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7689

 

"스펜서 존슨의 행복"을 읽고

부산시 남구 용호동 김상훈

 

  

 

지난겨울, 나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향해 길을 나섰다. 삭막한 군대생활을 마치고 처음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라 무척 설렜다. 그렇게 도착한 겨울바다는 역시 아름다웠다. 평일이라 사람은 거의 없었고 고요한 백사장위로 새하얀 갈매기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고민을 다 들어줄 것만 같은 바다 앞에서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때, 나는 바다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앞으로의 삶을 잘 해쳐나갈 용기를 가질 수 있게, 그리고 먹구름 가득했던 내 마음속에 행복의 빛이 들어오게 해달라고 바다를 보며 기도했었다.

 

그리고 봄이 되자 나는 다니던 대학교에 복학했다. 하지만 파릇파릇한 새싹이 돋아나는 봄날의 힘찬 기운과 어울리지 않게 내 마음속엔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했다. 고3수험생 시절부터 시작된 만성적인 불안은 군대를 제대한 지금까지 나를 옥죄는 무시무시한 사슬이다. 고3수험시절,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괴롭히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끝내는 마음 속 걱정이 만성 두드러기라는 육체의 병으로 나타났다. 존이 내면의 행복을 찾기 위해 프랭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았듯이 나 역시 행복의 열쇠를 찾으려고 했어야 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어떤 외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내면의 참모습을 무시하고 외적인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소외당한다고 느낄 때 내 마음속엔 주체할 수 없는 노여움이 자라게 되었다. 

 

학교에 복학하고 나서 처음 얼마동안은 정말 힘든 시기였다. 고3수험생 시절이후부터 친구들과 편안하게 대화하지 못했다. 마음 속 깊이 박혀있는 불안감은 계속 나를 긴장시키고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침에 일어나면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얼굴은 의욕을 잃은 듯이 슬퍼 보인다. 내 앞에 놓여진 삶이 두렵게만 느껴지고 하루하루가 피할 수 없는 굴레에 씌어진 시간들이었다. 학교에 가서는 나 외의 모든 학생들이 웃는 얼굴을 하며 행복해보인다. 캠퍼스에 손을 다정히 잡고 걷는 커플들을 보면 더욱 우울해진다. 

 

나 혼자만 소외되어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땐 몰랐을까?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나에게 상처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프랭크 아저씨는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수록 노여움이나 분노가 사라지고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더 큰 애정을 갖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내 마음속에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데 어찌 세상을 밝게 바라보겠는가? 집에 돌아가서도 가족에게 화를 내서 기분을 상하게 하는 때가 많았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슬픈 날들이었다. 지난겨울, 바다에서의 다짐은 전혀 나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봄의 향긋함이 절정을 이루는 5월의 어느 날, 다시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기 위해 집 근처의 나지막한 산에 올랐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산중턱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는 나 자신과 화해를 해야 할 때였다. 사실, 불안한 마음으로 아침을 열고 친구와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 모두 내가 나의 내면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했다. 내가 사람들을 대할 때 쉽게 긴장하는 것은 혹시 내가 말을 어눌하게 하면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존은 로버트 씨를 만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바깥의 시선에 얽매여서 자신의 참모습을 잃어버리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준다면 누가 그 상처를 보듬어 주겠는가? 산중턱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작은 샘터가 있다. 샘물을 한바가지 깊게 떠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내 몸속 혈관을 따라 새로운 기운이 돋아나면서 머리가 맑아졌다. 샘물을 마시고 나서 여러 가지 즐거운 공상을 하였다. 특히, 즐거운 파티를 여는 상상을 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 맑은 연못가에 아담한 배 한척이 떠 있다. 그 둘레에 아름드리나무들이 서 있고 예쁜 꽃들이 향긋이 피어있는 수목원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예쁜 고깔모자를 쓰고 온갖 탐욕스러운 과일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여자친구를 사귀는 상상도 해보았다. 학교에서 같이 밥 먹고, 공부하고, 휴일엔 근처 풍경 좋은 곳으로 두 손 꼭 잡고 놀러가는 거다. 

 

상상 속의 여자친구는 말한다. 언제든지 내가 부르면 나타나겠다고. 현실에서 진짜 여자친구를 만날 때까지 불안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 항상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솔길을 걸으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것이 있다. 힘겨울 때마다 내 마음속에도 있을 행복의 오솔길을 찾아서 산책하겠다는 것이다. 프랭크 아저씨가 존에게 무슨 일을 하다가 1분이라도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듯이 수시로 마음 산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복의 오솔길은 내 마음 한 구석에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나 자신이 찾아가지 않고 내버려 두었을 뿐이었다. 이젠 정말 나를 아껴주고 싶다. 하루 중 언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를 가장 기쁘게 해 줄 수 있는 게 뭔지를 생각하고 실천에 옮길 것이다. 또다시 불안해질 때 내 마음속 오솔길을 따라 사뿐사뿐 걸어가면서 나에게 말해줄 것이다.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이다. 스펜서 존슨은 결국 세상의 행복은 바로 나에게서 시작된다는, 어찌 보면 매우 보편적인 진리이지만 사람들이 잊고 살아가는 이 ‘행복’을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행복의 불빛이 모여서 마침내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오랜만의 기분 좋은 산책을 마치고 내려가려고 보니깐 어느 새 저녁놀이 하늘을 붉게 색칠하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노을이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변화 중 제일 큰 변화는 바로 표정에서 나타난다. 

 

학교에선 학과 친구들이 예전보다 많이 웃는다고, 뭐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사실, 특별히 기분 좋은 일이 생기진 않는다. 다만, 나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그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다.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면 불안하지 않다. 쓸데없는 걱정 대신 즐거운 상상을 마음속에 가득 채우니 자연스레 얼굴에 생기가 돌았고 학교에서 커플들을 봐도 더 이상 우울해지지 않았다. 물론 집에서도 가족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주니 웃을 일이 더 많아졌다. 학교 벤치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을하늘이 유난히 더 푸르게 보인다. 내 마음 속 행복의 오솔길, 그 작은 길을 따라 매일매일 힘차게 살아갈 것을 다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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