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6730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읽고

 영도구 영선동 남성여고 조아라

 

 

 

사람들은 함께 살고 있는 가족, 사랑하는 연인, 오랫동안 사귄 친구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안다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일이 생기면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상태가 조금 더 심해지면 관계 자체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인간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영원히 그 속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있다고 믿으려 한다. 마찬가지로 타인과의 완벽한 교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능하다고 믿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에서 작가는 이렇게 우리가 인정하기를 꺼려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두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는 "인간이라는 게 과연 이해받을 수 있는 존재일까?"라고 묻는다. 세영은 남편이 바람피운 것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남편의 죽음에 임박해서야 그가 누구였던가를 알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세영의 언니 세희도 마찬가지이다. 세영에 대한 것이라면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듯이 행동하지만, 정작 동생의 자살에 대하여는 하나도 아는 것이 없다.

 

세희와 세영의 일은 우리 현대인들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나도 세희처럼 나의 제일 친한 친구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자주 만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모르는 친구의 면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우리 관계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 친구에 관한 표면적인 사실들뿐이었고, 친구의 속깊은 내면에 대해서는 안다고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든다는 것은 무모한 열정이었다." 라는 네즈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내가 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감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당신은 언니를 사랑하지 않아. 언니에 대해 알고자하는 마음이 하나도 없거든, 언니를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해.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야. 당신들은 서로 이해하는 척하지만, 서로 아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서로를 속이느라 삶을 허비하고 있어."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세영은 죽어가는 남편을 내버려두고 떨어지는 벚꽃만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세희와 네즈미도 비슷하다. 세희는 네즈미의 본명을 알려고 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네즈미 역시 자신의 본명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에서 백화가 점례라는 자신의 본명을 영달에게 알려줌으로써 내면적 교감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세희와 네즈미는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이해 자체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세희와 네즈미의 관계를 보면 현재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숱한 사람들은 만나며 살아가지만 실제로 인간들의 삶은 점점 더 고독해만 가고 있다. 누군가 군중 속의 고독을 말했던 것처럼, '함께' 있으되 '따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대인들이다.

 

하지만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혼자여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고독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이해를 받고 싶어 하고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서로간의 관계를 완벽한 관계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네즈미와 세희처럼 인간이 이해 불가능한 존재라고 해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포기한다면 인간은 영원히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인간이 극도로 외로워지는 시대,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통해서 나는 역설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 더욱 절실해짐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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