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302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고

                                                                                                   문현여고 2학년 김아름

 

 

 

심적으로 큰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인 고2 2학기. 어떻게 보면 책 한 권 읽는 시간마저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와 감동을 넘어서서 깊게 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요지를 마련해 주는 책이라면 다르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책이다. 유미에게 있어 재준이와 같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의 의미. 또 삶의 끝인 죽음의 의미. 나는 이 두 가지 내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우선, 과연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 같이 떠들고 웃고 장난치고 밥 같이 먹는 것이 진정한 친구일까? 아니면 힘들 때 서로 격려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일까? 사람들은 진정한 친구라고 하면 흔히 후자의 친구를 선택한다. 기쁠 때보다 슬플 때 누군가에게 더 기대고 싶고, 또 그러한 시기에 도움을 받게 되면 더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감동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두 가지 경우 모두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쁠 때 함께 기뻐하는 친구나, 슬플 때 같이 슬퍼해주는 친구나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친구 중에 가정환경이 너무 안 좋아져서 혼자 친구의 집에 얹혀살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가 있다. 친구는 힘들게 아르바이트하여 번 돈으로 부모님과 동생이 쓸 수 있게 집에 보내드리고, 남은 돈으론 자신의 학비를 내야하는 정말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친구는 나와 5년간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그 친구와 함께 생활하며 우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 나에게 정말 편하고 푸근한 엄마 같은 이미지로 다가와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린 우리. ‘누군가가 가장 친한 친구가 누구니?’ 라고 물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그 친구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했다. 우리는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하여 예전과 비해 조금은 어색해져버렸다. 하지만 우린 종종 만나서 같이 놀면서 예전의 우정을 계속 지속해나가고 있었다. 그런 친구가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친구의 얼굴에는 철없던 중학교시절 같이 떠들고 웃고 장난치던 해맑던 표정이 없었다. 어느새 힘든 시기를 겪으며 철이 들어버린 친구를 보며 우린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응원과 위로를 해주러 온 우리가 힘이 빠져 있으면 어쩌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어 애써 밝은 척을 해 보았다. 친구도 그런 우리의 마음을 읽었는지 웃어주었다. 환한 미소가 아닌 쓸쓸한 미소를 말이다. 우린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던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생활용품을 전해주었다. 선물을 받은 친구는 너무 고마워했다. ‘겨우 이정도가지고 그러면 어떡하니. 우리 우정이 겨우 이 정도였냐’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며 다시 예전처럼 활짝 웃어보는 우리였다. 이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헤어질 때가 되었다. 친구는 우리에게 ‘역시 나에게 진정한 친구란 너희들이다. 요즘 너무 힘들어서 계속 우울했는데 너희들을 만나서 이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마음이 시원해진다. 내가 친구 하나는 잘 뒀다고 생각한다.’ 라는 말을 했었다. 사실 난 친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친구의 그 말 한마디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의 작은 노력으로 친구가 기분이 좋아졌다니. 힘든 삶속에서 웃음을 되찾은 친구를 보며 우린 뿌듯하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음에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 우리가 사서 바로 너 만나러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우린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이때 나는 느꼈다. ‘힘들 때 힘이 되어 주는 것 외에도 같이 웃어주고 기뻐해주는 것 또한 진정한 친구의 의미가 아닌가’라고 말이다.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잊고만 있었다. 나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친구를 말이다. 하지만 오늘 난 친구를 통해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로 나에게 있어선 죽음이란 무엇일까?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죽는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언젠가 는 죽게 된다. 가끔 나는 내가 죽는 것을 상상해본다. 주위 사람들이 나와 함께 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슬퍼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재준이가 그랬던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니 정말 무서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을 상상해보니 죽는 것은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다. 죽음이 두려워졌다. 

 

그런데 요즘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좌절과 실패를 겪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 좌절과 실패를 극복해나가며 더욱 더 성숙해지는 것이 사람이다. 나도 언젠가는 모든 실패를 겪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며 살아가야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시간에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어차피 한번 살 인생 마음대로 살다가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있어서 삶이란 힘들고 고단한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커서 꼭 성공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지’와 같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삶이란 하루하루가 설레이고 뜻깊은 존재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는 죽음이 아닌 자살을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그 사람들도 힘들고 더는 기댈 곳이 없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기댈 곳은 충분히 많다. 학창시절 나와 함께 했던 친구들, 부모님, 나에게 공부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들.... 요즘 시대의 인간들은 기계적인 삶을 살아가며 뒤를 돌아볼 시간의 여유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극단적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삶을 되돌아보자. 또한 주위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서로에게 힘을 주자. 그런 삶이야말로 죽음의 문턱에서 바라볼 때, 뜻 깊고 의미 있는 삶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를 읽으며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느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느라 소비한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삶을 살아가며 가장 중요한 것들 중에 하나인 죽음과 친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미를 되짚어 보는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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