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45

만약,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 <7년의 밤>을 읽고 - 

                                                                                                                                    

        제주함덕고등학교 2학년 이소현

 

 

어둠 속에서 책을 읽었다. 집의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블랙아웃상태가 된 것처럼 주변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그 어둠이 나를 금방이라도 삼켜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끊이지 않아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었을 때, 드디어 보이는 빛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만약’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독후감을 쓰기위해 텅 빈 공책을 바라보면서 30분 동안 내가 쓴 글자는 오로지 ‘만약’이라는 한 단어뿐이었다. 한참을, 내가 왜 그 단어를 적었는지 고민했다. 읽은 책을 뒤적이다가 책 속에 수많은 ‘만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만약은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라는 것도 기억해냈다. 내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만약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 때 내가 그랬더라면, 내가 그 때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난 후에 남는 것은 항상 후회뿐이었다. 그 당시 상황을 넓게 볼 수 없던 내 자신에 대한 후회. 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책 속의 주인공이 낯설지 않았던 것 같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아니, 주인공들은 모두 끊임없이 만약을 되뇌었기 때문에.

 

사건의 시작 역시, 만약이 빠지지 않았다. ‘만약, 세령호에 가지 않았더라면, 만약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면, 만약 무면허만 아니었더라면 아이가 죽지 않았을 텐데, 병원에 아이를 데려갈 수 있었을 텐데,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끝임 없이 만약이라고 되뇌는 현수가 벌인 살인사건은 ‘세령’이라는 여자아이를 호수에 빠뜨리는 계기가 되었고 자신의 아내가 죽고, 아들이 세상에서 몰아나도록 만들었다. 죽은 딸의 아버지인 영제는 자신의 완벽한 가족상을 없앤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주변의 인물을 추적한다. 그리고 살인자의 아들이라 불리는 서원은 모든 일을 끝내기 위해 만약이라는 가정을 세워서 문제를 해결해 낸다. 책 속에서 사건이 진행되는 모든 순간에는 만약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만약을 찾는 것은 비단 책 속에서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매 순간 ‘만약’을 찾고는 했다. 과거를 회상하면서도, 미래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도 항상 가정을 해왔다. 그리고 잘 되지 않았으면 다시 그 단어를 꺼내서 후회하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 그래도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고, 그렇기에 결국 지금은 이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되뇌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일지도 몰랐다. 항상 나에게 반성은 없었고, 발전 또한 있을 수 없었다. 책 속에서 주인공들도 항상 만약이라고 말하며 상황을 가정했지만 그들은 자신의 삶에서 후회를 하기 보다는 되새김을 통해 일어날 미래에 대한 대비를 했고, 자신의 행동을 고쳐나갔다. 나는 다시 나를 되돌아보았다. 어쩌면 책을 읽는 동안 주위가 어둡게 느껴졌던 것은, 오로지 책만을 바라보아야 했던 것은 이런 나를 한심하게 여기는 나의 이면이 자신을 깨달으라고 가슴 속으로 떠밀었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늘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라.’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부모님은 내가 조금 더 많이 경험해보고, 도전해 보는 것을 권장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늘 내가 더 발전하길 바랐던 두 분의 마음을 ‘네 마음대로 해 보아라.’라고 오로지 내가 원하는 대로의 해석을 하고 행동하고는 항상 만약을 외쳤다. 물론 약간의 후회를 곁들어서.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내가 후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지 여전히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히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주인공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려고 했다. 그러다 서원이의 꿈에서 항상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세령이를 보았다. 서원이는 그 꿈을 통해 매번 자기 자신을 기억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게임을 할 때 술래가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아야 하는 것처럼 나는 항상 나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과거형의 만약이 아닌, 미래의 만약을 통해 나 자신을 바꾸고, 후회하지 않은 행동을 선택해야했다. 그것이 내가 자기합리화를 하지 않고 소신 것 살아갈 수 있는 첫 걸음이자,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인 것이었다.

 

7년의 밤을 읽으면서 내 지난 17년의 밤을 되돌아보았다. 사실 이 스릴러 작품을 읽으면서 왜 갑자기 나에 대한 반성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인공들을 통해 나는 자신을 볼 수 있었고 내가 선택을 해야 할 때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 상황을 내다보는 등 조금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현수는 사고가 일어난 당일을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이라고 표현해냈다. 그리고 책을 덮은 오늘 밤은 나에게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이 되었다. 현재까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바꾸게 노력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변화구를 나의 공으로 만들어 저 먼 곳까지 곧게 날아갈 수 있도록 도전하는 것이다. 책을 읽을 때와는 달리 지금, 눈앞에는 밝은 빛이 가득하다. 앞으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위해 나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과거형의 만약을 사용하지 않고 보다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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