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녹색인, 그 북소리를 따라서 - <월든>을 읽고 -
울산 문현고등학교 3학년 신채은
혜연에게
혜연아, 그동안 잘 지냈니? 고등학생이 되고 난 뒤 명절 때나 얼굴을 보려니 서먹하더라. 언니, 언니 하면서 날 무척 따르더니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좀 쓸쓸한 일인 것 같아.
혜연아,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여행했던 어린 시절의 시간들이 기억나니? 멍텅구리 해수욕장 머드축제에서 진흙투성이가 되어 뒹굴며 서로를 보며 낄낄거렸던 일이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 게다가 입 안 가득 꼬물꼬물 거리던 세발낙지의 감촉! 자연과 함께 즐겁게 놀던 날들이 어제만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대한민국 입시전쟁의 한복판에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되어 있구나.
혜연아, 고등학교에 가기 전에 수학의 정석을 다하고 가는 게 좋은지 나에게 물었지. 그때 나는 중요하니 꼭 하고 가라고 했지. 그런데 얼마 전에 읽은 소로우가 지은 ‘월든’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어. 고등학교 공부는 고등학교에 가서 해도 늦지 않는데 내가 건방진 소리를 했구나 싶어.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내가 뺐지 않았나 싶어. 넌 꽃을 키우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인지 심성이 맑고 어른스러워서 자연을 닮아있었는데..... 내가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이 책을 권해 주고 싶어.
혜연아, 이 책은 우리가 읽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을 거야. 사람들은 ‘월든’을 불멸의 책이라고 말해. 대학들이 현명하다면 졸업장 대신 ‘월든’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그러나 나에게 ‘월든’의 첫인상은 최악이었어. 책 표지부터 암울하고 어두운 호수 그림뿐이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어. 하지만 앞부분에 있는 소로우의 사상을 읽으면서 철학책 같은데 녹색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가 뭘까? 궁금해 졌어. 이렇게 오랫동안 읽은 책은 처음이고, 이해가 힘들었던 책도 처음이었어. 어려워서 몇 번을 다시 읽어야 했지. 책을 다 읽었을 때는 이미 나는 소로우와 마주보고 있는 느낌이었어. 이 책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때서야 책표지의 우울한 호수가 소로우의 사상을 담은 신비로운 호수로 보였어.
혜연아, 소로우의 ‘월든’은 고흐의 그림처럼 시간이 지나서야 인정을 받게 된 작품이야. 소로우는 자본주의 사회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에 이 책을 지었어. 모든 사람들이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고, 개발과 성장을 외치며 풍요로운 삶을 추구할 때 그는 숲속으로 들어가 소박하고 친환경적인 삶이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준다고 홀로 외친 사람이야. 우리나라에서 무소유를 실천하신 법정스님도 이 소로우의 영향을 받으신 분이야. 소로우의 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준 거야.
혜연아, 우리는 자연에서 왔다고 하잖아.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우리는 자연과 친밀한 무엇인가가 있어. 삶속에서 작은 행복을 자연에서 찾아야 해. 밥보다 비싼 커피를 먹으면서 여유를 즐기는 시간 보다는 높게 자란 나무들 사이를 걸으면서 하늘을 보는 건 어떨까? 그리 춥지도 않은 이 나라에서 고가의 등산복을 입는 것보다는 창문 사이로 따스한 햇볕에 내 몸가 마음을 녹이는 건 어떨까? 오래전부터 자연은 우리와 친구가 되고 싶어 손을 내밀고 있는데 우리는 자신의 탐욕으로 돈과 노동의 노예가 되어 버려서 그 손을 놓쳤다고 생각해. 지금도 불분명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강과 바다를 메우고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고 있지. 개발이라는 가면을 쓰고 말이야.
혜연아, 지금은 자연과 함꼐 삶을 살자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며 휴식을 자연과 더불어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산으로 섬으로 떠나고 있지. 하지만 나는 이것조차도 우리의 탐욕이라고 생각해. 이들 대부분은 소로우와 같은 생각이라고 하지만 행동을 전혀 달라. 시골에서 전원을 꿈꾸면서도 물질의 욕망을 버리지 못해 아주 근사한 집을 짓고 시골사람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해. 또, 지금 제주도는 개발로 항상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자연 그대로 두지 못하고 경제적 이익으로만 개발해서 세계적인 관광단지가 되어가고 있지만 나는 반갑지만은 않아. 인간의 욕심으로 가득 채워지면 제주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릴 것 같아.
혜연아, 나는 이 책을 읽고 자연으로 돌아가 진정한 나만의 삶을 살고 싶어. 고등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내 스스로 약속했던 것들은 지켜내지 못했는데 오늘 내일 대학합격 발표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말았어. 배운 지식은 많았는데 그 지식이 자꾸 헛되이 느껴지는 것은 이 책 탓일까? 지금은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 나도 소로우처럼 자급자족하며 살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아니 우리는 아직 자연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자연으로 돌아가기에는 우리가 가진 욕심이 너무 많기 때문이야.
헤연아, 우리는 왜 이렇게 경쟁을 하며 인생을 소비해야 할까? 경쟁에 익숙한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의 소중한 어린 시절을 빼앗긴 것은 아닐까? 경쟁에서 이기면 그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질에 익숙해지는 삶을 살수록 우리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점점 자연을 파괴하는 괴물이 될 것 같아. 그러나 우리들이 자연 속에서 소박하게 살아간다면 경쟁에서 벗어나 좀 더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이 되지 않을까? 남의 시선을 많이 느끼는 내가 과연 나만의 삶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과 친구가 되어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그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고 생각해. 고수가 치는 북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리고 있어.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결국 인간 자신의 삶을 비천하게 만들 거라는 소리가.....
맺음말에 ‘진실로 바라건대, 당신 내부에 있는 신대륙과 신세계를 발견하는 콜럼버스가 되라. 그리하여 무역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상을 위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라.’ 이 말을 영원히 가슴 깊이 담아두고 싶어. 불멸의 책 ‘월든’, 이웃의 동물들과 같이 자연에 대한 진실한 대화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알려주는 자연을 위한 성경 같은 책이야. 그래서 대학생이 되면 다시 한 번 읽어 볼 생각이야. 그때 ‘월든’은 나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혜연아, 너도 한 번 소로우의 생각을 들어봐. 결코 이 책을 읽는 시간이 헛되지 않을 거야. 너도 너만의 북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 그 소리가 언젠가는 너를 옳은 길로 인도해 줄 거야. 너만의 신대륙을 찾아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기 바란다. 다음엔 좀 더 다정한 모습으로 만나길 바라며.....
북소리를 따라 녹색인이 되고 싶은 채은 언니가.
Chapter
- 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저자특별상(일반부) - 임종훈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금상) - 김벼리 / 광주 운남초 3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은상) - 박혜나 / 경기 체러티 크리스천 중 1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대상(일반부) - 김효진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대상(학생부) - 신채은 / 울산 문현고 3학년 <윌든>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남정미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미경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 금상(학생부) - 강우림 / 목포 덕인고 1학년 <세븐틴 세븐틴>을 읽고
- 금상(학생부) - 김규리 / 혜화여고 2학년 <요금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은상(일반부) - 김낙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 은상(일반부) - 김현정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조은솔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김은혜 / 민락초 6학년 <남북 공동 초등학교>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금소담 / 부산 이사벨중 1학년 <세븐틴 세븐틴>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임현진 / 사직여중 1학년 <나는 옷이 아니에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견선희 /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을 읽고
- 동상(일반부) - 김미진 / <황금방울새>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수자 / <요즘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슬기 / <완벽한 계획>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이효중 /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줍는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민지 / 영도초 6학년 <바느질 소녀>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예리 / 김해 가야고 1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상헌 / 사천 동성초 5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박수정 / 연제초 6학년 <빨간머리 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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