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황금방울새>를 읽고 -
김미진
‘책은 읽어 뭐하나. 글은 써서 뭐하나’ 삶은 날마다 뒤죽박죽이고 나는 뭐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유령처럼 떠다니며 내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시간을 놓치고 있을 뿐이다. 던져 버린 책들과 글이 되지 못하고 떠도는 언어들은 내 피를 타고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하게 흘렸지만 그저 놔두면 그만이다.
“네가 어서 와야 내가 즐거울텐데...” 공간을 채우기 위해 틀어 놓은 TV속에 한 중년의 어부는 물고기를 ‘너’라고 불렀다.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기다리듯이 어부는 그의 망에 물고기가 가득차길 기다렸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문학도는 어부가 되었다. ‘왜 시인이 되지 못했을까?’그런 질문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이미 그의 인생은 바다와 물고기로 그려진 시였으니깐.... 아무것도 없이 유령처럼 둥둥 떠다니던 나를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던져 놓았던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지금 난 다시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온통 하얀 가루를 뒤집어쓰고 반지하나와 그림하나를 가지고 죽음의 경계를 넘어 ‘시오’는 다시 삶으로 귀향하였다. 순식간에 그의 세계는 폭탄음을 내며 사라져 버렸다. 소년‘시오’에게 남은 삶은 몸에 붙은 하얀 먼지처럼 이제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아름다운 엄마도. 엄마가 사랑했던 그림들도. 한 눈에 반한 이쁜아이 피파도.반지와 그림을 쥐어주던 웰티할아버지도 모두 먼지처럼 사라졌다. 어린소년이 이 모든 세계의 소멸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는 상처를 속으로 감추고 느닷없이 불쑥불쑥 고개를 쳐드는 고통을 순간순간 당혹해 하며 살아야 한다.
무슨 이유로 삶은 이렇게 잔인한가?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이 내 발목을 잡으면 밤을 하얗게 새고도 한참을 괴로워 한다. 그래서 내 눈앞에서 벌어진 것처럼 지나치게 섬세하게 그려놓은 듯한 문체는 숨이 막혔고, 카메라 랜즈에 검정 실크 천을 씌워 놓은 듯 몽롱하고 우울한 소설의 분위기는 내 혈관에 마약주사를 꽂은 것처럼 모든 생각의 통로를 마비시켰다.
당연히 이 소설은 인생이 주는 시험과 같은 고통을 굳건히 이겨낸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착하게 소심하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이게 네게 원하는 삶이야?’하며 코웃음 치는 냉소적인 메시지가 가득하다. 사회에서 금기시 하는 각종 불법들이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마약에 찌들려 있는 10대 아이들. 대대손손 물려주고 지켜야 하는 아름다운 고미술품들로 장사하는 불량배들, 자신의 아이들을 학대하고 버리고 도망치는 아버지들, 가식적인 우아함 뒤에 숨겨진 중산층의 위선. 사람을 죽이고도 정당방위로 무마시키는 가변적인 윤리등...
그런 모든 사회의 부조리들은 시오의 심장을 정통해서 통과한다. 시오는 항상 마약을 흡입하고,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술을 들이키고, 사람들에게 가짜상품을 팔고, 자신을 위로한다는 이유로 소년시절 미술관에서 들고 나온 ‘황금방울새’를 돌려주지 않고 거짓된 삶을 살아간다. 황금방울새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실망을 잔뜩 안겨주며, 살인까지도 저지르게 되었지만, 결국 황금방울새는 그것과 같은 처지에 있던 다른 고귀한 미술품을 찾기 위해 우연을 가장해서 시오의 삶으로 날아든 신의 전령에 불과했던 것이다.
황금방울새는 시오의 삶을 살짝 스칠 뿐 이었지만 시오는 온통에 그것에 매료되어 위로를 받기도 하고 불안해 하기도 하며 인생을 낭비해 버렸다. 하지만 꼼꼼하게 기록한 그의 글은 남아서 지속가능한 또 다른 가치로 남겨질 것을 후반부에 시사한 점이 크게 인상적이였다. 그것이 내가 부족한 후기를 작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약을 흡입하던 거리의 생활에서도, 갈 곳을 잃은 병든 개의 모습으로 호빗의 가게를 찾아들었던 그 날도, 앤디의 집에서 가구처럼 무의미하게 살아가던 날들도. 인생의 한방을 꿈꾸던 아빠가 교통사고로 한방에 사라지던 날에도, 너무도 사랑하는 피파가 어리숙한 영국애인을 데리고 온 절망의 순간에도 시오의 손에는 노트가 볼펜이 들려져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서 무언가를 구해내는 것은 기적’이라는 이 구절은 많이 남는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미술을 감상하고,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닐까? 한 어부가 오래전에 가슴에 눌러쓴 시를 바다에서 발견하는 것처럼...
Chapter
- 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저자특별상(일반부) - 임종훈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금상) - 김벼리 / 광주 운남초 3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은상) - 박혜나 / 경기 체러티 크리스천 중 1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대상(일반부) - 김효진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대상(학생부) - 신채은 / 울산 문현고 3학년 <윌든>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남정미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미경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 금상(학생부) - 강우림 / 목포 덕인고 1학년 <세븐틴 세븐틴>을 읽고
- 금상(학생부) - 김규리 / 혜화여고 2학년 <요금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은상(일반부) - 김낙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 은상(일반부) - 김현정 /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조은솔 /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김은혜 / 민락초 6학년 <남북 공동 초등학교>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금소담 / 부산 이사벨중 1학년 <세븐틴 세븐틴>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임현진 / 사직여중 1학년 <나는 옷이 아니에요>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견선희 /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을 읽고
- 동상(일반부) - 김미진 / <황금방울새>를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수자 / <요즘 괜찮니 괜찮아>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슬기 / <완벽한 계획>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이효중 /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줍는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민지 / 영도초 6학년 <바느질 소녀>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예리 / 김해 가야고 1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상헌 / 사천 동성초 5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
- 동상(학생부) - 박수정 / 연제초 6학년 <빨간머리 앤>을 읽고
- 동상(학생부) - 손예진 / 모덕초 1학년 <오늘 나 아빠 버리러 간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