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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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는 우리의 사상이요 믿음이다 - "디지로그"을 읽고

덕문여고 1학년 손현주

 

  

 

‘우리로 인해 우리의 문화는 멸망할 것이다.’ 어느 책에서인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한 구절의 단어다. 어째서인지 이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포장을 벗긴 흰색의 책을 덮은 것은 한밤 중이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우연히 서점에 틀러 문제집을 고르는데 갑자기 옆에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디지로그를 계산하고 있었다. 

 

평소 책을 좋아했던 나는 디지로그를 집어 들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표지의 하회탈이 눈에 띄며 금새 계산대 위에 놓았다. 책의 두께에 비해 싼 가격은 아니었고, 솔직히 학생인 내가 스스로의 용돈으로 사기에는 조금 버거울 수도 있는 가격이었지만 책을 구매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접했던 ‘우리 문화 바로알기·’ 라는 유인물을 읽고 왠지 그런 부류, 즉 한때 굉장히 떠들어댔던 정보사회의 문제점. 그런 전문적인 내용의 서적을 한번 쯤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책 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이미 창 밖은 새카만 어둠과 간간히 들려오는 갸릉거리는 고양이 소리가 주위 공기를 가득 메운다.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정보화니 하는 그런 속된 단어들은 요즘은 중학교 사회책에서 흔히 눈에 띄는 글자들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아이콘을 가볍게 달칵 누르기만 한다면 전 세계의 모든 정보가 한꺼번에 눈 속으로 귓속으로 마구 쏟아진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느낌은 절대 표현 할 수 없으리라. 

 

디지털과 아날로그. 가장 쉬운 예를 든다면 아마도 디지털시계와 아날로그시계가 아날까? 디지털시계는 보기 편하게 시와 분이 글자형태로 바뀌어간다. 하지만 아날로그시계는 시침과 분침이이 짹깍 짹각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하루를 간다. 여기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디지털은 그 짹깍이는 초침소리를 들을 수 없다. 삭막하다. 솔직히 처음 책을 폈을 때는 디지털이라 불리는 인터넷상의 정보는 우리 일상생활 속의 정. 즉 아날로그를 나타냈다고 지은이는 말했다. 하지만 디지털이라 함은 여전히 차갑고 건조하고 생명이 없는 그런 삭막함을 나타내는 표현에 종종 쓰이곤 한다. 

 

그렇기에 아날로그가 디지털화 된다는 것은 한국을 욕하지 않기 위해 너무 억지로 잇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지털이라는 사회를 만든 건 인간이고,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는 아날로그 세계, 끈이나 선이 없더라도 충분히 이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굳이 인터넷이나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우리가 고개를 한번만 더 돌린다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날로그의 특징도 이 아날로그시계에서 특히 더 잘 알 수 있다. 아날로그 하면 사람과 사람간의 인정이니, 유대감이니 하는 집단주의가 생각난다. 서로 맞물려 도우며 돌아가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유대감은 오랜 세월동안 하나의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단일민족, 그것은 오랜 세월 우리의 머릿 속 깊이 자리 잡고 대물림 되고 있는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사상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은이가 말했던 이것을 예로 삼고 싶다. 

 

젓가락, 젓가락은 본디 중국에서 들어온 문화이다. 동양이라 불리는 이 근처의 나라는 모두 젓가락 문화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숟가락을 쓰지 않는데 우리는 왜 수저라 불리는 도구를 쓰는가. 물론 이러한 해답도 인터넷 하나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일민족, 다른 나라의 문화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수용했다는 예로 삼고 싶다. 이것이 바로 아날로그가 아닐까 싶다. 내가 책을 덮었을 때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했던 ‘우리로 인해 우리의 문화는 멸망할 것이다.’ 그 의미를 조금은 알거 같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사실일까.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문화는 우리가 서로 옳다고 생각하는 문화끼리 상호 연결하는 과정이고 하나의 문화가 망하면 또 다른 문화는 성장한다. 

 

정보화 사회는 전쟁이라는 것에서 비롯되어 썩 좋은 이미지에서 탄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힘들게 살았던 근대사회의 종지부를 찍었고, 그것은 점점 지구상에서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거쳐서 손때가 이리저리 묻은 하나의 문화권이다. 지구는 여러 문화권으로 나뉜다. 종교로 따지다면 아랍문화권 불교문화권 가톨릭 문화권 등등, 이 문화권들은 눈으로 보고 듣고 서로 만나고 서로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의 정보 문화권은 서로를 몸소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듣고 서로 만나는 것은 똑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아날로그 사회에서는 정보화라 불리는 디지털이 없으면 먼 곳에 있는 사람들을 보거나 만나거나 소식을 듣거나 느낄 수 없다. 이 모든 인간의 소망과 바람이 정보 문화권이라는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디지털로써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디지털은 차갑지 않을 지도 모른다. 

 

요즘 ‘기러기 아빠’라고 불리는 가정들이 사회에 많이 퍼져 있다. 어머니와 자식은 모두 수도권에서 높은 교육을 받기를 열망하나, 아버지께서 갑자기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가족 모두가 이사하지 않고 아버지 홀로 지방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 사회가 아날로그만이 존재한다면 이 아버지는 절대로 혼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디지털이라는 편리한 도구로써 외롭지 않게 아내를 만나고 아내와 이야기하고 자식을 만나는 여러 방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정신적인 교류. 정신적인 것은 아날로그겠지만 교류를 도와주는 것은 디지털이다. 요즘 북한 핵실험이 사회의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북한에 여러 식량과 물자를 보내온 우리로서는 다른 열강의 압력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통일의 실패인가. 솔직히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여기서 말했던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접목하는 것도 좋은 사항인 것 같다. 

 

약간 꿈에 부푼 이야기로는 들리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에서도 컴퓨터라는 과목이 존재한다. 그리고 엄청난 기술, 즉 디지털로 인해 핵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통합. 인터넷상에서 커다란 지구촌이라는 사회를 배경으로만 디지로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근처에 있는 것 하나하나가 이미 디지로그이다. 그렇기에 그들과 우리가 한 단일민족이라는 믿음이 정보화 세계의 수억 개의 정보에 대한 믿음보다 강하다면 굳이 외향적인 통일이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디지털적인 통일을 먼저 감행할 수도 있는게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지식 정보 사회는 물질이 아닌 감동을 기본으로 한다. 분절이 아닌 화합, 화합을 넘어선 통합. 흑백논리. 선과 악. 그런 것은 이미 없다. 단지 가치관의 차이일 뿐. 가치관의 차이는 대화와 타협으로 충분히 보완하며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상태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 예전 조선후기 흥선대원군이 주장했던 우리 문화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쇄국주의도 옳지 않고 그렇다고 명성황후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문호를 개방 한 것도 옳지 않다. 그렇다. 세상은 넓어진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은 없다. 사회적 쟁점은 이제 찬반으로 그치지 않는다. 절충적인 요소가 크게 드러난다.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그런 모호한 경계선은 이미 희미해질 대로 희미해져 결합을 시도하고 있다. 

 

딱딱한 디지털상의 세계는 여러 사람들의 손에 거쳐 비록 훈훈한 손때 같은 것은 보이지 않지만 컬러풀한 여러 가지 요소들과 사람과 사람들 간의 따뜻한 대화가 오간다. 디지털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식을 듣지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아날로그의 감정이다. 상호보완. 그 말이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다. 디지털 사회와 아날로그 사회를 그 누가 절충된다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아날로그 사회를 지향하는 기성세대는 디지털 사회를 부정하지만 결국에는 디지털 사회의 편리함을 만끽하고 살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디지털 사회의 현대인들은 기성세대가 낡았다고는 하지만, 옛 속담과 격언, 전통방식. 예를 들면 음양오행설, 풍수지리설은 우리가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바탕으로 깔린 사상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우리가 몸소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행해오던 사상이다. 바늘과 실의 관계, 젓가락의 관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디지로그라는 단어처럼 우리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동시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 문화는 점점 더 절충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은 이제 디지털 사회로 이어져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통합에 성공한 김치와 하회탈과 같은 여러 문화를 바탕으로 부족한 것은 서로 돕고 절충한다면 충분히 멋진 문화가 되리라 믿는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이 춤사위. 생각만으로도 멋진 세계가 아닌가. 조화의 힘. 그것은 우리의 사상이요. 우리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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