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90

혼자 먹기 아까운 세계사 -'식탁 위의 세계사'를 읽고 - 

 

                                                                                                                           학산여자고등학교 1학년 5반 유수빈

 

나는 역사 혐오가였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역사는 외우는 과목이라고 가르쳐주는 선생님만 만나왔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역사는 지루하고 괴로운 과목이 되어 버렸다. 엄마가 이 책을 선물한 이유도, 문과지망생인 내가 역사에 씌워진 편견의 벽을 깨고 역사와 즐기며 놀게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는 지루하다는 편견에 갇혀 무조건 달달 외우는 역사공부를 했으니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그런 나에게 식탁 위의 세계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음식애호가다. 엄마의 공인된 음식솜씨 탓도 한 몫을 했다. 엄마가 만드는 음식은 무엇이든 맛있으니 먹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된 후 운동량이 줄고 늦게까지 앉아 있어서 그런지 요즘 살이 찐다. 하늘은 높고 말 대신 내가 살찐다는 건 슬픈 일이지만, 소슬바람이 부는 가을에 내가 만난 이 책 한권은 엄마가 선물해준 여러 책들 중 인상깊은 보물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과 콕콕 집듯이 연결된 역사를 하나하나 발견하는 재미에, 비빔냉면 한 그릇해 치우듯 뚝딱 해치우고 말았다. 책에 빠진 나를 응원하며 엄마가 간식으로 내준 찐감자는 식탁 위의 세계사를 더 구수하게 했다. 맛있는 음식과 지루했던 세계의 역사가 이렇게 찰떡궁합이었다니 놀라웠다. 무작정 외우던 역사들이 감자와 돼지고기를 겉쳐, 빵과 닭고기, 옥수수를 지나, 바나나, 포도, 차를 통과하면 어느새 내 머리는 잘 요리된 먹음직스러운 역사로 꽉 찬다. 

 

돼지고기는 내 삶의 활력소라 할만큼 나는 보쌈을 좋아한다. 김치를 걸쳐서 싸먹는 보쌈때문인지 돼지고기를 먼저 찾아 읽었다. 마오쩌둥과 돼지고기의 연결고리가 조금은 억지인 것 같아 아쉬웠지만, 마오쩌둥이 돼지고기를 좋아했다니 왠지 서민적인 느낌이 들었다. 마오쩌둥과 함께 중국을 만든 장제스. 이들은 정말 달랐다. 마오쩌둥은 국민을 위했고 건국 영웅으로서의 위상이 컸다. 하지만 장제스는 서민적 삶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중국을 통일하기 위해 다투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가 생각났다. 남과 북은 서로 자기의 이념을 고집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적화통일을 위해 대립하는 북한이 안타깝다. 통일은 언제 되는 걸까? 자기 배만 채우기 급급한 지배층이 군림하는 북한을 보면 왜 장제스가 떠오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도 중국의 영웅이다. 서민과 지배층의 서열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돼지고기 때문에. 빵은 이야기의 장이다. 요즘은 빵 하면 파리바게트가 떠올라 씁쓸하다. 동네마다 맛있는 빵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파리바게트빵집, 그리고 대부분 파리바게트 생일케이크를 들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동네가게를 살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빵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에 관한 얘기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어 굶어 죽는 백성들을 보고 “빵이 없으면 케잌을 먹으면 되지”라 말했다고 전해져있다. 하지만 이건 사실 루이14세의 부인 마리테레즈가 한말이다. 오해를 받은 그녀의 루이 6세는 내가 보기엔 국민을 위하려고 나름 노력을 한 것 같은데 시대를 잘못 만난 것 같아 너무 아쉽다. 

 

감자가 처음엔 찬밥 신세를 받았다는 것을 처음 알고 깜짝 놀랐다. 지금은 이렇게 대중화 되고 인기 있는 음식인데 말이다. ‘감자’하면 생각나는 것이 많다. 특히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 ‘복녀’가 감자를 훔치다 왕서방에게 들켜 결국은 낫에 맞아 죽는 모습을 보며 서민의 양식인 감자에 애환이 많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 감자 때문에 영국으로부터 자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아일랜드 인들을 보고 우리의 옛 조상들이 떠올랐다. 이순신, 유관순, 안중근, 윤봉길, 김구, 그들의 애국심과 저항심이 없었으면 내가 지금 이 나라에서 이렇게 편하게 살고 있을까? 

 

이젠 소금을 보면 슬프다. 그 속에는 바닷물보다 더 짠, 간디의 눈물겨운 투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저항한 위인이다. 인도인들에게 자기 옷은 스스로 만들어 입자고 제안하고 자신이 먼저 발벗고 나섰다. 지도자 중에는 말만 번지르르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한 지도자가 많았다. 하지만 간디의 얘기를 한번 더 읽으며 간디가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가 먼저 실천하는 그런 정신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은 어릴 때부터 대통령이다. 지금은 그렇게 말하면 아직 초등 꿈이 안바꼈냐고 웃는 사람이 있지만 내꿈은 대통령이다. 나는 국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은 지도자의 꿈이 있다. 대선에 나오는 세 후부 중 간디 같은 지도자가 당선되어 어지러운 한국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면 좋겠다. 나는 그런 지도자의 바톤을 이어받고 싶다. 

 

후추는 내가 좋아하는 조미료 랭킹1위다. 옛날에는 밋밋한 음식뿐이어서 자극적인 후추는 큰 인기를 얻었다. 후추를 얻으러 갔다가 우연히 아메리카를 발견했지만 죽을 때까지 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한 콜럼버스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큰일을 하고도 자신은 살아생전 꿈도 꾸지 못했으니 하늘에서 얼마나 속이 상할까? 콜럼버스하면, 탁 깨워서 세웠다는 달걀이야기도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음식과 연결된 세계의 역사가 참 많다는 사실에 놀랍다. 

 

닭고기에는 종교개혁의 절대군주, 유럽의 얽히고설킨 혼인관계 등 재미난 이야기들이 꽉꽉 들어있다. 그 당시 유럽에서 종교는 지도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재혼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고, 자신이 조금 더 쉽게 왕이 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지도자 마음대로 종교를 팍팍 바꾸는 걸 보니 히틀러 같은 독재자의 모습이 떠올라 섬뜩했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사는 나는 마치 날아가는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어서 좋다. 히틀러가 12년동안 유대인에게 저질렀던 홀로코스트를 생각하면 지금도 떨린다. 하지만 지금 세계의 1% 안에는 살아남은 유대인의 후손들이 많다. 독재자 한 사람의 결정으로 많은 사람의 자유가 억압되고 희생됐지만 그 뿌리까지 뽑아버릴 수는 없나보다. 옥수수를 전파시킨 흐루쇼프는 정말 반전의 인물이다. 나는 사진 속 환히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아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일 것 같다’고 예상했었는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감정을 거스르지 않고 거침없이 표출하여 많은 사건을 만들어냈다. 그가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도자였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숭이 똥구멍은 빨갛고 바나나는 길다. 그리고 노랗고 맛있다. 그리고 도 다른 바나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도 식탁 위에 놓인 바나나를 습관처럼 그냥 집어 까먹는다. 바나나는 노랗고 항상 싱싱해서 아무 생각 없이 먹었는데 그 싱싱한 이유가 다량의 살충제 때문이라니 정말 충격이었다. 바나나를 계기로 여러 음식들을 찾아보니 내가 모르던 음식에 얽힌 새로운 사실들이 많았다. 

 

차도 옛날에 높은 대접을 받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요즘엔 학원에서도 공짜로 먹을 수 있고 널린 게 차다. 특히 한국표 달달한 믹스커피는 식당에 가면 공짜로 준다. 다도를 배운 엄마가 주는 차도 처음에 쌉쌀하더니 요즘은 꽤 구수하다는 느낌이 든다. 기름에 절은 음식을 먹는 중국인들이 보리차나 녹차를 즐겨마시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이것 말고도 차에 얽힌 얘기들은 정말 인간의 탐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돈을 위해서라면 아편도 꺼려하지 않고 마구 팔아 중국의 아편전쟁을 만든 영국을 보면서 힘센 인간의 사악함에 치를 떨었다. 약육강식의 세계는 동물보다 더 치사하고 잔인한 것이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이 책에 차려진 세계의 역사는 혼자 먹기 아까운 것들이 너무 많았다. 엄마가 먼저 읽고 건네준 맛있는 세계역사의 요리들을 친구들과 나눠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말에 음식은 나눠먹어야 정이 생긴다고 했으니까. 나는 정으로 뭉쳐진 한국인이고 대통령이 되고 싶은 부산의 여고생이다. 콩 한 쪽도 나눠먹을 줄 알아야한다. 친구들에게 내가 차린 세계사를 맛보게하고 싶다. 아마 친구들도 깜짝 놀랄 거다. 혼자 먹기엔 아까운 책을 선물해준 엄마가 고맙다. 왠지 이번 모의고사 땐 사탐등급이 쑥 올라가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겹기만 하던 사탐에 조금의 흥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식탁 위의 세계사>는 음식과 연결된 역사 안에서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곧 생일을 맞는 단짝친구 경난이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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