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지로네의 파이파티로마를 찾아서 -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
부산 연제구 연산9동 연천중 김은진
행복한 가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앞치마를 두른 상냥한 엄마, 넥타이를 맨 자상한 아빠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이 꼭 좋은 가정일까. 그렇지 않더라도 운동권 출신의 잔 다르크 엄마, 역시나 운동권 출신에 세금을 안 내겠다는 무정부주의자 아빠,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사춘기 소년과, 그의 동생, 그리고 핏줄이 다른 누나까지 있는 가정도 꼭 나쁘지만은 않을까. 평범하진 않지만 나름 행복해 보이는 지로네. 엉망진창일 것 같은 지로의 집안도 나름의 행복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만의 평범하지 않은 행복을 찾으러 남쪽으로, 파이파티로마를 향해 일탈을 감행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 일탈이 다소 허망할 지라도 말이다.
우에하라 가는 평범하지 않다. 그들은 평범하지 않은 그들을 위한 평범하지 않은 행복을 찾아 남쪽으로 떠났다. 우에하라 가의 가장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소리 높여 말했다. 국민 노릇을 관두겠다고. 국가와 국민. 정말 아이러니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은 국가에 이런저런 세금도 내야할 뿐더러 국가에 의해 요구 당하는 것도 상당히 많다. 왠지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니 정말 우에하라 씨의 말이 맞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억지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국가는 국민에 대해 보호의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울타리처럼 말이다. 우에하라 씨의 무정부주의적 목소리는 단지 가족을 혼란에 휩쓸리게 할 뿐이었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아버지는 비리와 불의에도 홀로 맞섰다. 우에하라 씨의 뱃속에는 불의와 맞닥뜨리는 순간 그것을 개척하려 몸부림치는 커다란 용 한 마리가 들어있는 듯하였다. 그릇된 처사라면 누구를 상대로 하던지 올바르게 고치려는 우에하라 씨. 그는 불의의 불씨를 보고 어쩔 수 없이 빙 둘러가는 나의 얼굴을 붉히게 하였다. 불의의 불씨는 얼른 꺼버려야 하지만 그 불이 나에게 튈지 몰라 늘상 멀리 돌아가던 내 모습이 떠올라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는 나에게, 그리고 그의 아들 지로에게 비겁한 사람은 되지 말라며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지로에게 독이 되었던 가쓰. 학교폭력은 나라와 인종을 불문하고 설치는 도적떼 같다. 지로가 가쓰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가쓰의 무력에 무너지는 지로와 그 친구들도 너무 불쌍했다. 좀 더 적극적인 용기가 있었더라면 조금은 덜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키라 아저씨의 도움으로 가쓰와의 한판 싸움은 끝났지만 이 세상엔 수많은 가쓰가 약한 아이들의 주머니를 노리며 괴롭히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학교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목소리가 큰 아버지를 둔 탓에 지로는 남쪽으로 떠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다 아버지가 혼자 결정해 버린 일이었다.
정든 친구들과 집과 추억을 도쿄에 남긴 채 정글이 무성하다는 남쪽 섬으로 떠났다. 투명한 바다에 담긴 섬에서 살아가게 된 우에하라가는 또 다른 역경을 맞았다. 빈둥거리며 놀던 아버지가 지로의 눈앞에서 처음으로 일을 해서 일구어 놓은 집을 부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집을 부수고 그 자리에 리조트를 지을 건설업자들이었다. 그 섬의 영웅의 자손으로 추대 받는 아버지는 또 팔을 걷어 붙였다.
절대 순박한 섬을 천박한 자본주의에 물들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원래 섬은 주인이 없는 땅이기 때문에 그 곳에 무언가를 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왕년에 운동권의 잔 다르크라 이름을 떨쳤던 엄마도 합세했다. 불도저가 집을 뒤엎어 버릴지도 몰랐다. 가족이 정성스레 행복을 일구어 놓은 텃밭이 쑥밭이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우에하라 가는 이겨냈다. 평범하지 않은 자신들을 위한 평범하지 않은 행복을 품에 안기 위해 가족은 떠났다. 비밀의 낙원, 파이파티로마를 향해.
파이파티로마. 섬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의 낙원. 나에게는 그 파이파티로마가 어디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파이파티로마를 향해 노를 저어가고 있는가. 머릿속을 헤집어 보았다. 지로네 가족의 비밀의 낙원은 어디였을까. 과연 그들은 파이파티로마에 도착했을까. 우리가 찾고 있던 그 파이파티로마는 행복이 넘치고 웃음소리가 넘치는 가정이 아닐까. 아무런 방해도 없이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곳. 비록 그 한 명 한 명이 평범하지는 않더라도 오히려 그것이 어우러져 행복을 만들어 내는 자체가 낙원이다. 그 낙원이 바로 자신들의 곁에 있는 지도 모른 채 지금도 우에하라가의 하얀 배는 통통통 꿈의 바다를 떠가고 있을 것이다.
Chapter
- 제18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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