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243

정철이 말하는 카피 - <카피책>을 읽고 - 

        

                                                                                                                                     초연중학교 3학년 김명현

 

 

정철! 

글을 읽고, 글을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현 시대 최고의 카피라이터! 카피는 짧게, 임팩트 있게 어떤 것에 대해 설득하는 글이다. 카피라이터는 이 카피를 쓰는 사람이다.

 

내가 정철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학기부터 국어 선생님께서 짧은 글을 읽어주시면서 부터이다. 짧은데 묘하게 이치를 담고 있어 호기심이 생겼다. 요즘에도 선생님께서 정철 작가의 문구를 자주 읽어주시는데, 가슴에 와 닿는 문구가 많다. 

 

[가족 : 가까이서 보면 여러 명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이다.] 

 

선생님께서 마음에 드는 문구라고 읽어주신 문구 중 하나다. 이 문구는 공감이 많이 간다. 나도 다른 가족들을 볼 때 서로서로 팔로 감싸 안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우리 가족을 다른 사람들이 볼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잘 드러낸 문구여서 아주 좋아한다.

 

열여섯, 나는 겁도 없이 꿈이 많다. 그 꿈들 중 하나가 시인이다. 시인도 카피라이터와 비슷한 점이 많다. 카피처럼 시도 짧고 임팩트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둘 다 내재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카피는 단지 좀 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고, 광고를 목적으로 하는 것, 짧은 줄글형식이나 표어의 형식이라는 점 외에는 시와 거의 같다.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담은 책을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다 찾은 책이 “카피책”이다. “카피책”은 내용이 아주 방대하다. 모두 글을 쓰는 방법과 글을 생각하여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가득 차 있다. 정철 작가가 자신이 지금까지 써온 수많은 카피들과 그들을 만들어낸 과정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는 책이다. 내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나는 시를 쓸 때 짧게 쓰는 편이다. 그렇기에 심상을 떠올릴 때면 물체들이 제 모습을 뚜렷이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둥그스름하게, 다소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잦았다. 이에 대해 가장 앞에서부터 설명하고 있다.

 

[글을 쓸 때는 그림을 그리듯이 써라. 글을 쓸 때는 연필이 아닌 송곳으로 써라. 그 송곳으로 심장을 톡톡 건드리는 글을 써라.]

 

이것이 충고였다. 작가의 강조는 ‘구체성’이었다. 글을 구체적으로,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게 적으라고 요구했다. 예를 들어보자면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 대신,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 좀 더 체감하게 하고, 더 눈앞에 그려지고, 더 이해하기 쉽게 그림을 그리라고. 이 요구를 나는 시에서 이렇게 활용했다. ‘푸른 소나무 잎’이라는 어구 대신에 ‘어쩌다 신발로 들어가면 / 나의 발을 괴롭히는 그 가시’로. 표현해놓고 흡족했다. 

 

시를 쓸 때, 개인적인 스타일을 찾고자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글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가져오는 방법, 음악의 리듬을 가져와 쓰는 방법, 문장을 짧게 써서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 등등. 나는 글을 읽거나 쓸 때 참신한 표현으로 독자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러기 위해 언어유희는 알아야할 부분이다. 그 부분 역시 ‘카피 책’은 잘 짚어놓았다. 어떻게 하면 이런 말장난을 얻어낼까라는 물음에 두 가지 교재를 제시했다. 첫째가 국어사전, 둘째가 국어 역순사전이다. 국어사전은 글쟁이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항상 지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순사전은 정말 의외였다. 끝음절을 모아놓은 것은 국어사전이 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말장난을 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기에 역순사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내 스스로 한 일이라고 따지면 크게 많지 않다. 다른 친구들보다 시를 좋아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고쳤을 뿐이다. 읽다 알게 됐는데, 시를 어렵게 쓰는 것이 자신의 스타일인 시인들도 있다. 이런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 수사법이나 형식, 전체적인 시의 심상이나 내용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정철 작가는 “5학년 3반의 여학생 오혜진 양이 읽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적어라.”라고 말한다. 몇 분씩 들여다봐야 그제서야 아! 하고 깨쳐지는 것이 아니라 12살짜리 아이가 봐도 이해될 만큼 쉽게 적어라는 의미이다. 비유법을 써도, 상징법을 써도, 내용이 쉬워 이해할 수 있게끔.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가구 일부의 고장으로 가구를 버리는 낭비를 보고 가구의 일부를 고쳐 다시 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지원해주는 회사의 카피를 쓴다. 이 때 정 작가는 “리모콘이 고장나서 TV까지 버리겠습니까?”라는 카피를 썼다. 의미는 전달되며, 이해하기도 쉬운 카피이다. 정말 초등학교 5학년이 봐도 이해를 할 수 있다. 정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글은 쉽고, 쉬우며, 쉬운 글이라고 하는데, 이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처음에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시를 잘 쓰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읽다보면서 시에서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수필이나 소설, 경우에 따라 자기소개서, 편지글, 카피 등 모든 글을 쓰는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정철 작가는 이 책은 카피라이터를 위한 책이 아닌 글을 쓰고자 하는, 글을 써야하는 모든 이들은 읽으면 되는 책이라고 말한다. 카피 또한 모든 이들이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감이 없거나 쓸 줄 몰라서 못 쓰는 것이 아니다. 안 쓰는 것이다. 일단 써라.] 

 

이것이 정 작가가 글의 시작에 적은 말씀이다. 그렇다. 글을 쓰는 것에 무신경해지는 것은 곧 글에 관심이 사라진다는 말과 같다. 글에 아직 관심이 남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동면 중인 모든 이들의 글들을 깨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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