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영광독서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5218

나의 하늘 - <정도전>을 읽고

 

                                                                                           램넌트지도자학교 고2반 유푸름

 

나에게 정도전은 조선의 첫 왕인 이성계나, 끝까지 고려에 충성을 바친 정몽주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몇 발자국 비껴 서있는 역사의 단역일 뿐이었다. ‘조선의 개국을 도운 공신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그런 단역.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실상 ‘정도전’이란 사람이 조선이라는 새로운 아침을 열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도전은 고려 말에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천민가문의 출신이었기 때문에 정도전은 항상 천민이라는 놀림을 받아야 했다. 이러한 성장 배경과 천민, 농민들이 권문세족들로부터 끊임없이 착취당하고 고통당하는 것을 보면서 고려 왕조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되고, ‘백성을 위한 정치, 군주’라는 자신만의 하늘을 키워간다. 정도전은 고려 왕조와 귀족들을 보면서 단순한 고려의 정책 개혁이 아닌 나라를 세우는 역성혁명을 시도한다. 그는 조선 건국을 위한 군주로 이성계를 택하고 그들은 결국 500년 고려 왕조를 무너트리고 조선을 세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정도전의 누구보다 높고, 청명했던 하늘이 부러웠다. 정도전의 하늘은 천하와 백년의 대계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크고 높았고, 사심 이라는 먹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다른 어떤 것도 ‘백성을 위한 정치, 군주, 국가’라는 하늘로부터 정도전의 시선을 잡아둘 수 없었다. 사실 정도전이 그린 백년대계가 그의 생애에 모두 실현되지는 않는다. 정도전은 분명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죽음 앞에서도 끝까지 그의 신념을 지켰고, 그 신념은 그의 유산이 되어서 후에 꽃을 피운다. ‘나는 나의 하늘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혹시 나의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하늘, 혹은 땅을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명 나에게도 나의 하늘이 있었다. 작고 어린 나에게 하늘은 너무 높아 아득했고, 따라서 그 하늘이 무슨 색인지, 그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 하늘을 위해 달려가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어떤 장애물이 있을지 몰라 지레 겁을 먹고 지금껏 내 하늘이 아닌 상상 속의 무릉도원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제 나는 정도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정도전처럼 내가 바랐던 하늘 아래에 도착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전이 바라던 그의 하늘은 몇 백 년이 지나도록 불변하다가 결국 모두의 하늘이 되었다. 나도 설령 내가 바랐던 나의 하늘을 맞이하지 못하더라도, 내 후대가 두고두고 나와 같은 하늘을 바라다가 결국 그 하늘 아래 도착할 수 있도록,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불변할 나의 하늘을 가지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 혼자 바라는 하늘이 아닌, 모두가 바라는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 생각해 보았다, 정도전을 읽고 생각해보며 스스로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 우선 내 자신이 나의 하늘을 믿고 사랑해야 한다. 정도전은 자신의 하늘이 옳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왕인 이성계에게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자신이 할 말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의 하늘이 옳다는 믿음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정도전은 목숨보다도 자신의 하늘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음과 바꿔서라도 자신의 하늘을 지킬 수 있었다. 만약 정도전이 자신의 하늘을 저버리고 목숨을 구걸했다면, 정도전의 하늘은 모두에게 버림받았을 것이다. 또한 그 하늘이 모두를 위한 하늘이어야 한다. 나만을 위한 하늘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동도, 영향도 주지 못한다. 나만을 위한 하늘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함께 달려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만약 정도전의 하늘이 고작 자신의 신분 상승, 혹은 권력 정도였다면 그 하늘은 정도전의 하늘로 그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개인의 사심이 조금도 없는 하늘이어야 한다. 만약 정도전이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명분 아래 남모르는 사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책에 나온 고려 공민왕의 신하인 신돈의 하늘처럼, 결국은 사람들이 내 하늘에 있는 먹구름을 발견하곤 외면하게 될 것이다. 또, 나의 이익이나 나의 개인적인 이유로 하늘을 향해 가는 걸음을 주저하게 된다면 나아 함께 가던 사람들은 발길을 끊을 것이다. 정도전이 자신의 오랜 벗인 정몽주나 이숭인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결코 조선이라는 새로운 하늘이 열릴 수 없었던 것처럼. 

 

하지만 정도전의 신념을 뒷받침하던 ‘대의멸친’이란 사상은 두고두고 생각을 해보아야겠다. 나의 하늘을 위해서 누군가를, 심지어 오랜 벗과 스승까지 죽일 수 있다는 이 사상은 섣불리 수용해선 안 된다. 누군가의 피로 얼룩진 하늘은 반드시 누군가의 반감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책 앞장에 ‘과거를 귀감 삼아 역사의 주인공이 되실 _에게’라는 문구가 있다. 난 여기에 내 이름을 넣었다. 앞으로 정도전과 그의 하늘을 귀감삼아서 내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 않더라도, 혹은 내가 바라던 하늘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일 지라도, 그 하늘을 위해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나의 하늘을 찾고, 그 하늘을 위해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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