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306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금명중 1학년 김민승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어느 날 내가 죽는다니 정말 섬뜩한 말이다. 처음에는 눈에 띄는 제목이라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나니 정말 좋은 책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었다. 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민 많은 청소년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벌써 여러 번을 읽었지만 질리지 않고 감동을 주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평범한 중학생인 유미와 재준이다. 유미는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랑 새아빠, 동생과 함께 산다. 개방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 자유분방하고 쿨한 성격인 유미다. 재준이는 아프신 엄마 때문에 부모님 말만 듣고 자라 온 범생이지만 채플린을 좋아해 채플린만큼 멋진 희극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유미와 재준이는 성별은 다르지만 둘도 없는 단짝으로 서로 고민을 나누고 공부도 같이 할 수 있는 정말 멋진 사이다. 얌전하고 여자 같던 재준이와 터프하고 남자 같은 유미는 정말 환상의 짝꿍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유미가 자기가 지은 가사를 완성했던 날, 재준이는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로 죽게 된다. 유미는 재준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재준이 엄마가 준 재준이의 일기장을 읽으며 재준이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고 재준이를 그제서야 비로소 재준이의 죽음을 인정하고 떠나 보낸다. 

 

재준이가 남기고 간 일기장의 첫 장에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라고 적혀 있었다. 재준이는 자기가 죽으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일기를 썼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걸까? 정말 궁금하다. 어쩌면 진짜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죽기 직전의 사람은 자기가 죽을 때를 알 수 있다고도 하니까. 나는 재준이가 충분히 멋진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너무 짧게 살다 가서 안타깝고 슬프기도 하지만 평생에 남을 친구도 있었고,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름다운 사랑도 해 보고, 자기의 꿈도 가져 보고 말이다. 나는 그 셋 중 아직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그 아이들에 비해서는 한참 어린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는다. 한 번도 내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있었다면 단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아닌 죽은 뒤의 세계(?)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죽는다? 나는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은 평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시겠지만 친구들이나 선생님,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는 그냥 한순간의 이야깃거리가 되어 버릴 뿐이다. 내가 죽으면 지금 친한 친구들은 잠시 슬프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는 기억이 되어 버릴 뿐이다. 나란 사람이 이런 존재밖에 되지 않았다니! 억울하고 분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부모님만 아니었어도 이미 죽었다. 결국 마지막에 그렇게 될 거면 왜 살아야 하지? 학교에서 나름 친하게 지낸다고 생각했던 친구들도 반이 바뀌고 학교가 나누어지면 서먹해지고 어색해진다. 1년 동안 죽도록 붙어 다니고 가족에게 못할 비밀얘기까지 서로 나눈 친구들인데 그만큼도 안 되는 시간동안 싹 지워질 수 있다니. 내가 진짜 죽어 버리면 누가 나를 기억해줄까? 나는 죽기 전에 엄청난 업적을 쌓고 죽어야지. 그래서 내 인생이 위인전에 남아 내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잠시라도 이 세상에 살았다는 흔적을 남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옳은 것일까 생각도 된다. 단순히 나만의 이기심은 아닐까? 어린 아이가 떼를 쓰고 있는 것만 같다. 이 세상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이기심으로 흔적을 남기고 가려고 한다면 이곳은 엉망이 될 것이다. 그냥 깨끗하고 조용히 떠나는 게 나은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어떤 흔적을 남기는 것이 좋은 방법일지 뭐가 맞는 것일까? 너무 어렵다. 내 부족한 생각으로는 아직 알 수가 없다. 나중에 내가 조금 더 자랐을 때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생각을 이렇게나 많이, 길게 하다니 정말 놀랍다. 이 책 덕분에 내안의 내가 한층 자란 느낌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다. 그때는 감상이 또 다를 것이다. 내가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이 책, 유미와 재준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 그런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에게도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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