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018

<열일곱, 그리고 꿈의 고백>

 

                                                                                               부산 국제고1 권청화

 

‘꿈이라는 존재의 힘을 믿습니까?’ 이 물음에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이라는 존재의 힘을 경험하고서 이러한 대답을 하는 것일까? 혹시 사람들은 성공스토리, 그리고 유명인들이 하나같이 꿈이라는 존재의 힘을 강조하고, 칭송하기 때문에 자신이 간절한 꿈을 지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커다란 꿈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고 자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인생의 로드맵을 작성할 때나, 내 소개를 할 때 등 언제 어디서나 내 꿈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나조차도 어쩌면 몸을 치장하는 보석처럼 꿈을 그저 휘감고 다닌 것은 아닐까 자문한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삼 년이라는 긴 시간을 내다보아야 하는 고등학생인 나에게, 꿈이라는 것은 백사장의 모래처럼 꽉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어느 순간 스르륵 손 틈새로 빠져나가 버리고 마는 그런 존재였다. 진정한 꿈이라는 존재의 힘은 누가, 어디서, 언제쯤 경험할 수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학생들은 대학입시라는 ‘꿈’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 나 역시도 입학하는 순간부터 뭔가에 이끌리듯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러다문득 ‘아, 이것은 꿈이 아니구나. 수능이라는 것은 꿈을 향한 발판에 지나지 않는 구나. 그렇다면 나의 진짜 꿈은 어디에 있을까?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학생인 체 하기 위해, 또는 입시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갈고 닦아진 그런 겉치레 말고 진짜 나의 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던중 마주한 백정미 작가의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라는 책은 암흑에 갇힌 내 손을 잡은 작은 빛과 같았다. 꿈의 힘을 경험하고자 했던 내가 스스로 구체적인 방향을 잡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꿈이라는 존재는 그것을 간절히 원한 사람에게 그가 오랫동안 노력하였을 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책의 내용은 작가나 타인의 성공 이야기도 아니었고, 흔한 생활 수칙 및 마음가짐 등을 나열한 뻔한 이야기도 아니었다. 가르치고 지시하는 대신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맥없이 주저앉아버리기에는 그대의 삶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주저앉은 독자를 격려하고 위로하고 또 일으켜 세우는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인 듯 했다. 책을 읽으면서 찌르르 하고 가슴을 울리는 작은 전율들을 느꼈던 이유도 작가의 진심 어린 위로가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았다. ‘거위의 꿈’을 듣듯이, 영화 ‘국가대표’를 보듯이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은 아니었지만, 나는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작은 자극과 전율이 훗날 내가 손잡고 나아갈 내 꿈들을 한층 더 튼튼하고 꿋꿋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것을. 

 

일제 강점기 시대에 창작된 많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모두들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에 의지를 다지고 조국 광복의 꿈을 절실히 꾼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설령 작가 자신이 현실에 안주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채찍질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참 많았는데 시를 분석하고 정리하면서도 왜 그리도 많은 작품들이 하나같이 동일한 의지를 밝혔는지, 어쩌면 다들 목이 메이도록 절박했었는지 잘 알 수 없었다. 허나 이 책을 읽고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일제치하의 굴욕적인 역사에 저항한 지식인들 모두 광복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원한 것이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자, 남에게 과시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외침을 소신껏 믿고 따른 것이었다. 이 책의 작가가 이야기 하는 꿈과 소망에 관한 것들은 모두 시대를 불문하고 만국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리라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밟히면 밟힐수록 더 질겨지고 튼튼해지는 잡초와 보리처럼 강인한 생명력으로 자신만의 꿈을 꿋꿋이 지켜내라.’ 아직 나의 꿈은 한 번도 짓밟힌 적 없다. 주변의 모두가 사실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그러나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백 번 와 닿았다. 광복, 민주화 등 한 국가와 수천만의 국민을 책임지는 꿈부터, 사랑하는 아이에게 매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까지 그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밟힐 수도 있고 찢겨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야만 꿈이 지켜지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분명 나의 꿈이 위대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더 강하게 비난하고 심지어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온갖 누명도 씌울 것이며 어떻게 해서든지 그 위대한 꿈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결사적으로 방해할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생각과 상상으로 마음을 부자로 만들고, 앞으로의 시간을 만들어나가며, 타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미래에 다가가야 한다. 꿈이라는 존재의 힘을 믿는 이는 말할 것도 없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혁신적이고도 창의적인 일들을 할 수 있을 거라 나는 확신한다. 책을 읽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故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이었다. 그 연설에서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거울을 보며 ‘내가 만약 내일 죽는다면 오늘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결론은 끝까지 나지 않았다. 매일 공부로 파고드는 이 일상이 내 꿈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같은 길이기에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막상 내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속도를 유지하며 해오던 대로 달릴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매일 아침 거울 속의 나를 향해 되물어도 절대 후회하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을 꿈을 찾고 이루는 것이다. 나는 이 하나의 방법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열일곱, 꿈이라는 존재의 완전한 실체를 찾기는 어려운 나이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나는 백정미 작가의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만났고, 이로서 또래의 열일곱보다 더 미래의 나에게 자신 있게 다가갈 수 있다. 누구나 도전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기는 어려운 꿈의 실현이라는 환한 내일을 위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고 신중하지만 당차게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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