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광독서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5652

조선의 마지막 황녀, 그녀는 대단했다. - <덕혜옹주>를 읽고

 

                                                                                           렘넌트지도자학교 고1반 김하영

 

‘도대체 몇 달만인가!’ 가슴이 쿵쾅거리고 벅차오를 정도로 소중한 일주일간의 방학이 왔다. 추석과 설날에만 집에서 쉴 수 있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나는 1주일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하며 보낼지 참 고민하고 있었다. 이번 방학 기간에는 반드시 책을 한 권 읽으리라 다짐했기에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서점에 들러 추천도서를 보던 중, “덕혜옹주”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데다가 조선의 마지막 황녀의 이야기라니 국사기간에도 배우지 못했던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에 흥미가 생겼고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덕혜옹주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많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 책의 마지막 부분을 보고 있을 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 그리고 그 이름도 처음 들어본 그녀에게 나는 마음의 뜨거운 눈물로 그의 마음과 행동에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 마음의 동요를 두 가지로 정리해 보고 싶다. 

 

처음으로 그녀가 가진 조선에 대한 붉은 마음과 조선인이라는 강한 자부심이다. 나라가 평안하고 옹주라는 최고의 자리에 있었을 때 자신의 조국을 찬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나를 버린 조국, 그 조국에서 태어난 불운의 왕녀라는 이유만으로 수없이 많은 대표적인 수치와 조롱을 당했을 법한 상황에서 그 나라에 대해 끝없는 충성심과 자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 조국을 무능한 나라로 생각하며 내가 태어난 나라라는 것조차 숨기려 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수치와 조롱 속에서도 요동치 않았던 옹주를 보며 아마도 이 사람은 내가 존경하는 최고의 여성 지도자인 유관순 못지않은 애국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옹주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절대 옹주처럼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조용히 일본에서 동화되어 소리 소문 없이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응원할 때 말고는 제대로 불러 본 적도 없는 나라 이름 대한민국! 그 이름에 어떠한 감흥도 느낄 수 없었던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덕혜옹주에게는 얼마나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였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나도 나의 조국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나 또한 누군가의 사랑과 희망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또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이 생각은 내가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중요한 전환점을 갖게 했다. 아내인 명성황후를 잃고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던 고중과 양귀인에게 덕혜옹주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리고 또한 조선의 황녀라는 강한 자부심, 이것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내게 하고 자신을 실패시키지 않은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하루 목적 없이 살았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 정말 짧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매일 힘들게 일하시는 부모님께는 외동땅인 내가 부모님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밤낮으로 일해서 버신 돈으로 날 입혀주시고, 먹여주시고, 가르쳐주시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게 해주시는데 많은 길이 열려있는 17살이라는 나이에 정말 몹쓸 생각을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도대체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었을까? 덕혜옹주만큼이나 내 자신이 소중할 텐데 왜 난 나를 날마다 괴롭히고 스스로 좌절시켰을까? 생각의 자락을 따라간 저 끝에는 이런 생각이 숨어 있었다. ‘뭔가 절실하게 하고 싶다.’ 라든가 ‘ 이 일은 정말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 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평범해야하고 남들을 비슷하게 따라하고 줏대 없이 흔들리는 그런 물 흘러가는 듯한 삶이 싫었다. 그래서 항상 변화하고 싶어 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 했다. 세상은 넓고 할 것은 많은데 가만히 앉아서 다른 아이들과 같이 대학 진학과 내신에 매여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런 생각 속에 파묻혀서 나는 끝없는 시도들과 싸움들을 했지만 싸움 끝에는 늘 패배만이 있을 뿐이었다. 왜 넌 사람들과 같이 생각하지 않니? 왜 평범하게 살려고 하지 않아? 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항에 놓였을 때 나는 덕혜옹주와 달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나는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평범하게 갈 수도 있는 길 대신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대안학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선택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지금의 학교에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기 시작했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농사도 배우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포항에서 중국으로 걷고 또 걸었던 국토대장정, 1월의 혹한기 훈련과 무전여행,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직업이나 관심 있는 분야로 가는 인턴쉽 등, 일반 청소년 친구들이 배울 수 없고 느끼기 힘든 것을 나는 느끼고 있다. 

 

덕혜옹주는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른 옹주들도 경험할 수 없었고, 상상할 수도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았다. 나였다면 당연히 포기하고 말았을 상황이 그녀 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도 절대 포기란 것을 모르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꿈을 그리던 덕혜옹주를 보며 단순히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어려움과 답답함 때문에 포기하고 마는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것을 생각하고 결정해야 하는 내 생각에 전환점을 맞이하게 했다. 

 

덕혜옹주! 조선의 마지막 황녀. 그녀는 일본이라는 강대국에서도 조선의 옹주라는 신분, 정체성을 망각하지 않았고 그 자신감과 자부심이 시대를 넘어 나에게까지도 중요한 순간의 전환점을 갖게 해 줄만큼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번 방학은 덕혜옹주와의 만남으로 인해 중요한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시대를 초월해서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난 내가 만날 또 다른 세대에 나의 생각과 마음을 깊이 전달해줄 또 다른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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