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86

'최재천 스타일'을 읽고

 

                                                                                                                           홈스쿨 중학교 2학년 임하영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요즘 인기다. 그러다보니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 넘쳐난다. 그런데 책 제목이 『최재천 스타일』이라니...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강남스타일이 떠올랐다. 과학자와 강남스타일? 뭔가 좀 어색한 궁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강남스타일이 발매되기 3일 전에 발행된 책이었다. 사실 나는 과학자의 삶이 어떤 삶인지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 접해볼 기회도 없었다. 내 안에는 과학자의 삶에 대한 동경도 있으면서 그런 삶은 나름대로 재미도 있겠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처럼 지겹고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과학자의 삶, 과학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엿볼 수 있었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스스로 이렇다 할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 대신, 책을 읽으며 함께 울고 웃고 부둥켜안는 게 저자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최재천 스타일’이라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별로 접해보지 못했던 유별난 책이었다. Living, Love, Mentor, Forest, Study, View 등 총 여섯 부분으로 나뉘는데 각 부분마다 여러 가지 주제로 또 나뉜다. 사실 이런 책은 처음이었다. 책의 주제는 말 그대로 ‘최재천 스타일’이었다. 저자가 관심 있는, 저자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것이 소재가 될 수 있었다. 저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책이었다.

 

내가 제일 관심 있게 본 부분은 Living과 Mentor였다. Living에는 저자의 삶 그 자체인 글쓰기, 특강, 교회, 부부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었다. 내가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과학자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최재천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매일 꾸준히 글을 쓰고, 카키색 조끼를 입고 특강을 다니며, 춤추기를 좋아하고, 진화론을 공부하면서 교회에 다닌다. 

 

이 중에서 내가 가장 본받고 싶었던 점은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고 한다. 과학적인 글쓰기와 시적인 글쓰기는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과학자가 되려면 시인 같은 문학적 감수성이 필요하고, 그래서 저자는 늘 “시인의 마음을 가진 과학자”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카키색 조끼를 입고 특강을 다니는 이유가 과학자는 “흰 가운을 입고 복잡한 기계를 만지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 하는 계산된 행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화론자이면서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독교인인 나는 이 부분을 가장 흥미 있게 읽었다.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과 결혼해서 지금까지 아내를 따라 착실하게 교회에 나가고 있다. 목사님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경공부도 하고 신학 관련 서적들도 읽게 되었다. 그러나 교회에서 진화 이야기가 나오면 동정이나 적대적 반응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21세기에는 과학과 종교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에 저자는 계속 종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으로써 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교회를 다니면서도 진화론의 신념을 유지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것은 모순이었다. 물론 과학과 종교가 함께 간다는 생각은 매우 건전하고 좋은 것이지만, 둘 다를 택한다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화론자인 저자가 결국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교회를 포기하고 진화론을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세 번째 부분 Mentor에는 저자의 멘토인 아버지, 제인 구달, 윌슨 박사, 그리고 그 밖의 여러 책들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의 멘토 중에는 여러 사람들뿐만 아니라 책들도 있었다. 저자에게 직접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은 에드워드 윌슨과 제인 구달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윌슨을 언급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은 미국 유학 시절, 저자의 스승이다. 윌슨에게 글쓰기를 사사한 적은 없지만, 윌슨의 책 『In Search of Nature』를 번역하는 중, 그의 글쓰기 색깔에 물든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제인 구달은 저자에게 “인간만이 개성을 지닌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을 주었다. 또한 그녀는 인간이 고도로 발달한 지성을 특권으로 누리는 만큼, 우리가 생각 없는 행동으로 존재에 위협을 가하는 다른 모든 생명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우리가 매일 노력한다면 지구의 미래에는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가르친다. 이런 제인 구달을 저자는 마음의 멘토로 삼는다고 한다.

 

저자에게 멘토가 되어준 책은 무슨 책일까? 바로 저자의 인생에 우연처럼 다가와 필연이 된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다. 당시에 저자는 전적으로 타의에 따라 등 떠밀려 들어간 대학에서 미래를 구상하기는커녕 끝없이 번민하고 있었다. 대학 3년을 전공 공부보다는 인문대학 서성거리기와 동아리 활동에 탕진한 저자는 대학 마지막 해를 맞으며 생물학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종로 골목에 있는 외국 서적 책방을 기웃거리다가 『우연과 필연』을 발견했다. 이 책은 생물학이 그저 흰 가운이나 입고 세포나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인간 본성을 파헤치고 철학을 논할 수 있는 학문이란 것을 알려줬다. 생물학에 몸 바쳐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해준 것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삶을 뒤바꾼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재천 스타일’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더불어 최재천은 좀 독특한 스타일의 과학자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책이나 강연에서 ‘통섭’을 강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그러면 ‘진화론을 믿으면서 교회를 다니는 것도 통섭을 실천하는 과정 중에 하나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순간에 결론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과학이 재미없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과학은 의외로 재미있는 학문이었고 과학자도 재미있게 공부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이라는 학문, 그리고 그 학문을 공부하는 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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