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광독서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5234

모리의 마지막 꿈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읽고 

 

                                                                                               연천중 1학년 김지원

 

삶도 죽음도 자연이다. 우리는 생명을 얻은 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길 위에서 자신의 죽음은 아무 먼 곳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을 향한 그 길은 아무 빛도 비추어지지 않는 동굴과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순간들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동굴은 일곱 빛깔의 고운 꿈이 담긴 무지개동굴이 될 수도 있다. 모리 교수는 괴롭게 병을 앓다 허무하게 죽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꿈을, 최선을 다해 채우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의 꿈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다. 사람들은 모리 교수의 형편과 그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놓지 않는 희망의 끈을 보며 그들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지 않았을까? 모리 교수는 훌륭한 저서를 몇 권이나 낸 유명한 사회학 박사이자, 댄스파티를 유난히 좋아하던 재미있는 교수였다. 그의 제자인 미치 앨봄은 이런 모리 교수를 특히 잘 따르고 존경했다. 그러나 모리 교수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다. 그 무섭고 악명 높은 루게릭병에 걸린 것이다. 미치는 이제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된 모리 교수를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 뵈어 강의를 듣기로 한다.

사실 모리에게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 보다는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가족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리가 그나마 삶에 대해 낙천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어렸을 때의 새어머니 ‘에바’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모리를 감싸 안아주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모리의 멋진 인생철학을 부화시킨 것이다. 가족은 모리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가장 편하고 튼튼한 동아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사람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늙어가고 있다. 죽음으로 나아간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고, 죽을 때가 다 되었다면 엄청난 생각과 스트레스에 짓눌린다. 그러나 역시 모리 교수는 다르다. ‘나는 세 살이기도 하고, 다섯 살이기도 하고, 서른일곱 살이기도 하고, 쉰 살이기도 하다. 지금 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이가 다 내 안에 있으니 말이다.’ 나는 이 생각이 마음속 깊이 와 닿았다. 이제는 더 이상 나이가 드는 것을 원망하고 서러워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할머니의 농담이 진실로 느껴졌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의 행복을 추구하고 그것을 위해 공부하고 일한다고 말한다. 누구든지 돈의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돈을 기본적인 바탕으로 충분히 소유하고 있어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재물 욕심에 못이겨 내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돈이 없으면 몹시 불편하다. 그러나 모리교수의 강의를 들으며 돈이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보았다. 어떤 삶을 살아야 최선일까?

사람이 죽기까지 커가는 과정을 간단히 말하라면, 태어난 후에 학교를 다니고, 취직을 한 후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한 후 아이를 낳고 가족들과 함께 살다 죽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무엇일까? 아마 결혼일 것이다. 여기서 결혼은 법적으로 부부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며 서로 돌봐주는 따뜻한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사랑이란 무기를 막아낼 수 있는 방패는 없다.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한다 해도 진정한 사랑으로서 고칠 수 있고, 좌절하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용기를 얻어 성공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멸망한다는 말이 가슴 깊이 파고들어왔다. 

루게릭병과 싸우다 결국 모리는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미치는 서서히 죽어가는 모리교수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모리를 어루만져주었다. 그리고 몸을 굽혀 모리가 자신에게 하는 말을 깊이 새겨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그때는 더 건강하길 바란다고. 슬퍼하는 미치를 보며 나도 눈물을 흘렸다. 모리는 그 주 토요일에 세상을떠났다. 미치는 모리와 함께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또 다시 슬퍼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강의를 함께 한 추억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모리교수는 미치 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너무 큰 것을 남겨주고 떠났다. 삶과 죽음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자연의 선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거부하고 바꾸려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죽음이라는 비바람이 몰아치기 전, 천둥도 치고 번개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죽음이란 녀석을 두려워하지 않을 거다. 궂은 날씨 뒤에 찾아올 눈부신 무지개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일에도 좌절하지 않기.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기, 내가 그에게 배운 소중한 가르침이다. 그가 전해준 화요일의 마지막 꿈은 오래오래 내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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