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81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을 읽고

 

                                                                                                                           부산국제중학교 3학년 1반 장서영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우리 엄마는 늘 내곁에 있어주신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것이고, ‘엄마’가 됨으로서 짊어지게 되는 짐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영이네 집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영이 엄마는 미술을 좋아해서 화방에서 일하기를 원하는데, 가족들은 가영이 엄마가 할머니를 간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아프신 데도 일 하기를 고집하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할머니 곁에 아무도 없는 데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가영이 엄마가 옆에서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가영이 엄마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가영이 엄마는 이제 마흔 살이 다 되어간다. 가영이 엄마는 가영이와 가영이 언니의 엄마, 할머니의 며느리, 한 남자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윤서영’이라는 그녀 자신이다. 그녀는 더 늙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그 누구의 보호자도 아닌 그녀 자신을 찾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더욱 신경쓰기 위해 일을 그만 두신 적이 있다. 엄마에게는 일보다 자식인 내가 더 중요했겠지만, 우리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우리 엄마도 가영이 엄마처럼 좋아하고 꿈꿔왔던 일을 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러면서 내가 마흔이 된다면 나는 어떤 엄마가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쭉 꿈꿔왔던 장래희망이 있다. 그 꿈을 이루게 된다면 절대 중간에 그만두고 싶지 않다. 만약 내가 마흔 살이 되어서 가영이 엄마처럼 가족과 일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과연 가족을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까?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희생해왔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늘 엄마만 양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란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존재가 아니던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만 짐을 떠맡길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엄마의 짐을 덜어주어야 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동안 한 사람의 아내로, 한 아이의 엄마로, 그리고 한 부모의 자녀로 살면서 엄마는 이미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었으니 이제는 다 큰 내가 조금씩 짐들을 같이 짊어져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갈등은 가영이 엄마와 아빠의 갈등이다. 가영이 아빠는 가영이 엄마가 자신의 어머니를 두고 일을 하러 나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빠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도 있지만 지금 아픈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니까 아빠가 더욱 돌봐야 할 존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아빠는 가장이라는 핑계로 일찍 출근해서 늦게 돌아오고 할머니를 잘 들여다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가영이 엄마가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에 엄마만 할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것인가? 이제는 모두가 그런 가부장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하면서 할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한 가영이 엄마가 대단하고 멋지다고 느꼈다.

 

결국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그 뒤는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이었다. 가영이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일하는 이유는 나중에 늙어서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만약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살다가 늙어버리면 끝에는 후회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도 크게 깨달았다. 가족은 희생하라고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족에게 소홀히 하지 않는 엄마, 스스로 노후준비를 하여 늙어서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사는 당당한 엄마, 그리고 죽기 전에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내가 하고픈 일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엄마, 그것이 내가 걸어야 할 엄마의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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