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5861

 

나는 행복에 중독되고 말았다-<노란 코끼리>를 읽고

                                                                                             부산 남일중학교 1학년 박해지

 

  

 

이혼이라는 말은 본래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일컫는 결코 어감이 좋지만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내가 이 책에서 바라본 이혼이라는 시선은 절대 어둡고 암울한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각기 내포하고 있는 원래의 뜻이 있는 법, 이혼을 한 사람들은 그만큼 아프고 힘들어 한다. 

 

요군 이라는 이미 성숙이라는 것을 알게 된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이혼한 엄마의 모습은 불안하고 위태로워 넘어질 듯 흔들리는 갈대처럼 비쳤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갈대는 바람이 세게 분다고 해서 그리 쉽게 꺾어지지 않는다. 흔들리다가도 흔들리다가도 매번 다시 자리를 찾아가는 꿋꿋한 존재인 것이다.

 

엄마는 생각보다 잘 이겨내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기분 좋은 얼굴로 들어온 엄마의 모습에 요군은 항상 덜렁대고 엉뚱한 엄마가 인식되어 궁금한 것 보다는 왠지 모를 불길함이 더욱 엄습한다. 엄마는 뜸을 들이더니 자동차 운전 연습을 하고 왔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오래 지나지 않아 집에는 노란 작은 자동차가 한 대 들어서게 되었다. 노란 코끼리라고 이름 붙인 그 자동차에서 일어나는 작고 큰 사건들은 사람들로 인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으며, 가슴 찡한 감동을 호소력 있게 끌어내기도 했다. 

 

요군의 가족은 바쁜 시종일관 속에서도 작은 행복들을 찾아서 누렸다. 사람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항상 행복이라는 것을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하지만 정작 가질 수 있는 수수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내가 행복과 감미로움을 함께 느끼는 장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탁 트인, 넓은 하늘 속에 감미로운 노랫소리 같은 부드러움과 편안하고 아름다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 중 하루에 하늘을 세 번 이상 올려다보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하늘만 수십 번 올려다본다고 해서 그런 짙은 감회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하늘 보기를 즐겼고, 하늘을 보면 행복하다. 

 

만약 당신이 서럽게 울어 본 적이 있다면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밤하늘. 밤하늘은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신비로움을 내뿜는다. 요즘 심각한 도시화 문제로 별들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저 까만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밤하늘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하늘을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비 오는 회색 빛 하늘도 좋아하고 구름이 떠 있는 푸른 하늘도 좋아하지만 구름 없는 그저 파랗기만 한 가을 하늘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둠 없는 공간은 아름답지 않고 고통 없는 삶은 파란만장하다고 할 수 없듯이 나는 구름 없는 하늘을 상상해 본적이 없다. 

 

무조건 아름다운 푸른 빛 만 감도는 것 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가려주는 하얀 흔적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항상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면 과연 자신들이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부귀영화를 누리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무조건 부자라고 해, 행복한 사람들은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실수와 위로로 인해 사랑이 깊어지고, 다툼과 화해로 인해 가족애가 두터워진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면 행복할 것이라고 수 백 번 생각하는데도,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수수한 행복을 뿌리치기가 힘이 든다. 힘든 상황 일수록 곤경에 빠져 있을 때 일수록 자꾸만 찾게 되는 그 신비로움 속에 중독된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감당하기 힘든 행복에 중독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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