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
임문호
중학교 시절 내 별명은 ‘선생 아들’이었다. 초등학교 때보다 넓어진 아이들의 관심이 아버지의 직업으로 번졌고, 중학교 국어교사였던 아버지 덕에 부담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아버지는 교사라는 직업의식보다는 직장인으로서 출근한다는 개념으로 교편을 잡고 있었다. 중학교를 거쳐서 고등학교에서 보았던 교사들 역시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시 고등학교에서는 고3 수험생 몇 명을 서울대학교에 합격시키느냐가 최고의 관심사였고, 대부분 아이들은 서울대학교에 갈 동창들을 위해서 공납금을 내어 학교를 유지하는 일에 일조하는 게 본분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들이 지금의 고등학교에도 남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본문이 시작되기에 앞서 작가는 주인공 강교민이란 이름은 무슨 뜻의 줄임말일까 하고 독자들에게 의미심장한 퀴즈를 낸다. 주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말 때문에 사건 현장에서 증거를 찾는 형사가 된 심정으로 정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장면이 많아서 글을 읽는 중에 오래전 모 중앙지에 나온 기사가 먼저 떠올랐다.
서울 강남으로부터 대거 인구가 유입되면서 경기도 한 도시의 뉴타운에 신흥 명문고등학교가 생겼는데, 인근에 있던 구시가지와 그곳에 사는 아이들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이 학교와 재래시장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명문고등학교의 남녀 학생이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보면,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역시 연애도 잘한다는 칭찬을 하지만, 구시가지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지나다니면 공부도 못하는 애들이 연애질이나 한다는 말을 줄곧 한다는 것으로, 시장은 구도심과 신시가지의 완충지대가 아니라 장사꾼들의 생계의 터전일 뿐이며, 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돈 많은 손님과 그렇지 않은 손님으로 장삿속으로만 구분하듯 학생들을 그런 시각으로 나눠본다는 기사였다.
주인공 강교민은 이규형 감독의 영화 ‘공룡 선생’에 나온 김영웅 선생과 비슷한 모습이다. 이미 멸종된 공룡의 모습에서 사라져 버린 교육자상을 발견하려고 했다는 감독의 말이 새삼스럽게 기억나기도 했다.
공부 못하고 찌질이로 분류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말을 할 줄 아는 교사 강교민은, 모의고사가 끝나고 전교등수를 복도의 벽에 붙이는 행위를 지시한 교장의 횡포에 맞서는 행동파이기도 하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두 가지 중의 하나인 수치심을 느끼는 일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또 하나 아이들이 싫어하는 게 혼자 밥 먹는 것인 줄 알고 아들을 위해서 일찍 아내를 전업주부로 만들었다. 가정에서나 직업으로서나 교육자는 제2의 성직자라는 페스탈로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다.
주인공 강교민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난다. 왕따, 학교폭력, 가출이라는 3대 문제가 모두 이야기에 녹아있다. 친구 아들인 유지원의 자살소동과 대안학교로의 전학, 일진들의 식판을 치우고 빵셔틀과 반성문을 대신 써주기도 하지만 의사가 되는 것을 소원하는 부모님을 위해 수모를 견디는 유지원의 친구 서주상, 프랑스로 유학 가서 디자이너가 되려는 계획의 첫 단계로 수학학원 등을 그만두자 친한 반 아이들로부터 부러움을 사서 은따(은근한 왕따)를 당하는 예슬이 같은 중학교 3학년들의 이야기에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강교민의 이종사촌 여동생이며 초등학교 교사인 이소정이 나온다. 자기 반 아이인 한솔비의 오빠 한동유는 가출을 했고, 고생 끝에 한동유가 유명 만화가를 찾아가서 만화 그리는데 소질이 있다는 장래보증서를 받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희망적인 내용을 말하기 위해서다. 중2병에 대한 이야기였다. 큰 마트 창고에서 짐나르는 알바를 하는 배동기가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못해 그들에게 맞서 싸우다가 퇴학당하는 것을 보고 강교민은 교사로서의 한계를 느끼지만, 편의점에서 밤샘 알바를 해서 생계를 잇는 김창배에게 시를 쓴 묶음을 건네주며 용기를 주었고, 방학 때 원정알바를 했는데 야근 수당과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 윤병서를 도와서 밀린 돈을 다 받아 주기도 한다.
강교민과 이소정 외에도 의식 있는 교사가 2명 더 나온다. 대장장이인 친구 아버지 밑에서 대장장이로 살겠다는 최윤섭을 도운 이재균 교사와 혁신학교를 졸업하고 디자이너가 된 송채연을 도와준 혁신학교 임기범 교사이다. 경쟁 아닌 협력, 주입 아닌 토론, 배제 아닌 배려라는 교육 방식을 실천하는 교사들이다. 이들이 있어 아직 희망의 불씨도 남아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이런 모든 사건은 현재도 진행형이며 이런 문제들과 상관없이 대치동 밤거리가 활기차고 휘황하듯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걱정이 앞서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작가는 일본식 암기교육으로 급속성장을 했지만, 한계가 왔고 돌파구는 서양식의 토론 교육을 통한 창의력 계발이며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를 통해서 교육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나는 미국의 세이트존스 대학교의 수업 방식과 ‘하브루타’를 해결책에 보태고자 한다. 학과나 전공 없이 졸업할 때까지 100여 권의 다양한 고전을 읽고 토론식 수업을 하는 세이트존스 대학교는 학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그 주제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임을 깨닫게 하고 대학 교육을 통해서 스스로 긴 안목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을 그리게 한다. 또 한가지, 유대인들의 질문과 토론을 통한 공부방법인 ‘하브루타’를 통해서 대화하고 소통을 통해 학습력을 키워갈 수 있는 교육법도 병행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내 바람이다.
독후감에 맞지 않게 기억나는 데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은 것은 작가가 주인공에게 이름을 붙인 이유가 있듯, 제각각 개성을 가진 인물이 이름에 투영되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이외에도 수많은 이름이 나오고 그들은 이름처럼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엄마는 sky대학에 자식을 넣고 싶은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래서 나름대로 깨달은 주인공 강교민이란 이름은 ‘강력한 교육 민주화’의 줄임말이 아닐까 한다. 정답이길 바란다.
Chapter
- 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정유진 / <채식주의자>를 읽고 -
- 대상(학생부) - 이한나 / 부산 동여고2학년 <카피책>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박영숙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 금상(일반부) - 임가영 / <채식주의자>를 읽고
- 금상(학생부) - 강우림 / 목포 덕인고2학년 <1그램의 용기>를 읽고
- 금상(학생부) - 이소현 / 제주 함덕고2학년 <7년의 밤>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박희주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은상(일반부) - 임문호 /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최윤하 / <채식주의자>를 읽고
- 은상(학생부) - 박준영 / 여명중학교 3학년 <바그다드 우편배달 소년>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임승민 / 경주고등하교 2학년 <1%로 승부하라>를 읽고
- 은상(학생부) - 조용준 / 서령고등학교 1학년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기>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노영일 /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백선영 / <라플라스의 마녀>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서진주 / <완벽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사랑>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손혜미 / <채식주의자>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조민정 / <채식주의자>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명현 / 초연중 3학년 <카피책>을 읽고
- 동상(학생부) - 임하진 / 예원초4학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읽고
- 동상(학생부) - 정다혜 / 장유초5학년 <공자 아저씨네 빵가게>를 읽고
- 동상(학생부) - 장유진 / 개금여중3학년 <7년의 밤>을 읽고
- 동상(학생부) - 조수빈 / 예원초 6학년 <구름>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