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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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16:51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해운대구 좌동 변민지
내 심장을 쏴라, 제목을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과 함께 묘한 궁금증이 피어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과연 경이로운 생명의 시초인 심장을 겨눌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한시도 쉬지 않고 뛰며 우리를 욕망의 동물로 만들어 주는 심장을 무엇으로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승민이와 수명이가 마치언제 어디에선가 본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들이 있었던 곳은 미친 사람들이 수용된 곳, 사회 부적응자들을 위한 정신병원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모습이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자살, 우울증, 살인과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를 무심하게 내뱉고 장난스럽게 따라하고 있다. 정신이 육체를 장악해 버린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리니 현대인들이 바로 내가 수명이와 승민이였던 것이다.
24세 이수명은 어렸을 적 어머니의 자살을 목격한 뒤 자신을 은폐하고 세상을 등지려는 남자이다. 세상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그는 이제 스스로를 버리고 정신병원에 수용된다.승민이는 재능 있는 패러글라이딩 선수였지만, 불의의 사고와 함께 점점 멀어져가는 시력을 비관하며 세상을 향한 반발심으로 방화를 저지르고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수용된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정신병원에 왔지만, 그들은 공통된 하나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스스로를 가두려고 하는 마음의 병이다. 육체의 병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마치 불치병에 걸린 것으로 취급해 버리고, 각종 약물과 폭력으로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하게 만들어버린다. 약물은 일종의 눈 속임수였지 그 어떤 상처가 아물 때 까지 지켜주고, 함께 세상으로 날아갈 준비를 한다. 하지만 그 준비 과정이 순탄치만 않다. 자신들 앞에 놓여진 수많은 장애물에 넘어지고 좌절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더 강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왜 그들처럼 더 단단해 질 수 없는 것일까. 아직 제대로 부딪혀 보지도 않은 22살의 나는 왜 벌써부터 겁을 먹고, 어떻게 하면 이 순간을 피할 수 있을 지만 고민하며 살았다. 내년 초, 아프리카 장기 해외봉사를 떠나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왔다. 그런데 아직까지 나는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고, 머릿속에 맴도는 두려운 생각들에 휩싸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명이와 승민이의 도전과 실패, 그리고 드디어 세상으로의 탈출을 보면서 수차례 실패가 스스로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 준다면 서둘러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마음이 조급해져오고,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수명이와 승민이의 만남은 ‘숙명’이다. 그 어떤 깊은 사랑을 나눈 연인보다, 맹목적인 희생을 주는 부모와의 사랑보다 더 진한 것이다. 둘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수명이와 승민이는 더욱 끔찍하게 자신을 망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정신병원을 탈출하는 긴 여정들을 읽으면서 그 모습들이 머릿속에 펼쳐지는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으로 가득했다. 잔잔한 안개가 끼여 있고,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언덕을 날아다니는 하얀 천사들이 바로 그들인 것만 같았다. 그 두 천사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마음이 뭉클해지고 내 눈에도 희뿌연 안개가 낀 것만 같았다. 마치 수명이과 승민이는 엄마의 자궁 속에서 갓 태어난 새 생명 탄생의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들 같았다. 비록 둘은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한 셈이다.
언젠간 수명이와 같이 어둠의 시간 속에서 혼자 헤매고 친구를 본다면 말해주고 싶다. 그래, 우리 모두 진흙 구덩이를 허우적대는 인간일 뿐이야.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어떤 깊고 지독한 구덩이에 빠졌다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있어. 되지도 않을 무모한 발버둥이라도 좋고, 바보 같은 짓이 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좋아. 시련과 고통 끝에는 언젠간 너를 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깐. 우리의 심장을 겨누고 있는 세상에게 소리치자! 우리의 심장을 향해 쏘아봐, 그럴수록 우리는 더욱 강해질 뿐이니깐!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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