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영광독서 감상문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나무
"나무" 를 읽고
- 공상의 나무 -
가끔 나의 뇌도 끝 갈데없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공상을 즐기곤 해요. 나른한 오후에 침대에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하얀 천장에 갖가지 망상을 포함해 두서없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의 가지를 그려나가는 것이지요. 내가 지금 공중부양을 하고 있다면? 내가 빨아들이는 먼지 속에 세균들의 왕국이 있다면? 새로운 문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들은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극단적으로 세밀한 나노 단위까지 치닫는가 하면, 우리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거대한 규모의 세계가지 뻗어나가기도 하지요. 베르나르, 당신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나무’는 현실적인 삶에 옥죄여 자칫 핍진해버릴 수 있는 우리의 상상력에 다시금 숨을 불어넣는 힘을 발휘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들은 나의 공상들과 너무나 가깝게 맞닿아 있는데……. 혹시 내 머릿속의 상상을 살짝 훔쳐다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건 아니겠지요?
-변화와 진실을 사랑하기-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감당해 낼 수 있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믿게 되지요. 어쩌면 그게 인류전체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를 일이에요. 하지만 당신은 ‘나무’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아니 믿고 싶어 하는 것들을 뒤집어엎고 대상을 전혀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우리가 바라보는 눈을 뜨게 해준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당신이 먼 우주에서 인간을 면밀히 관찰한 경험이 있는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투명피부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생각난 게 있는데 ‘인체의 신비’라는 전시회 말이에요. 시신을 특수한 방법으로 가공해서 사람의 몸을 그야말로 낱낱이 해부한 전시회였는데 솔직히 말하면 좀 메스껍기도 했지요. 그야말로 고깃덩어리였거든요. 아마 투명피부의 과학자를 봤을 때, 사람들이 그를 배척했던 것도 이해할 만 해요. 전시장의 전시물들은 그나마 죽어있었지만 투명피부 과학자는 살아 숨쉬는 인체표본이었으니 말이에요!
사람들은 다수와 다른 특이한 것들을 혐오하고 터부시하지요. 중세에 있었던 마녀재판이나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과 같은 것들도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을 외면하고 싶은 다수의 횡포, 진실에 대한 극단적 두려움의 표출일지도 몰라요. 다수와 다른 특별한 소수에 대한 관용과 인정도 필요할 텐데 말이지요. 투명한 피부를 가진 과학자에 대해 어떤 혐오가 섞인 호기심이 아니라 진정한 관심과 사랑을 가진 공중그네 여인의 시각이 당신이 표현하고 싶었던 포용력 있고 관대한 관점이지요? 여러 사람이 투명한 피부를 갖게 되는 변화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두렵지 않으며, 변화보다는 거짓과 정체가 나쁘다고 했던 그 여인의 말이 많이 와 닿았어요.
나 자신부터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닥쳐오면 거짓과 가식으로 일부러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버리지요. 이러한 행동들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의 정체, 혹은 퇴보를 가져오는 근원이 될 거에요. 이제는 당신이 바라는 것처럼 감당하기 어려운 진실이 다가오거나 새로운 변화가 생기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물꼬를 틀 수 있는 지혜를 길러나갈 생각이에요. 또 하나, 살짝 당신께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당신의 관대한 시각을 대변하는 여인을 한국여인으로 설정해/t다는 점이에요!
-자산에 대한 집착-
혹자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아를 찾아간다고 해요. 하지만 때로는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의 세계로 계속해서 파고드는 경우가 있지요. 당신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쓰면서 그러한 일종의 나 자신으로의 몰입 또는 침잠을 경험해 본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으로의 침잠은 매우 종교적인 것일 수도 있고 철학적인 것일 수도 있지요. 그리고 살아생전에는 도저히 답을 찾아낼 수 없을 법한 근원적이니 문제들에 점점 빠져들게 되고요. 완전한 은둔자의 귀스타브는 그 정도가 좀 심했다고나 할까요.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을 거부한 그가 선택한 극단적인 방법, 즉 자신의 육체마저 버리고 뇌 속에 빠져든다는 발상은 다소 엽기적이기도 했어요. 당신이 그를 통해 표현하려고 했던 것, 그것은 자신에 대한 집착이 과도하여 생긴 광기, 그리고 그로 인한 자신의 타락을 그리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어쩌면 정말로 우리의 뇌 속에 우리가 미처 깨닫지도 못 하고 있는 무궁무진한 지식이 가득 차 있어서 스스로 뇌를 최대한 작동시킬 수만 있다면 외부로부터 배움이 더 이상 불필요할 경우도 생길 수 있겠지요. 교유기란 새로운 것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는 말도 어디선가 들어본 듯해요.
하지만 그는 자신 안에 모든 것이 잠재되어 있다는 그 위대한 신념을 위해서 소소한 행복과 감각으로부터의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의 소중함을 내던져 버렸지요. 또한 직접 살아봄으로써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모두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써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치부했어요. 진리에 대한 광기어린 열망, 또 살로 부대끼며 느끼는 것들에 대한 경멸, 그런 것들이 귀스타브 자신을 가두게 만들었고 결국엔 한낱 개의 먹거리로 전락해버리게 된 원인이 되었겠지요. 물론 위대한 진리, 큰 학문적 발견과 같은 것이 중요할 수 있지만 때로는 말 그대로 ‘카르페디엠(carpediem)',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져요.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과 같은 진리가 아닌, 그야말로 생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말이지요.
- 인간에 대한 사랑과 관심-
아무래도 ‘뇌’에 걸쳐서 ‘나무’에 서도 찾아볼 수 있는 당신과 흡사한 인물, 또는 당신이 지향하는 인물은 이지도르가 아닌가 싶어요. 그는 인간을 사랑하고 모든 폭력을 혐오하며 최소폭력의 세계를 꿈꾸지요. 물론 이야기들 중에서 ‘사람을 찾습니다.’나 ‘그 주인에 그 사자’와 같은 이야기에서는 일부 사람들의 행태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 어느 정도의 낙관은 ‘가능성의 나무’라는 이야기에서도 예외 없이 발견할 수 있는 당신의 불변의 모토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지도르는 마치 패션의 유행이 다시 돌아오듯이, 인간과 관련되는 큼지막한 사건들도 그렇게 주기를 가지고 돌고 도는 것이라면 그 주기를 예측해 여러 분쟁을 방지하고 최대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각 분야별로 그런 경우의 수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인 학자와 실무가들의 연대가 필요하겠지요. 그것은 너무나 광범위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프로젝트를 통한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은 다소 유토피아적인 발상으로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우주가 생성되게 한 태초의 빅뱅과 같이 베르나르, 당신의 발상에서부터 우리가 꿈꾸는 평화의 세계가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난 그렇게 믿고 싶은 걸요.
나무란 굉장히 흥미진진한 대상이에요. 나뭇가지는 프랙탈적 형상을 가지고 무질서한 듯 보이면서 일정한 질서 속에 뻗어나가지요. 그 무수한 가지들에 우리의 상상들을 걸쳐 놓을 수 있어요. 하루 빨리 당신의생각의 나무에서 뻗어 나오는 새순을 만나보고 싶어요. 거기에서는 또 어떤 기발한 상상력과 치밀한 분석력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샘솟을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럼 우리의 공상속의 세계에서 두 그루의 나무로서 다시 만나기로 해요!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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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수상(학생부) - 남경훈 / 부산 해운대구 <울 엄마 아빠 어렸을 적에>를 읽고
- 우수상(일반부) - 이은정 / 부산 동구 <좌절>를 읽고
- 우수상(일반부) - 장영미 / 부산 금정구 <칭찬의 기술>을 읽고
- 우수상(학생부) - 김선경 / 부산 해운대구 <비타민F>를 읽고
- 우수상(학생부) - 문예지 / 부산 중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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