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305

 

딸을 위한 변명 - <좌안>을 읽고

                                                                                                   서구 부용동 최순남

 

 

 

딸 은혜 에게! 

 

엄마는 「좌안」 을 읽으면서 너의 모습을 함께 떠올렸단다. 이 소설은 소꿉동무인 남녀가 인생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안타까운 사랑을 이어가는 사랑이야기인데, ‘마리’ 라는 여자주인공의 삶을 따라가면서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하면서도 안타까운 점들을 느낄 수 있었어.

 

‘마리’는 대학교수인 아빠와 원예에 관심이 많은 엄마를 두었지만 총명하고 영특한 오빠 ‘소 이치로’ 와는 달리,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친구 사귀는 일에도 관심이 없어 왕따를 당하기도 하는 소위 부모가 걱정스러워 하는 소녀였어. 하지만 춤과 노래에는 남다른 ‘끼’를 지니고 있는 아이였지. 나이트클럽에서 알게 된 종업원과 사랑에 빠지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남자를 따라간다. 사랑하는 남자만 있으면 이 세상 어디라도 따라갈 수 있다고 다짐 했지만, 허무하게 끝나고 만다.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검정고시를 거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지만 길에서 우연히 알게 된 남자와 연애를 하고 아이를 갖게 되는 바람에 대학을 중퇴하게 되고 말지. 엄마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춤과 노래와 술을 좋아하는 ‘마리’는 자신의 처지나 환경은 생각지 않고 자신에게 찾아오는 순간적인 감정에만 충실한 소녀인 것 같았어. ‘마리’는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고 이별 또한 가볍게 한다. ‘마리’의 부모는 언제나 딸이 잘되기만을 바랄 뿐이며 묵묵히 바라만 본다. 하지만 계속되는 딸의 불행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 듯 했어. 

 

은혜야, 지금 너의 생활은 어때? 

대학생이 된 후 거의 매일 밤늦게 귀가하는 너는 마치 ‘밤 문화’에 푹빠져 사는 것 같았다. 학교생활, 종교 활동, 친구사귀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마치 엄마의 걱정 따위는 성가시다는 듯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너를 볼 때면 처음에는 화가 치밀더니 마침내는 바라만 볼 뿐 할 말을 잃게 되더라. 가족이 대화를 끊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남’이랑 뭐가 다르겠니? 너는 간섭 하지 않아 좋을 거라고 생각하니? 

 

언제였던가……. 

우리가 다니는 성당의 성탄전야제에서 너의 뛰어난 춤 솜씨를 보고 엄마는 깜짝 놀랐어. 딸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죄책감마저 들더구나. 정말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춤이었고 장내는 흥분의 도가니였어.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너는 이 책의 주인공 ‘마리’와 기질이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엄마가 조금 염려가 되는 건 기우일까? 

 

재능 많은 우리 딸 은혜야! 

엄마가 갖지 못한 기질을 타고난 네가 자랑스러울 때도 있어. 너의 재능은 의아할 정도로 엄마를 닮지 않았지만, 그래서 엄마가 너를 이해해주지 않는 다고 불평이지만 언뜻언뜻 스치며 지나가는 사소한 행동거지 사고방식 등에서 엄마의 소녀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너는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딸인 걸 어쩌겠니? 

이 소설 속에서 ‘마리’ 에게는 ‘마리’가 혼자 키운 ‘사키’ 라는 딸이 있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미술공부를 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 가 뛰어난 성적으로 엄마인 ‘마리’를 기쁘게 한다. ‘사키’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것 같았어. 

 

그래서 말이야, 너도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어. 엄마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위의 시선과 사회적인 체면 등을 의식하면서 살다보니 일이 재미없을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어. 엄마처럼 사는 삶 보다는 네가 설계하고 꿈꾸었던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더 없이 너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은혜야! 

너의 미래에 대하여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니? 5년 후, 10년 후……. 끔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힘든 일도 있을 거야. 이 세상이 네 편만 되어 주면 얼마나 좋겠니?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은 꼭 해내야만 한다는 걸 너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매일매일 밟는 한 발자국이 쌓여서 너의 미래가 되는 거라 생각하면 오늘 하루도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되겠지. 엄마는 네가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던 기도하고 응원해 줄게. 

 

날씨가 상당히 춥다. 이번 겨울은 엄마랑 너의 20살 기억에 남을 ‘추억 만들기’ 한번 계획해보지 않으렴?

 

                                                                                     2009. 10. 20. 밤늦은 시간 딸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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