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3066

사랑하는 딸에게 한 권의 책을 권하며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김동수


사랑하는 내 딸 초의야, 네가 어느새 대학 졸업반이 되었구나. 아직도 철부지 어린애로만 여겼었는데…. 엊그제는 모처럼 화장을 하고 숙녀복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네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단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너를 보며 무탈하게 잘 자라준 것에 한없이 고맙고 또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더구나.


초의야, 너도 이제 대학을 졸업하면 싫든 좋든 취직을 해서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해야 할 텐데 걱정이구나. 직장생활이란 게 결코 만만치가 않단다. 왜냐하면 직장 내에서 부딪히는 각종 인간관계가 주어진 업무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오늘은 이 아빠가 우리 딸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기에 이렇게 펜을 들었단다. 그 책은 다름 아닌 김종대 헌법재판관님께서 쓰신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시루)’란 책이야.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혹여 ‘에이 또 이순신이야?’ 하며 고리타분한 영웅전서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구나. 특히 너처럼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팔팔한 20대 초반의 처녀들에겐 말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아빠가 보증하마. 이 책은 작가 김종대 헌법재판관님께서 평생 인생의 사표로 따르던 이순신 장군을 너무나 존경한 나머지 30여간 자료를 수집하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저술하신 인생역작이란다.


그러니 초의야, 아빠를 믿고 일단 이 책의 첫 장만 읽어보렴. 첫 장을 읽게 되면 순식간에 421년 전의 역사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될 것임을 확신하마. 특히 너는 어렸을 적부터 우리 역사에 관해 유독 관심이 많았었잖니? 때문에 이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아빠는 자신할 수 있단다. 아빠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였어. 작년 겨울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신현정 씨가 쓴 서평을 읽고 참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인근 충남서부평생학습관으로 달려가 이 책을 빌려 읽게 되었단다.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 이후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이순신 장군 관련 서적이야.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꾸준히 다시 읽고 있단다.


아빠가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 하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헤쳐나갈 자신감이 불끈불끈 샘솟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은 칠천량해전에서 사망한 원균에게 물려받은 열두 척의 낡은 배와 130여명의 초라한 패잔병만으로 일본의 최정예 전투함 133척을 격파했단다. 생각해보거라. 12척의 낡은 배와 130여명의 패잔병으로 일본의 최정예 수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모해 보였어. 하지만 장군은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고,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산다.’는 결사항전정신으로 명량해전을 치르게 되고, 결국 그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시지.


초의야, 네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꼭 ‘명량대첩’을 기억하려무나. 그러면 그 어떤 어려움도 능히 극복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거야. 그리고 사랑하는 딸아, 아빠는 올해로 직장생활 25년째이지만 아직도 주어진 업무보다도 인간관계가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진단다. 마음이 통하는 좋은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면 항상 즐겁고 힘도 덜 드는데 비해, 똑같은 일이라도 뜻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하게 되면 일도 더디고 늘 성과도 안 좋게 나오는 것을 매번 경험한단다. 갈등 없는 직장은 과연 이 세상에 없는 것일까 매번 고민도 하게 되지.


하지만 이순신 장군처럼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도 사람과의 갈등을 수없이 언급하고 계신 것을 보면 그나마 위안이 된단다. 그 갈등은 주로 원균과의 갈등이었는데, 장군은 노골적으로 원균을 일컬어 ‘가소로운 사람’이라 비판하시지. 장군에 대해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모함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원균에 대해서 장군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셨어. 장군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야.


하지만 장군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대처하셨지.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화를 삭이시며 한밤중에 일기를 쓰셨단다. 어쩌면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한 줄 한 줄 일기를 써내려 가시면서 원균에 대한 증오와 부패한 조선 관리들에 대한 원망을 토로하셨던 것 같아. 이 점이 바로 장군의 훌륭한 점이란 생각이 들어. 초의야, 너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수많은 갈등과 불화와 번민을 겪게 될 거야. 그럴 때마다 즉흥적인 반응을 보이고 쉽게 이성을 잃게 된다면 자칫 인생을 그르칠 수가 있단다. 그럴 때마다 장군을 생각하렴. 그러면 정말 많은 위안이 될 거야. ‘장군처럼 훌륭한 영웅도 동료 때문에 갈등을 겪었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범인들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을 거야. 이 아빠도 그랬으니까. 또한 아빠는 우리 딸이 남들한테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성실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세상의 섭리는 항상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서 천년이 지나도 옳은 것은 반드시 옳게 돌아가는 법이란다.


난중일기를 읽다보면 이순신 장군은 답답할 정도로 철저하게 원리원칙을 지키시지. 그러다 옥살이는 물론, 백의종군에다 사형까지 당할 곤경에 처하시는데, 역설적이게도 원리원칙을 고수하셨기에 오히려 목숨을 구하시게 된단다. 그러니 초의야, 너도 직장생활을 할 때 이 점을 명심하여 업무에서 원칙을 지켜나간다면 반드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훌륭한 직장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빠는 믿는다.


초의야, 이순신 장군의 아들 ‘면’은 너보다도 두 살이나 어린 스물한 살의 나이에 이미 덕을 갖추었고 세상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또한 아버지인 이순신 장군께서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의 가족만이 아니라 굶주리고 헐벗은 조선의 만백성이란 사실을 알고 아버지의 사랑을 불쌍한 백성들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그러니 초의야, 너도 이제부터는 게으르고 근시안적인 시야에서 벗어나 이순신 장군님처럼 큰사람이 되렴. 그러려면 먼저 김종대님의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이 책부터 꼭 읽거라. 또한 생활습관도 함께 고쳐야해. 날마다 엄마와 텔레비전을 보며 히히덕거리지만 말고 말이야. 아빠가 너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잖니?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마치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말야. 그러니 오늘부터 당장 텔레비전을 끄고 잠도 좀 줄이고 해서 책을 읽으렴. 그리하여 역사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고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멋진 대한민국의 젊은이로 거듭 태어나길 바란다. 


2013년 10월 22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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