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88

음식 냄새 따라 흘러 다니는 세계사

 

                                                                                                                           부산국제고등학교 1학년 3반 송승찬

 

식탁에 놓여 있는 여러 가지 음식들에는 역사가 곁들여져 있다. 차 한 잔에서 돼지고기 요리까지 각자 고유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소금마저도 긴 이야기를 가진다. 책을 읽다 보니 마치 나의 저녁 식탁 위에서 공부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물론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나의 식탁에는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없긴 했다마는 말이다.) 

 

그럼 왜 식탁 위의 세계사일까. 음식은 인류가 살아가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이다. 지난 몇 천 년 동안 인류는 먹을 것을 두고 갈등하였다. 원시 시대 물물교환에서는 빠짐없이 등장하며, 청동기 시대에 들어와 사회 계층의 형성에 기여한 것도 사실 이 작물들 덕분이다. 결국 음식은 인류의 삶을 구원해 줌과 동시에 차별해버린, 그런 존재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음식 덕분에 이제 이 세상에는 먹기 위해 사는 지 살기 위해 먹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들로 대충 나뉘게 되었다. 그런 원인을 제공해 준, 한낱 접시에 담긴 음식들에 얼떨결에 고개를 조아린다. 

 

이렇게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던 음식들은 수도 없이 많다. 이 책에 소개된 것만 해도 벌써 10개이다. 10개가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도달해서 죽을 때까지 그 곳을 인도하고 불렀다. 그 이유는 그가 인도에서 수입하고 싶었던 후추 같은 향신료를 원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콜럼버스도 인간인지라 한몫 잡고 싶어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콜럼버스의 그 후추에 대한 욕망이 없었더라면 아메리카 대륙은 몇 십 년 동안 유럽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도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또 있다. 마오쩌둥은 동파육이라고 부르는 돼지 껍질 요리를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에겐 우상과도 같은 그가 동파육 같은 서민적인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니 중국에서는 돼지를 엄청나게 많이 키우게 된다. 일종의 존경심의 표시인 듯하다. 그러다보니 돼지의 공급이 급등했고, 다른 나라에서 키우는 돼지들의 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만약 마오쩌둥이 동파육 보단 더욱 귀족적인 음식을 좋아했다면 그의 인기는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동시에 전 세계 돼지 가격이 하락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음식이 좋게 영향을 끼친 것만은 아니다. 감자에는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사건이 항상 빼놓을 수 없이 회자되며, 빵과 관련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야기도 프랑스 야사에 빠짐없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바나나에는 다국적 기업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펼치는 현대판 노예제도가, 중국산 차에는 아편 전쟁과 중국의 수모가 엮여있다. 음식들에 엮여있는 뒷이야기를 듣다 보면 왠지 참 재밌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보통 우리 식탁에 놓이는 음식들을 보고 우리 어머니는 항상 이런 음식을 제공해 준 사람들에 대한 노고를 생각하라고 하신다. 물론 맞는 말이다.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 감사를 농부들 선에서 끝내야 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바로 이것들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으며, 환경에 적응하고, 독자적인 수분 방법도 개발했다. 그것도 일면이 아니라 몇 천 년 동안 이 짓을 해왔다. 작심삼일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을 정도로 포기를 잘하는 인류가 볼 때 분명히 본받아야할 좋은 덕목인 것 같다. 그들의 경쟁사회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자손 번식을 위한 끈질긴 노력, 그것을 닮고 싶다. 그러면 마치 음식이 세상을 바꾸는 듯 우리도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세계사는 아직도 굴러간다.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 지 아는 사람은 내가 알기로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다. 인류는 단지 여러 가지 요소들을 통해 어렴풋이 예측해 낼 수 있고, 음식 같은 소비재들은 짧은 기간 동안 무역이나 경제활동 등 그 나라의 모든 것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러니 어떤 나라의 음식을 아는 것은 결국 그 나라에 대해 더 조사할 수 있게 되는, 일종의 브레인티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자잘한 지식을 모아두는 것도 단순히 멋져 보인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때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내가 앞으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나의 언어로 정리해 보았다. 나름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책을 통해 무언가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책을 읽고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데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덕분에 내가 몰랐던 음식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닭고기와 관련된 두 권력자의 이야기도 인생길이 읽었다. 후속편이 나오면 꼭 사서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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