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85

'식탁위의 세계사'를 읽고

 

                                                                                                                           포항이동중학교 2학년 12반 이현아

 

나는 역사를 어려워한다. 연대표와 시대별로 일어난 사건들을 일일이 외워야하는 것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힘은 순전히 흥미 때문이다. 책을 펼치면 어쩔 수 없이 복잡한 세계사이야기가 얽혀 나오겠지만 마음속으로 마법을 걸었다. 나의 장래희망은 호텔조리사이기에 요리 재료를 따라가다 보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책은 엄마가 따끈따끈한 식사를 차리면서 곁에 있는 내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처럼 다정하게 시작한다. 오늘의 요리 재료는 감자, 돼지고기, 빵, 닭고기, 옥수수 그리고 양념으로 소금과 후추가 필요하고 후식으로 바나나와 포도를 먹으며 따뜻한 홍차도 마실 수 있다.

 

나는 감자 요리로 버터를 발라 오븐에 굽는 것을 좋아한다. 버터가 사르르 녹아있는 감자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부드럽다. 감자가 처음 유럽에 전해질 때 땅 속에서 자라니까 음침한 느낌 때문인지 악마의 과일이라 멀리했고 돼지사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후 세계인들에게 널리 보급되었고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식품이 되었다. 감자 덕분에 아일랜드와 영국의 역사도 알게 되었다. 영국의 침략과 약탈로 아일랜드 인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마치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를 보는 듯 했다. 감자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과 인연이 깊은가 보다.

 

돼지고기는 수육이 최고다. 겉절이 김치와 함께 먹는 맛은 상상만으로 침이 흐른다. 돼지고기에 얽힌 이야기는 중국의 ‘마오쩌둥’이다. 돼지고기라는 서민 음식을 이용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략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요즘 돼지고기 값이 자꾸만 올라 손쉽게 식탁에 올리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 이유도 같이 설명해주셨다. 석유 대체제인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데 주요재료인 옥수수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고 덩달아 돼지고기 가격도 뛰었다 한다. 돼지를 먹이는데 많은 양의 옥수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옥수수가 이처럼 소중한 자원인 줄 몰랐다. 영화를 볼 때면 거대한 팝콘을 들고 입장하는 멋을 부리곤 했는데 요즘은 팝콘에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서 거의 먹지 않는다. 엄마는 소련의 흐루쇼프 지도자가 미국에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을 옥수수와 관련지어 이야기를 이었다. 공산주의자가 무조건 나쁘다는 좁은 생각을 버리게 되었다.

 

나는 부드럽고 촉촉한 빵을 좋아한다. 빵을 만드는 건 너무 어려워서 제빵사가 되려면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도 따야한다. 빵은 서양에서 오래전부터 먹던 식품이라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얽힌 이야기가 가장 많을 듯 했다. 마리 앙투와네트가 사실은 소박하고 착한 성격의 왕비라는 사실과 세계 국기를 보면서 그 나라의 종교를 알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주재료로 마지막은 닭고기다. 가마솥에 손질한 닭과 인삼, 대추, 마늘, 찹쌀을 넣고 익히면 뭉글뭉글 맛있는 삼계탕이 완성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뜨거운 여름날 이열치열로 건강을 챙기는 방법이다. 프랑스 사람들도 닭요리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프랑스 왕, 앙리 4세는 일요일에 닭고기를 먹게 할 정도로 백성을 사랑했다. 그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 중 낭트 칙령으로 백성에게 종교의 자유를 준 업적이 기억에 남는다.

 

양념은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한 재료이다. 소금은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소중하다. 영국의 소금세에 대한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들으면 소금의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후추는 서양에서 들어온 양념이라 우리 집에서는 주로 고기요리를 먹을 때 사용한다. 후추가 엄청 귀했던 시기, 향신료를 찾기 위해 항해를 떠난 콜럼부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우연과 복잡한 유럽 왕들의 식민지 쟁탈전이 나왔다. 

 

자, 이젠 후식을 먹을 차례다. 엄마는 바나나와 포도를 준비하셨다. 바나나는 학교를 다녀와 출출할 때 최고다. 한입 크게 베어 물면 달콤함이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하지만 이젠 바나나를 먹을 때면 조심해야겠다. 지나치게 뿌려대는 살충제로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피부병과 불임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린다니 갑자기 입맛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콜롬비아 바나나 대학살’ 사건은 바나나에 얽힌 핏빛역사라 더 이상 달콤한 과일로 여겨지지가 않는다. 포도 또한 아프리카인의 노동으로 익어가는 열매였다. 엄마는 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신다. 홍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어 학생이 마셔서 몸에 좋을 리 없겠지만 특별히 엄마가 밀크 티를 주셨다. 홍차를 즐기는 영국인들이 세계사 이야기를 듣는 내내 등장했다. 하지만 영국이 저지른 악한 일들이 너무 많아 신사의 나라인 멋쟁이 영국의 이미지가 변해갔다. 영국은 중국에서 찻잎을 사들이는 양이 많아지자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삼각 무역을 했다. 결국 중국에서는 아편 전쟁이 일어났다. 힘이 없는 나라가 수모를 당하는 것이 순리인지 모르겠지만 억울한 생각이 들었고 영국의 비상한 수법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욱 푸짐한 식사를 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이렇게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얽혀있다니. 새롭게 알게 된 많은 역사 상식 때문인지 엄마의 정성어린 식사 때문인지 유난히 배가 부르다.

 

하지만 유럽 강국의 식민지 정책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고 지금까지 가난과 질병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들을 생각하면 후식까지 챙겨먹어 불뚝 튀어나온 배를 감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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