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5993

살아가면서 울고 싶은 순간에 -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부산 국제고1 박사영

 

나는 가끔 울고 싶었다. 십육 년하고도 세 달 남짓한 짧은 시간을 걸어왔지만, 그것도 늘 운 좋게, 곁에 있어주었으면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해왔지만, 그래도 내게는 울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 울음이란 것은 항상 ‘누군가 달래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당장은 다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괴롭지만, 그럼에도 별 수 없이 내 자신을 추스르고 다시 걸어가자고 다짐하게끔 만드는 그런 울음이었다.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딱 그만큼의 느낌으로. 그래서 참 많은 기대를 했다. 처음 마주한 책의 제목은 마치 이제껏 꾹꾹 누르고 참아온 눈물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생각 또 생각해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늦은 밤 혼자서 책장을 넘겼다. 기대와 달리 내용은 빤했다. 생각과 상상이 인생을 주도한다, 오늘의 1분이 미래를 결정한다, 바로 오늘부터 사랑하라, 그리고 꿈을 간직하라. 저자는 꽤 오랜 시간의 고민과 깊은 사유를 통해서, 또한 인생의 경험들을 통해서 애정을 가지고 쓴 것 같았지만, 읽는 나에게까지 전해지기에는 그 감동의 색이 너무나 옅었다. ‘사물의 핵심을 뚫고 언어를 향기롭게 조율할 줄 아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저자는 늘 들어왔던 빤한 이야기, 다시 말해 그렇고 그런 책들이 들려주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었다. 책 속에 있는 모든 이야기들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투적이고, 따스하긴 하지만 마음을 울리지는 못한다. 한껏 기대를 품고서 읽어가기 시작한 이 낯선 책은 이내 어제도 본 듯하고 내일도 어디선가 마주칠 법한 책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말하고 있는 대상이 한 권의 책일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라는 제목은 훌륭했다. ‘인생에서 단 한 번이라도 모든 것을 놓고 펑펑 울어버리고 싶은 순간을 맞닥뜨린 적 있는’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제목이 인상적인 만큼, 평범한 내용에 대한 실망도 컸다. 무미건조하고 도무지 매력적인 구석이 눈에 띄지 않는 책의 내용에, 높이 쌓아올렸던 설렘이 한 계단 한 계단씩 떨어질 뿐이었다. 저자가 독자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와 자신의 이야기를 토로하듯이 썼더라면, 혹은 두세 걸음 물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을 둘러보는 듯 썼더라면 오히려 나았을까. 솔직함과 객관성의 중간에 발을 걸치고 있는 듯한 어중간한 이야기와 문장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입장까지도 어정쩡하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남은 책장이 점점 줄어가면서, 멋진 제목은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나는 가끔 울고 싶었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문득 깨달을 때, 좋은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당장에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절감할 때 그러하였다. 그렇기에 나는 그럴 때마다 나를 대신하여 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책을 바랐다. 그리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직도 종종 손에 가득 쥐고 있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울고만 싶은 나는, 앞으로도 계속 찾아야 할 것 같다. 나를 위로해줄 책, 그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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