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50
품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박희주


코가 땅에 박히도록 힘들거나 이렇게 버티고 있는 내가 치졸하게 느껴지는 날에는 누군가 나를 안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품에 안기면 그 사람의 목덜미에서 시원한 바람 냄새가 나고, 나에게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그 울림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등을 한 번 쓸어 줄 때면 모든 슬픔을 털어 내주는 듯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아무런 말없이 품만 내어준다면 그 사람의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계의 초침처럼 숨 가쁜 듯 느린 심장소리를 들으며 성이 난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래서 그런 날에는 누군가를 만나 힘껏 안고 싶다. 누군가의 품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이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펴고 씹어 읽어본다. 소제목에 구애 받지 않고 종이를 날리다가 마음이 가는 구절을 천천히 입으로 읊조리기도 하고 빈 종이에 정성들여 쓰다보면 누가 꼬옥 안아주듯 평온해지며 기운을 얻는다. 

[내가 나임을 온전히 허락하는 순간 내안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껴안아주는 순간 존재 안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도, 또한 될 필요도 없습니다.]

요새 나의 분위기를 바꿔준 문장이다. 문장 하나로 무슨 분위기까지 바뀔까 생각할 법도 하지만 주변사람들이 나를 보면 하는 말이다. 난 사실 내 속사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게 편했고 내 생각과 감정은 말하지 않고 담아 두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보여주지 못한 채 다가가기 힘든 동료이자 친구가 되었다. 서로 인사하고 대화하지만 어려운 사람. 그게 나였다. 사근사근하지 못한 성격도 한 몫 했으리라. 그런 성격 탓에 회사 생활은 힘들기만 했고 그만둘까 마음먹은 날도 많았다. 친한 친구들과 힘든 회사 생활을 털어놓는 대화 방에서는 앞가림 못하는 찡찡이가 되어 있었다.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었지만 이미 되돌리기는 늦어버렸고 억지로 다니던 중 부서를 옮기며 기회가 왔다. 스님의 말처럼 나의 투박한 성격과 표현법을 고백했다. ‘네,네’하고 짧은 대답을 하는 건 대화를 끊고 싶은 게 아니라 알아듣고 빨리 해주고 싶은 마음이고 말주변은 없지만 항상 옆에서 듣고 있는 사람이라고 알렸다. 

진심어린 자기소개는 통했고 소소한 에피소드가 늘어나며 새로운 동료들은 나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해 털털한 새침이가 되어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내가 네모라면 상대는 동그라미이기에 맞추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럼 나를 깎아 동그라미가 되어야 할까? 동그라미가 되는 과정을 버텨내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네모난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기로 했다. 덕분에 나의 매력과 장점을 주변에서 찾아봐 주었고 전에 없는 밝은 분위기의 사람이 되었다. 

[무엇을 정말로 열심히 하는 분들을 보면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면서 본인 스스로를 자꾸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잊은 채, 그 일과 혼연일체가 되었을 때 그 매력이 보여요.]

주변과 자꾸 비교하게 되고 의기소침해지는 날에는 이 문장을 읽는다. 하나를 배우는데 무디고 꼼꼼하게 배우는 머리이다 보니 나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샘도 나고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을까 싶어 어찌했냐 물으면 ‘그냥 했다, 열심히 안했는데 되더라.’라는 대답을 듣고 더 속을 끓이곤 했다. ‘내 노력이 하찮은 걸까, 자기들도 열심히 했으면 열심히 했다 솔직히 말을 하지 내 노력은 아무것도 아닌 것 마냥 쉽게 했다고 자랑을 하다니. 아, 멍청한 것 같아.’ 전형적인 자격지심에 꼼수만 부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못난 모습이 싫어서 책을 펼쳤던 날, 남과 비교하는 마음은 버리고 정말로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매력이 있다는 스님의 말에 내 열정과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고 즐기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 했다. 무슨 일을 하든 좋은 결과를 보면 더욱 좋은 일이고 이 과정을 통해 즐거운 마음과 실력을 기르자 마음먹으니 실패에도 의연하고 집중력과 결과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주변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기분이 좋았지만 다른 어느 것보다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가장 큰 기쁨이었다. 그래도 일에 치이다 보면 이 마음을 잊을 때가 있어 종종 다시 보고 힘을 얻는 글귀이다. 

다 괜찮다 말을 듣고 이해받고 싶은 날이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이 책을 짚어보며 위로 받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것이다. 이 책을 한 두시간만에 읽고 꽂아둘 자기계발서 정도로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외롭고 힘들다는 마음이 들 때 한 문장씩만 읽기를 추천한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편안하고 밝은 사람이 되고 나를 깎아 내리지 않고 즐기는 사람이 되어 가듯이 그 한 순간 한 문장만 읽으면 가슴에 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다 읽지 않아도 전체를 읽은 것과 같다. 이 책이 안아주는 품에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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