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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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간 화해의 길을 알려 줄 불사조, 앵무새 - "앵무새 죽이기"을 읽고

남성여고 2학년 류희연

 

  

 

최근 서점가를 강타한 공지영씨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영화로 개봉되었다. 우연히 영화관 앞에서 찾은 포스터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찬란한 기적.’ 그 말이 며칠 동안 내 가슴속에서 머물렀다. 그 기적이 이루어진 사회는 누가 보아도 이상적인 곳이리라. 그러나 쉽사리 실현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소수 엘리트들이 다수의 소외계층 위에 군림하는 사회, 혼혈아 등 사회적 소수자가 핍박받는 사회를 우리는 피부로 느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내게 인종 차별주의라는, 또 다른 우리 사회의 ‘현실’을 깨닫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어준 책이다. 

 

서구 유럽의 정복자들이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을 노예 삼던 그 순간부터, 흑인들은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너무나 서러운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조선시대의 반상제를 보는 것처럼, 피부가 하얀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흑인들보다 우월한 대우를 받아왔다. 요즈음에는 그것이 많이 완화되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표면상일 뿐이다. 그 이면에는 여전히 암흑의 공간에서 소외받고 사는 흑인들이 있다. 소설 속 ‘톰 로빈슨’은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 

 

사람들은 무조건적으로 톰 로빈슨을 용의자로 지목해버렸다. 그러나 선한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고 했다. 그토록 불리하기만 했던 톰 로빈슨의 쪽에 서 준 사람이 있었다.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는 동네 사람들의 욕을 얻어먹으면서도 기꺼이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맡아주었다. 그의 딸이자 주인공인 진 루이스 핀치는 아버지에게 물어 보았다. 

 

“아빠는 왜 검둥이들을 변호하시는 거죠?” 후에 아버지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이고 훌륭한 예로써 대답을 해주었다. “앵무새를 죽이는 것은 죄이다. 앵무새는 우리를 위해 아름답게 노래를 불러줄 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앓기 때문이지.” 그렇다. ‘앵무새’가 답이었다. 꽉 막힌 편견으로 흑인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책속의 ‘앵무새’를 명심해야 한다. 

 

피부가 검다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건 하늘이 내린 선물이 되어야지, 그들의 죄가 되거나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흑인 뿐만이 아니다. 나아가 혼혈아 같은 사회적 소수자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고, 보듬어주라고 부탁한다. 나는 인종차별이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려다 보니 나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어느 날 부산역 근처를 지나가다 흑인들 몇 명을 보았을 때, 나는 들어온 소문 때문에 괜히 그들을 무서워한 적이 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짓고 있던 이상한 눈빛을, 그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인종차별주의를 타파하자고 정의로운 척 외치고 있는 내가, 사실은 그것에 동참하는 일원이었던 것이다. 그때 나의 삐뚤어진 생각에 ‘앵무새’가 필요했음을 이제 알았다. 

 

나뿐 아니라 지구촌 모든 사람들은 알아야만 한다. ‘인종 차별주의’라는 묵은 때가 사람들 의 가슴속에 숨쉬고 있어서는 안된다. 이 세상 곳곳에서 힘겨워하고 있을 흑인들에게 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더 나아가 세계 모든 인종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지는 날이 와야만 한다. 그때를 위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앵무새’를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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