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5872

 

별이의 똥냄새, 사랑스러운 똥- <똥 치우는 아이>를 읽고

                                                                                         부산 남성여고 2학년 이지선

 

  

 

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쾌한 물질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덩어리 진 ‘똥’일 것이다. 요즈음은 워낙 환경 미화에 힘쓰다 보니 예전처럼 길가에 흔히 보이는, 강아지 똥을 보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길을 걷다가 한 번씩 눈에 띄는, 파리떼가 득실거리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똥이라는 비밀기지를 중심으로, 파리 대원들이 서로 신호를 보내며 보초를 서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 대부분은 똥하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지독한 냄새가 나고 병균이 들끓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매력덩어리인지도 모르겠다. 하늘이는 별이의 똥 기저귀를 척척 잘도 갈아준다. 고작 초등학교 4학년밖에 되지 않은 남자아이가 말이다. 학교를 마치고 쌩하고 집으로 달려와 학원에 나가보셔야 하는 어머니와 바통 터치를 한다. 간식주기, 밥 주기, 기저귀 갈기, 놀아주기 등등 어른이 해도 힘겨울 일을 하늘이는 잘도 해낸다.

 

그렇다고 해서 하늘이에게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한창 친구들과 뛰어 놀 시기에, 가사 일에 지친 주부의 모습이라니. 좋아하는 검도 도장도 포기하고, 컴퓨터 게임도 별이의 침범으로 인해 자유롭게 할 수 없다. 게다가 똥 기저귀라는 사나이 자존심에 금가는 별명가지 얻었다.

 

그렇다. 하늘이는 지금 가정에 ‘봉사’라는 것을 하고 있다. 그것도 ‘헌신’적으로. 헌신의 ‘신’은 ‘몸’을 가리킨다. 하늘이는 온 몸을 다해서 동생 별이에게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웃집 개가 아무리 귀여워도 그것은 단지 일시적인 감상에 불과하다. 하루만이라도 같이 있어 보라. 얼마 안 가서 그 생각을 바꾸고 말 것이다. 직접 만지고, 씻기고 하다 보면 귀여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이라고 예외가 있겠는가. 사람과 사람이 살다보면 정떨어지는 일도 있고, 못 볼 일도 많다. 요즘 사람들이 쉽게 이별하고, 쉽게 미워하는 것도 똥을 못 볼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똥도 달게 보는 하늘이와는 달리 상대방의 추함으로 끝내버리기 때문이다. 

 

하늘이가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똥을 동생과 똑같이 보기 때문이다. 별이의 똥을 아무렇지 않게 치우는 하늘이의 행동은 현대에는 가능하지 않은 육체적 사랑이다. 만일, 별이의 똥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했다면 동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신체 중 가장 아름다운 일은 ‘뒤’를 봐주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더럽고 하찮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고귀함이 느껴진다. 마치 연꽃처럼. 연꽃도 더러운 흙탕물에서 나지만, 그 어느 부분에도 흙탕물을 묻히지 않고 아름답게 피어나지 않던가. 

 

하늘이가 이렇게 똥을 만지는 것은 동생을 사랑하는 동시에 세상 전체를 사랑하는 것으로 확대된다. 모든 생물체는 배설을 하고 그 똥은 자연에 묻혀 거름이 된다. 그 거름으로 싱싱하게 자란 채소나 과일은 다시 우리 인간에게 돌아온다. 이렇게 똥은 동생에 대한 사랑에서 머물지 않고 자연을 순환하고 유지시키는 엄청난 역할을 한다. 가족애의 인식, 자연 순환의 원동력. 우리 눈엔 고작 더럽고 냄새나는 똥일 뿐이지만 이렇듯 굉장하고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니, 정말이지 위대해보이기까지 하다.

 

만약 똥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인간은 자신이 먹은 음식물들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여 병이 생기고, 어쩌면 먼 훗날 돌연변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또한 생태계에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여 결국 인류가 멸망하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사랑스러운 똥’을 지금의 문명사회에서 잘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요즈음은 재래식 화장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똥통’. 어쩌면 먼 훗날 우리가 그리워하게 될 추억의 공간이 될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대신 각 가정에는 깨끗하고 편리한 비대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살다보니, 우리는 웬만해선 볼일을 보고 바로 물을 내려버리기 일쑤다. 나도 내 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불현듯 별이의 똥냄새가 맡고 싶어진다. 

 

다시 한 번 책 제목을 떠올렸다. ‘똥 치우는 아이’. 똥. 이렇게 소중한 똥이기에 더욱 이 책이 흥미롭고 친근한 마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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