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7687

 

사라의 변증법 -  "두 여자 사랑하기"을 읽고

부산시 남구 감만동 강희숙

 

  

 

사랑이라 하면, 남녀간의 사랑을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가장 아이러니한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남녀간의 사랑일 것이다. 하나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것도, 그로 말미암아 사랑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 바로 남녀간의 사랑이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이라고 부르지 말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소유 혹은 집착 그것도 아니라면... 어쨌든 한 사람만을 향해 모든 것을 바치길 바라는 연인간이나 부부간의 사랑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그 이면에 숨겨진 금지된 것들이 너무 많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의 본능은 퍼지고 확대되고 나누고 어울리는 성질일 것이다. 사랑의 이런 특성 때문에 통제하기 복잡한 관계들, 가령 삼각관계 혹은 불륜으로 불리는 관계들이 자꾸 형성되는 것이리라. 이런 복잡한 관계들의 확대를 막기 위해서 제도가 만들어지고 도덕과 질서라는 울타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부일처제가 그것일테고, 한 여자(남자)가 두 남자(여자)이상을 만나면 '바람 피운다'는 말로 사회의 웃음거리로 만들기로 약속한 것이 그것일테다. 

 

이 책 <두 여자 사랑하기>의 주인공 "나" 역시도 한 마디로 줄여서 규정하자면 두 여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 채 바람을 피우고 있는 부도덕한 불륜의 주인공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하는 사랑에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는 뭘까?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이룰 수 없는 그 어떤 욕망을 주인공이 이루어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범죄자가 되고 부도덕한 사람이 되는 방법은 너무나 쉽다. 한 사람이 여러 명을 사랑하면 곧바로 불륜이 되고 범죄자가 된다. 이것은 곧 본능적인 욕망을 멋지게 어퍼컷 시킨 제도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도와 관습이 이렇게 우리의 목을 죄어오면 올수록 그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어떤 이는 보란 듯이 사랑은 없다고 전부를 부정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사랑을 안고 지하로 내려 가 사랑을 은폐시킨다. 

 

사회와, 타인과, 현재의 가치관이 인정해 주지 않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일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주인공 "나" 또한 두 여자를 동시에 지속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만한 일이라고 호기를 부리면서도, 막상 자신의 두 여자가 서로 만나게 될까 봐 전전긍긍하고, 애써 여자들을 속이고, 한 사람을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인해 악몽까지 꾸면서 스스로를 옥죈다. 그만큼 뿌리깊은 제도와 관습에서 저 혼자 독야청청 자유로울 수가 없었던 것이리라. 

 

많은 사람들은 질서 있는 삶을 원하고 또한 그렇게 살아간다. 여자(남자) 한 명, 사랑 하나, 집 한채, 하나의 명확함 - 이 '하나'에서 더 욕심을 내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선량한 심성을 이용한 제도의 힘이요, 도덕의 힘이다. 하지만, 도덕의 힘에 눌려 무거워지는 마음과는 달리 눈에 보이는 두 여자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인간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어차피 해결될 수 없으니, 나쁜 습관을 피하듯 이런 문제들을 외면하라는 이 책 속 인물, 공황장애 전문 상담자 오스발트 박사의 말처럼 주인공인 "나" 역시 두 눈을 감고 흐르는 대로 그냥 흘러가고 싶어한다. 잔드라의 멋진 오금과 이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유디트의 멋진 엉덩이 가운데 계곡 - 이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하고 싶지가 않으니까 말이다. 파국을 향한 길임을 뻔히 알면서도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이 힘 센 욕망이라니! 

 

<두 여자 사랑하기>는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랑'자체의 가치에 대해서 질문을 해온다. 모두 아무 짓도 안하고 아무 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대로 굴러간다는 착란의 변증법처럼,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해도,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사랑해도 세상은 그대로 굴러가는 것 아니냐고 이 책은 질문한다. 

 

관습과 제도를 깡그리 엎어버리는 사랑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도 묻는 듯 하다. 연거푸 부정해도 결국은 긍정으로 끝나는 변증법의 고리처럼 기형의 형태를 띈 사랑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긍정에 이르고 만다고, 이 책은 사랑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결국은 한 여자 사랑하기나 한 여자 버리기를 포기한 채, 두 여자 모두와 계속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주인공의 모습엔 사랑 그 자체에 대한 가치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아무리 부정해도 결국엔 긍정으로 끝나는 '사랑의 변 증법'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대로 남아있고 사랑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진행되는 사랑만큼 확실한 긍정이 또 있을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관습과 제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인공의 마지막 결정 - 두 여자 모두를 그대로 사랑하기로 하고, '사랑' 그것에게 더 이상 도전하지 않기로 한 결정 - 을 보면서, 내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지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현실에서 억눌린 우리네 감정들을 마지막까지 본능적 유토피아를 향한 유쾌한 결론으로 이끌어 주었기에, 이 책을 덮으면서 자유롭고도 홀가분한 대리만족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결코 현실에는 없을 사랑만이 가득한 유토피아를 향해 나아가는 쉰 둘의 주인공이 우리를 뒤돌아보며 속삭여 주는 듯 하다. 사랑은 옳다, 언제나 옳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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