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009

제목이 모든 걸 표현해버렸다 -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부산 국제고1 김경은

 

‘그대의 인생은 오로지 그대를 위해 우주가 준비해 준 행복한 축제의 시간들이라는 것을 늘 기억하라. ‘ 책의 제목과 표지의 중요성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책의 내용이 아무리 참신하고 감동적일지라도 제목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면 전문가들의 평은 둘째 치고 상업적으로는 대개 실패한다. 

 

반면에 가슴에 와 닿는, 감성적인 표지와 제목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고독함과 깊은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게 설사 남이 보았을 때 보잘 것 없고 겉멋만 잔뜩 들었을지라도 그 자신에게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아픔일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이런 사람들의 보편적 슬픔을 건드린다. 상처받았을, 그래서 가끔은 펑펑 울고 싶은 나에게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난 지금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이 책의 제목이라고 말할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위로를 받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어릴 적 엄마가 내 배를 토닥여주며 불러주던 자장가 같다. 작가는 인생이 뭔지 몰라서, 무작정 덤벼들어서 항상 약하고 다쳤던 나에게 인생은 말이야 하고 운을 떼며 시작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절대적 존재였던 엄마의 품에 기대듯 작가의 품에 기댄다. 마치 엄마에게 ‘나 오늘 유치원에서 넘어 졌어’ 하며 무릎의 상처를 내미는 아이처럼, 나는 ‘나 지금 아프니까 여기 좀 봐주세요, 하면서 조심스레 마음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상처를 작가에게 내어놓는다. 그러면 작가는 나의 상처를 상상, 사랑, 꿈, 이해로써 조심스럽게 달래준다. 그 네 가지 약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된 약은 바로 꿈이다. 우리는 인생의 한 순간 순간 마다 매번 다른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듯하다. 시험기간에는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꿈이고, 주말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끊임없이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을 가진다. 그러나 작가는 일시적이고 도구적인 꿈이 아닌, 정말 절박한 꿈을 만들라고 말한다. 절대적인 목표로써 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꿈, 그 어떤 것의 수단이 되지 않는 꿈, 그런 꿈만이 진정한 인생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되돌아본다. 과연 내게는 그런 꿈이 있었는가? 단편적인 목표만 세우고 성취하는 것의 반복이지 않았던가? 내 머릿속을 헤집고 또 헤집어 보지만 꿈은 보일듯 하다가도 이내 흩어진다. 흐릿한 형상으로만 남는다. 누군가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을 때 얼버무리며 둘러대는 번지르르한 꿈이 아니라 진심 속에서 자라나고 있던 꿈. 계속해서 찾으려 하지만 여전히 흐릿하다. 문득 나는 헛웃음을 터뜨린다. 지난 17년간 묻어왔던 꿈을 한 순간에 떠올리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앞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더 다가서서 다시 문을 두드려봐야지. 노력해서, 얼버무리지 않고, 남몰래 얼굴 붉히며 말했던 꿈이 아닌 진짜 내 꿈을 찾아 나가야 함을 다짐한다. 글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어느 봄날의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하다. 나보다 더 지쳐서, 무릎이 풀릴 지경의 사람들이라면 더욱 깊게 와 닿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주제를 전달하는 방법, 즉 작가의 문체다. 섬세하기는 하나 주제의 곁에서 계속 맴도는 듯 한 느낌이 내내 들었고, 간혹 저 멀리로 새어 나가서 어디서 붙잡아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인내심 없는 독자라면 한 단원이 끝날 때 마다 혼란스러움에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구술적인 표현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까 작가가 생각나는 대로 툭툭 던지는 말들이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이 좀 더 독자들의 입장에서, 독자들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책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의 진정한 깊이를 음미할 수 있게 말이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 아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을 때, 따뜻한 위로가 그리울 때, 당신의 눈길이 닿는 곳에 이 책이 놓여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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