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그러나 - <완벽한 계획>을 읽고 -
박슬기
호흡은 짧았고 문장은 간결했다. 그들을 조ㅊ 는 내내, 어딘가 느껴지는 불편함을 참으며 그들을 따라 피레네 산맥을 떠돌다 마지막 마침표에 다다라서야 아, 하고 숨을 훅 내뱉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계획’이었던 것이다. 테오에 대하여 주인공 치고는 어딘가 비판적이다 못해 편파적이다 싶은 시선으로 그린 글을 읽으면서도 왜 이런 모난 인물이 ‘주인공’일까, 라고만 생각했던 자신이 조금 바보스럽게 느껴져 우습기도 했다. 그래 이것은 ‘로뮈알’의 시선. 그리고 그의 완벽한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었다.
테오와 로뮈알, 그들의 학창시절을 들여다보면, 더 거슬러 올라가 로뮈알의 삶을 함께 더듬어 보면서 내내 불편했다. 사실 그들이 움직이고 그 세계와 지금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흙수저 테스트’라는 게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요즈음, 소위 금수저이며 은수저인 테오로 대변되는 그들과 로뮈알처럼 내내 벗어나려 애쓰지만 그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내내 삶의 녹록치 않음을 감당해야하는 흙수저라는 그들이 생각나서였다. 눈에 빤히 보이든, 혹은 눈가리기 아웅 식으로 가려놓았든 소위 계급이라는 것, 그것들이 적나라하게 삶을 좌지우지 하는 것이 영 속이 아팠다. 이 완벽한 계획도 사실은 결국 내내 자신의 삶을 관통해왔던 계급에 대한 증오와 동시에 동경심 그것들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순간의 계급 상승을 꿈꾸었으나, 다시 처박히고 만 삶. 벗어나려고 애써도 진창처럼 로뮈알 그의 발목을 잡는 무엇. 그 모든 것을 친구 테오에게 모두 전가시킨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그의 죄를 뒤집어써야 했기에 테오에 대한 증오심이야 극에 치달았을 수도 있지만 그 때가 아닌, 삶의 막바지에 다다른 그 끝에 다 ‘네 탓이야,’ 라며 그 완벽한 계획을 짜는 것은 말이다. 그래서 참 사람이란 알 수 없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알 수 없다고 말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얼마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 앞에 씌인 그 문구처럼 아무리 친구라 하더라도, 연인이라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서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다. 테오의 비위를 맞추고 테오의 삶 안 테두리를 동경했던 로뮈알 그의 속내가 우정이 지속되는 사실은 내내 문드러지고 결국 그것이 완벽한 계획으로 폭발한다. 그래서 이들이 말하는 ‘우정’이라는 것이 진짜일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의 완벽한 계획 속의 테오는 그저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독히 이기적인 인간에 불과하다. 이런 테오의 시선에서 누군가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으나, 나는 과연 그들에게 우정이란 것이 존재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만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그런 감정을 기본으로 한 공생관계, 각자의 심리적이며 환경적 결핍을 위한 공생 말이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우정’에 빗댄다면 그들 모두 이야기 속에서, 로뮈알의 머릿 속에서 테오도 이 계획도 처참하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급, 각자가 처한 환경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서로를 위하고 속내를 공유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끝끝내 서로를 갈구하다가 각자만의 자신의 테두리에 부딪혀, 진정한 우정을 나눠보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그들 나름대로 모두 가엾어 나는 가슴 속에 알싸한 가을 바람이 스민 것 같이, 쌉싸름하고 알싸한 기분이었다. 과연 나는 나만의 시선으로 재단한 사람들을 ‘친구’라 부르고, 혼자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나 또한 테오처럼, 로뮈알처럼 내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내 시선에서의 ‘우정’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들었다. 감히 누군가에 대해서 안다고 말하지 않으리. 사실은 그저 내 시선으로 재단하고 믿으면 편할 그 편견과 이기의 시선을 버려야겠다고 오랜만에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내 자신에게 조차도 말이다.
책장을 덮고 난 뒤에도 한참 우울했던 것은 로뮈알이 잔상처럼 계속 의식의 끝자락에 남아서였다. 떠올리면 항상 가슴 저미며 언젠가 보았던 우울하고 지루한 흑백영화처럼 떠올려지는 어린시절의 환영. 가난과 차별과,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던 환경.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입학한 명문학교에서 결국은 더 아래로 내려갈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더 바닥으로 처박히고 만 삶. 그 삶을 멍에처럼 지고 가던 로뮈알, 그리고 그의 엄마. 그것이 쉬이 떠나질 않았다. 죄스러우면서도, 괴로우면서도 다만 좀 더 밝은 곳으로 향하고 싶어 자신의 엄마를 외면하고 외면했던 로뮈알의 그 마음이, 너무도 생생하게 가슴에 와 박혔다. 그가 언제나 곤두박질치며 진창을 길 때도 늘 그의 곁을 지켰던 엄마와 그 아들. 그 사랑이 무엇보다 고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이 그나마 지탱되고 그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든 것을 떠나 그를 사랑하고 보듬어 주었던 그의 엄마와 카산드라일 것이다. 결국 끝내, 완벽한 계획을 하며 아마‘ 부질없다.부질없다.부질없다.’로 끝이 날 이야기의 마침표에서 위로가 되었던 것은 그래도 사람의 삶을 지탱시키고 빛나게 하는 것은 돈도 명예도, 그 무엇도 아닌 다만 사랑이며 이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상적이지만 그 이상적인 인류의 가치가 결국은 이 고난한 삶을 지탱시키는 것이라고. 로뮈알의 삶이 못내 가슴 아프고 어딘가 나와, 우리와 닮아 있어 슬펐지만 그래, 그 따뜻한 것을 믿으며 살아보자고 그렇게 다짐해본다.
Chapter
- 제26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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