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512

엄마를 위한 행복 레시피-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남정미

 

엄마, 요즘 날씨가 참 좋지? 설악산은 단풍놀이 객들로 케이블카 타는데도 엄청 기다려야한다는데, 엄마는 집 앞 단풍 쳐다볼 시간이나 있으려나 모르겠네. 나는 요즘 우리 반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가을에 대해 배우는 중이라 가을을 마음껏 느끼고 있어. 날씨 때문인지, 지난 주 엄마 집에 갔을 때 엄마가 마른기침을 또 하던데……. 관절염 때문에 앉고 일어서는 것도 힘들던데……. 볼 때마다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도 입버릇이 안 되어 참 어렵네. 

 

엄마, 요즘 내가 책을 한 권 읽었어. ‘딸에게 주는 레시피’인데 나는 딸도 없으면서 이 책이 읽고 싶더라고. 내가 딸이니까 이 책의 작가가 엄마처럼 또 날 응원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나봐.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에 빠져서 또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시집도 안 가는 나이 꽉 찬 엄마 딸. 그래도 엄마처럼 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는 엄마 말 믿고 내가 더 즐기고 사는 거 알아? 이 책은 한 작가가 딸에게 여러 가지 삶의 모습에서 꼭 만들어 먹었으면 하는 음식을 알려주고 있어. 그런데 엄마를 위해 내가 밥 한 끼를 해준 적이 있었던가? 엄마를 위한 빵을 한번 구워준 적이 있었던가? 한창 한식 요리 학원 다니고 베이킹 배울 때 학원에서 만든 음식 한번 가져갔었지. 그러고 보니 참 무심한 딸이긴 하다. 

 

엄마가 해준 음식들은 특별한 레시피를 설명하지 않아도 나에게는 가장 맛나는 음식이야. 물론 아빠는 엄마의 음식 솜씨를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은 엄마가 내 가까이에 살고 있고,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해달라고 떼 쓸 수도 있어서 좋아.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표 미역국은 시집가서 애 낳으면 하루 종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엄마, 난 엄마에게 이제부터 더 행복해지는 행복 레시피를 전하고 싶어. 레시피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쓰는 일종의 ‘음식 만드는 법’같은 건데 엄마와 나는 행복을 만들어 보자는 거지. 내가 엄마를 응원하는 행복 레시피. 

 

첫째, 칠십을 바라보는 아빠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잖아. 요양사 일에 지친 엄마를 척척 도와주면 좋으련만 아빠도 뒷짐 지고 ‘에험’만 하던 옛날의 아빠는 아니니까. 쓰레기 분리수거도 하고 설거지도 하시는 걸 보면 ‘우리 아빠도 많이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아빠를 살살 달래서 도움을 받아봐. 이건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내가 잘 쓰는 방법인데 아이들을 칭찬하면서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이끌어 내는 거지.‘선생님은 ○○이가 의젓하게 독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감동이더라. 오늘도 멋지게 책 읽는 모습 보여줄 수 있지?’라고 띄워주거든. 그럼 애들이 거의 미동도 없이 책을 읽더라고. 이건 엄마랑 나랑만 하는 말이지만 남자들은 애라고 하잖아. 잔소리 하듯이 아빠를 볶지 말고 엄마가 조금씩 작전을 바꿔보자구. 

 

둘째, 내 결혼은 별로 걱정 안 하지? 나한테는 때 되면 다 나타난다고 쿨하게 얘기하면서 가끔씩 점쟁이한테 가서 물어보는 것 같더라. 얼마 전 법륜 스님 강의를 들었는데 스님이‘결혼은 취향이다’라고 하셨어. 이 말에 나도 백퍼센트 공감이야. 이 책에서도 작가가 딸에게 ‘지금 혼자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이 사람하고 라면 그 좋음도 양보할 수 있을 거 같다. 지금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이 사람하고 있으면 나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울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 때 하라고 하더라고. 나의 진가를 알아봐 줄 사람이 나타나면 남들이 진짜 부러워할 결혼에 도전해 볼게. 엄마가 딸을 좀 값나가는 사람으로 잘 키웠잖아. 이 문제는 하늘에 맡기자. 엄마랑 나랑 자주 하는 말 있지?‘억지로 되는 건 없다. 되어야할 일이면 저절로 된다. 아님 말고!’ 

 

셋째, 내 사랑하는 조카. 이 녀석 생각에 늘 마음이 무겁지? 이 녀석이 하루 빨리 조잘조잘 말을 하면 좋으련만. 왜 마음을 닫고 말을 안 하는 건지……. 엄마,‘연기적 탄생의 화학적 반응’이라는 말이 있어. 내가 여기서 말하는 ‘연기적 탄생의 화학적 반응’이란 오늘의 행동이 먼 훗날 어떤 일과 꼭 연결된다는 거야. 우리 가족이 이 녀석에게 보내는 관심과 사랑이 분명 수다쟁이 조카를 만날 미래와 이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의 노력은 절대로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을 거야. 마지막까지 믿어보자. 자꾸 울지 말고. 늘 강하던 엄마가 나이 들수록 눈물이 많아져서 큰일이야. 자꾸 울면 울 일이 생기는 거라고 엄마가 그랬잖아? 길고 독한 감기 앓고 지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강해지자. 그래야 엄마 외손녀도 어느 날 툭! 꽃봉오리 터지 듯 “할머니”하고 말할 거야. 나는 그 기적을 믿어. 

 

엄마, 아침·저녁으로 많이 쌀쌀하다. 도시가스비 많이 나온다고 아끼지 말고 따뜻하게 하고 자. 작은 방에 즙 짜놓은 것들 자꾸 우리한테 보내지 말고 챙겨먹고. 내가 말한 행복 레시피 잘 기억해. 엄마가 만들어주는 잘 끓여진 미역국처럼 행복한 맛이 혀끝에서 느껴지도록. 이번 주말에 엄마 집에 또 들를게. 지난 번 가져온 홍시 달더라. 3개만 더 챙겨놔 줘. 

 

-엄마의 행복 요리사 큰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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