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6009

 

<스무살, 도쿄>를 읽고

                                                                                    부산 북구 화명동 금곡고 2학년 기하야진

 

  

 

오늘도 밤낮없이 공부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꿈은 바로 ‘In Seoul', 즉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가는 것이다. 나 역시 인 서울을 꿈꾸는 청소년이기에, <스무 살, 도쿄>의 소개 글을 보았을 때 무슨 내용일까 하며 책을 펼쳐본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책 뒤편 소개 글에 도쿄에 있는 대학이라면 승가대학이라도 좋다는 주인공의 말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도쿄라면 무조건 좋다는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나뿐만 아니라 지방에 사는 학생들은 꼭 서울에 있는 대학교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대도시인 서울의 에너지나, 무슨 일이든지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서울 행을 꿈꾸는 것이리라.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가진 다무라와의 만남은, 또 다른 공통점 때문에 더욱 즐거워 졌다. 바로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 도쿄에서 다무라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바로 음악 평론가. 나도 한때 같은 직업을 꿈꾸었기에 그 어느 소설의 주인공보다도 친근하게 다무라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80년대 일본 사회의 모습이 지금 한국의 상황과 매우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되는 것,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조명을 받고 있는 것, 페미니즘이 강세를 보여 여성들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된 것 등이 요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는 것 같아서 한층 더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로, <스무 살, 도쿄>는 다 읽기도 전에 나에게 아주 특별한 책이 되었다.

 

내용에 빠져 한참을 읽다보니, 조금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소설들은 세련된 단어와 아름다운 수식 어구로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이 소설의 문체는 지나치게 평범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말투를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놓은 것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문학은 언어의 예술이라고 하는데, 언어를 아름답게 다듬지 않은 것도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의 문체에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우선 일상적인 표현이라 쉽게 읽혔고, 그런 만큼 내용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사람들의 일상이 아닌가. 오히려 특별한 말로 꾸미려 하는 것 보다 우리 생활을 그대로 드러내는 문체가 더 진실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엄청난 속도감이다. 물론 책 한권에 다무라의 10년 인생을 담으려다 보니 사건 진행이 빠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배제하고 6편의 연작 중 하나만을 떼 놓고 보아도 책을 읽는 중간에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다무라의 인생 중 가장 바쁜 6일만 골라서 실은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런 숨 가쁜 주인공의 행로는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듯한, 또는 내가 주인공을 따라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다무라가 가는 대로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존 레논이 사망한 그 시점에 있는 것 같고, 그룹 ‘캔디서’의 해산 공연장 앞에서 함성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문체나 속도감 같은 특징들도 <스무 살, 도쿄>를 빛나게 해 주는 요소이지만 그래도 가장 매력적인 것은 다무라의 청춘 이야기이다. 스무 살에 다가가는 나에게 다무라의 이야기는 가깝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소설에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다무라는 사실 젊은 나이에 자신의 능력 하나 만으로 성공한 청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조그만 회사의 직원으로 시작해 여러 기업과 일하는 프리랜서가 된다. 비록 자신이 처음부터 원하던 꿈은 아니었지만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거래처 사장이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가야 하고, 일이 잘못 되면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녀야 한다. 하지만 젊음은 ‘얼마든지 실패해도 좋다는 특권’이기에 다무라는 좌절하지 않는다. 아직 모든 것이 불안하고, 무엇을 하게 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열여덟 살인 나에게 그의 이야기는 큰 감동이었다.

 

나도 하려고 마음만 먹는 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달콤한 기분’이 마구 솟구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메모해 놓은 것 중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남의 속마음을 들으면 어쩐지 나 자신까지 치유된 기분이 든다. 사람들끼리 서로 통하면 용기가 솟구친다.’ 나도 다무라 히사오의 속마음을 들으며, 그와 서로 통하는 점을 발견하며 세상을 살아갈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 소설 <스무 살, 도쿄>는 나의 스무 살, 그리고 청춘을 응원하고 치유해 줄 딸기 맛 시럽약이 될 것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