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행복의 메아리 - <요즘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혜화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규리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의 하루가 지나간다. 어제의 하루가 지나간 것이 무색하리만큼 오늘의 하루 역시 이렇게 지나간다. ‘현대인’으로 대표되는 이들이 저마다의 바쁜 삶에 내몰려 이리저리 휩쓸린 자국이 ‘오늘’ 안에 선명하게 보인다. 내가 이 현대인의 범주에 속하는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왕왕 스스로 안부를 묻고 걱정하는 내 모습을 보면 휩쓸릴 준비를 하는 차기 현대인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그렇기에 의식의 저 너머에서 나도 모르게 갈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관심을. 그래, ‘요즘 괜찮니?’라는 이 한마디를. 내 갈망과 손길이 맞물린 순간, 나에게 던져진 그 질문에 그저 의미 없는 ‘괜찮다’를 뱉기보다는 그 질문을 던진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내 속에 숨겨져 있는 참된 마음이 담긴 답변을 선사하고 싶어졌다. 한 숟가락의 희망이 섞인 두근거림으로 첫 장을 넘겼다.
오늘도 바쁘게 휩쓸린 우리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듯한 삽화에 눈길이 끌렸지만, 잠깐의 눈길이 아닌 꽤 오랜 시간의 마음이 끌린 것은 포근함이 절로 느껴지는 아름다운 글귀였다.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목소리로 읽는 이를 감싸주며 바쁜 삶에 달떠있는 우리를 진정시키며 톡톡, 등을 도닥여주는 아름다운 단어들, 문장들, 문단들. 그들이 모여 행복, 배려, 믿음, 꿈, 인간관계, 사랑, 웃음 등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그것들에 제 아름다움까지 더하며 노래하였다. 그 선율 중에서도 특히나 내 귓가에 오래 맴돌았던 건 다름이 아닌 내 최고의 인생 가치 ‘행복’이었다.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궁극적 목표까지 되는 이 행복은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지만 결코 모든 이들이 행복하지는 않다. 우리는 어떨 때 행복한가. 바다에 갈 때,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가족들과 여유로운 저녁 식사를 즐길 때, 대회에서 상을 받을 때 등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는 저마다의 행복한 일들이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오직 사랑에만 몰두할 때’가 사람이 살면서 가장 행복할 때라는 정의를 제시했다. 아직 사랑과 접점이 없다고 주장하는 어떤 이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살짝 놀랐을지도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지 않은가. 앞서 말한 행복의 조건을 저자의 입으로 말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바다에 사랑을 노래할 때, 컴퓨터 게임과 사랑을 나눌 때, 가족들의 사랑을 한데 모아 서로 나누어 가질 때, 자신의 노력을 사랑하는 증거를 얻게 되었을 때라고. 사실, 사랑이란 건 좋아한다는 감정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을 지도 모른다. 행복의 유의어는 사랑. 사랑의 유의어는 좋아함. 사전에 등재되어도 손색없을 훗훗한 관계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누가 알리. 이렇게 들뜬 어조로 행복과 사랑의 상관관계를 구가하고 있는 나를 등지고 자신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다는 이론을 내세우는 안타까운 이들이 존재하고 있을지. 혹 그런 이들이 내 주위에 숨 쉬고 있다면 나는 작가의 말을 빌려 외칠 것이다. ‘염치없는 짓 그만하고 사랑을 시작해보라’고. 사랑하지 않으면서 행복을 바라는 것은 바퀴 없는 자동차가 굴러가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한다. 바퀴 없는 자동차에 올라타고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개 숙이고 있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한 걸음 걸어보자. 받는 사랑보다 더 값진 주는 사랑의 멋짐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아아, 글자만으로도 마음을 전율시키는 ‘주는 사랑’의 고매함이 밀려들어 온다. 나에게 밀려들어 온다.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싶은 이 마음이 화학 향수처럼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활짝 피어나는 꽃향기처럼 은은하게 지속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을 읽어가면서 내 삶이, 바쁘게 흐르던 삶이 잠깐뿐일지라도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책과 나만이 내 삶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휩쓸려 났던 상처에 따뜻함이라는 연고를 바른 후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가슴 따뜻함을 나만 가지기에는 아쉬웠다. 그리하여 생각난 사람, 가장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 내 따뜻함이 미지근해지더라도 온기를 나눠주고 싶은, 바로 우리 어머니.
내 길지 못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어머니께서는 항상 일을 하셨다. 집안일이든 직장 일이든 힘들어하는 모습이 빤히 보이지만 군말하지 않으시고 그저 당신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셨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 몇몇 질문이 문득 떠오른다. 어머니께서는 그 당시 정말 행복하셨나,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행복한가 하는. ‘그 당시’와 ‘지금’의 기준이 된, 부부의 붉은 실이 끊어진 일은 그렇다면 어머니께는 행복인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낼 수는 없지만 나름 불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동시에 ‘그 당시’가 어머니께 있어서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아직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서기도 전의 어렸던 나에게 계속해서 돈의 중요성을 주입해 주셨던 것 역시 그에 대한 방증이다. 이렇게 적어도 10년 이상을 ‘현대인’ 이상으로 힘들게 살아온 어머니께 ‘지금’만큼은 행복하게 해드려야 하지 않는가. 후회 섞인 반성에 가슴이 아린다.
하지만 단지 생각으로 가슴 아림을 간직하는 것은 아무런 발전이 없는 행동이며 어머니께 행복을 선사하지 못하는 불효임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원치 않으셨지만, 식당일의 매니저 직을 맡아 고생하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께 책에 나온 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버니까 행복해지는 것이며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을 다니는 게 아니라, 직장을 다니니까 행복한 것’이라는. 그리하여, 이 마음이 어머니의 마음과 하나가 되었을 때 당신의 가슴에 붉은 행복의 꽃이 피기를 온 마음을 다해 소망하고 소망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 다시 눈 맞추어진 내 삶은 책을 읽기 전보다 달라지지 않았나 하는 조금은 쑥스럽지만, 자랑스러운 생각이 든다.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은 건 내 손을 잡고 있는 행복의 다른 쪽 손이 나 아닌 누군가를 잡을 때 그 행복은 메아리처럼 갑절, 아니 몇 곱절을 해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길 바라는 어머니와 함께 증명할 것이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안마라도 해드리며 오늘 읽었던 책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전해드려야겠다. 함께 각양각색의 웃음꽃을 피울 생각에 벌써 싹이 돋는 듯 가슴이 간질거린다. 그리고 이제야 질문에 대한, ‘참된 마음이 담긴 답변’의 윤곽이 보이는 것 같다. 그 답변의 밑그림이 완성되고 채색이 마칠 때까지 내 행복 이론이 많은 이들과 증명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이제는 내가 격려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물어보지 않을까, ‘요즘 괜찮니?’ 라고..
Chapter
- 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저자특별상(일반부) - 임종훈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금상) - 김벼리 / 광주 운남초 3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은상) - 박혜나 / 경기 체러티 크리스천 중 1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대상(일반부) - 김효진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대상(학생부) - 신채은 / 울산 문현고 3학년 <윌든>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남정미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미경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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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상(학생부) - 김규리 / 혜화여고 2학년 <요금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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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상(학생부) - 임현진 / 사직여중 1학년 <나는 옷이 아니에요>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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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일반부) - 김미진 / <황금방울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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