것, 내 생각만 하면 가슴이 턱하니 막히고 걱정만 되었다는 것, 그전에는 늘 웃고 즐겁게 생활했던 우리 집에서 그 일이 있고 난 후 더 이상 행복하고 화목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만 자각하지 못했던 사실, 그리고 늘 강해보였던 우리 아빠가 볼 살이 쏙 빠지고 머리에는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원형탈모증상이 생겼다는 사실이… 또, 이렇게 간절하게 애원하실 수 있다는 사실, 그냥 다 너무 죄송스러웠다. 나 혼자 좋다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겠다고 그깟 1~2년 더 빨리 꿈을 이뤄보겠다고 너무 큰 상처들을 남겼었다. 또 다시 자퇴라는 말로 집을 뒤엎었던 그날, 아빠는 화도 내지 않으셨고, 다그치지도 않으셨고, 큰 소리를 내지시도 않으셨다. 그래서일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방에 들어가 새벽이 오기까지 울었다. 아버지라는 존재의 나약함을 처음으로 느꼈으니까. 그래,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것은 단지 ‘가족’이라는 존재 하나 때문이었다. 고작 나 같은 존재 때문에……. 

그날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자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 생각해보니 환경이 어떻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의 노력여하에 달린 것이지 환경을 탓할 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아빠께 감사하고 더욱 죄송스럽다. 소설 속의 아버지 ‘흥기’와 우리 아버지는 전혀 다를 게 없다. 모든 아버지는 같다. 결국 자식 때문에 무엇이든 하는 것이며, 항상 자식 걱정뿐이고 자식들이 조금 더 편하게 살길 바라기 때문에 무조건 자식 바라는 대로 선뜻 해주지를 못하는 것이다. 한때는 그런 아빠가 원망스러웠고 사실 지금까지도 조금은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나 때문에 일도 안 되고 잠도 못 잔다는 말씀에 내심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책을 통해 진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기에 지금까지의 일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난 이미 책의 일부분을 겪어보았으니 말이다. 

지금 나는 글을 써내려 가는 동안 얼마나 또 마음이 아리고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왠지 모를 걱정과 두려움에 이제껏 정리하지 못했던 내 마음들을 글자 하나하나로 뱉어내니 이제야 왜 내가 책을 덮은 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는지 알겠다. 난 처음부터 흥기의 눈물에서 우리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뿐만 아니라 모든 아버지들의 눈물일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은 앞으로 또 어떤 힘들고 말 못할 일들이 닥쳐와도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문장 하나를 꼭 기억하고 살아가셨으면 좋겠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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