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김현정
꼭 이맘 때였던 것 같다. 아니 훨씬 이른 여름 같기도 하다. 메밀이 한창 자랄 때 어린 순을 잘라 데쳐 된장에 조물조물 묻혀 먹던 기억 말이다. 날카로운 볕에 금방 쉬기도 했지만 이 나물 반찬 하나면 허기진 배도, 허기진 마음도 채워지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내 입안에서 어린 메밀순의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 나는 것 같다. 나에겐 그리움이자 아련한 추억이다.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지만 일찍부터 객지 생활을 해 온 터라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늘 식사시간이 다가오면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 생긴다. 집집마다 내려오는 비법 소스나 특별 레시피는 먼 이야기이고 어릴 때 즐겨먹던 음식도 여든을 바라보는 노모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요리를 해 보아도 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밖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집에서 밥하는 것이 더 싫다고 남편에게 늘 푸념을 하는 나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했던 것은 아니다. 시골 농사꾼으로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늦은 밤까지 일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쇠죽을 끓이고 밥을 하고 나름 감자도 볶고 밑반찬을 만들면 맛있게 먹어주시던 부모님 덕분에 요리에 소질이 있는 줄 알았다. 아니 요리가 어려운 줄 몰랐다. 하지만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점점 요리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요리(제대로 된 요리의 정의가 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보기에도 좋고 좀 복잡한 과정의 요리정도?)에 대한 부담이 생기니 더 하기 싫고 부엌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신혼 초 주말 부부하는 남편에게 된장찌개 끊여주는데 2시간이나 걸려 남편이 힘들어 하던 웃지 못 할 기억이 있다. 이런 가운데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은 새로운 마음을 갖기에 충분했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 처음엔 아들만 둘 키우는 나와는 상관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딸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보니 손쉽게 할 수 있는 요리 뿐만 아니라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꼭 친정 어머니께서 해주는 말인 양 한 글자 한 글자 정독을 하며 읽게 되었다. 요리 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 인생의 멘토를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러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마음 아픈 일부터 꼴 보기 싫은 인간까지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인생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요리가 빠질 수는 없다. 책을 읽고 첫 번째로 시도한 요리가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날숨까지 느끼고 생각하며 먹는 꿀바나나다. 버터를 한 숟가락 가득 넣은 후라이팬에 바나나를 굽고 계피가루는 없으니 패스하고 그 위에 달달한 꿀을 뿌려주니 5살짜리 둘째 아들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내일 또 해달란다! 성공이다. 여기에 아이스크림을 함께 내면 정말 레스토랑 디저트 느낌이 나기도 할 것 같다. 괜히 행복해 지는 시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는 맛있게 먹는 음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을 맛깔나게 살기 위한 특별 레시피! 나에겐 바라보기에도 아까운 아들이 자기 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 속에서 건강한 힘을 얻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하는 그 특별한 레시피는 무엇일까?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바로 그리움과 아름다운 추억이다. 내가 여린 메밀 순의 식감을 내 혀가 먼저 기억하는 것처럼 지금 옆에 있는 사람과 더 많이 사랑하고 함께하는 추억과 나무와 산과 들, 그리고 강과 바다와 우주와 별을 즐기면서 얻는 그리움라 생각한다. 이것이 나의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의 특별 레시피다. 어린 시절 여름 밤 마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펼쳐지는 은하수를 난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도록 그리워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사는 것이 팍팍하게 여겨질 때는 더 어린 시절 그 하늘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보았던 그 하늘을 어린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소망이 있다.
힘들고 비겁해 지고 싶을 때마다 한 번씩 꺼내어 음미하는 이 레시피를 내 아들들의 몸이 먼저 기억하게끔 전해 주어야겠다. 아들에게 보내는 레시피! 이번 주말에는 어떤 특별 레시피로 우리 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을지 고민해봐야겠다..
Chapter
- 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저자특별상(일반부) - 임종훈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금상) - 김벼리 / 광주 운남초 3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은상) - 박혜나 / 경기 체러티 크리스천 중 1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대상(일반부) - 김효진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대상(학생부) - 신채은 / 울산 문현고 3학년 <윌든>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남정미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미경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 금상(학생부) - 강우림 / 목포 덕인고 1학년 <세븐틴 세븐틴>을 읽고
- 금상(학생부) - 김규리 / 혜화여고 2학년 <요금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은상(일반부) - 김낙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 은상(일반부) - 김현정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조은솔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김은혜 / 민락초 6학년 <남북 공동 초등학교>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금소담 / 부산 이사벨중 1학년 <세븐틴 세븐틴>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임현진 / 사직여중 1학년 <나는 옷이 아니에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견선희 /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을 읽고
- 동상(일반부) - 김미진 / <황금방울새>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수자 / <요즘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슬기 / <완벽한 계획>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이효중 /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줍는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민지 / 영도초 6학년 <바느질 소녀>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예리 / 김해 가야고 1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상헌 / 사천 동성초 5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박수정 / 연제초 6학년 <빨간머리 앤>을 읽고
- 동상(학생부) - 손예진 / 모덕초 1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