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가야고등학교 2학년 주동훈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 고2가 되기까지 대략 50편 정도의 독후감을 써보았다. 결코 많이 써본 것은 아니지만 국영수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의 일반 초중고를 나오고 다니고 있는 것 치고는 많이 썼다고 자부 할 수 있다. 내가 이때까지 썼던 50편의 독후감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책은 소설이다. 어려서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위인전이나 일대기를 많이 읽어 보았지만 너무나도 위대하고 도덕적인 위인들의 삶만을 담은 책들을 여러 권 읽고 독후감을 쓰다 보면 비슷비슷한 내용이 겹쳐지기 마련이었다. 결국 다양한 캐릭터와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설책의 독후감을 많이 쓰게 됐다.
하지만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는 달랐다. 제목만 보고서는 단순한 ‘위인’ 이순신을 담은 책이라 생각했다. 책장을 한 장 두 장 넘길 때마다 이 책은 ‘위인’이 아닌 ‘사람’ 이순신을 담은 책이란 것을 느꼈다. 즉 시간의 흐름에 따른 평면적인 사건의 설명만 서술된 기존의 위인전과는 달리 사건의 소개는 물론이거니와 사건 속 이순신의 심리나 주변인들의 심리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서술했기에 이순신에 대해 입체적으로 탐구할 수 있었다.
허나 입체적인 탐구가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의 한계였다면 기존 위인전의 상위 호환에 그쳤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하면 책을 읽은 후나 도중에 이순신의 삶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왕명을 거역하면서 까지 조국을 지키려 했던 애국심,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느꼈던 외로움에 나 또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애국심을 불태웠고 두 눈을 감고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크기의 외로움을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교과서 이면에 있는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하나 둘 알아가며 때론 분노를 느끼기도 때론 연민을 느끼기도 하였다. 가장 큰 분노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찾아왔다. ‘잊혀짐’. 잊혀짐에 대한 분노가 나를 찾아왔다. 500년 전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여 나라를 지키다 떠난 구국의 영웅을 주입식 교육에 의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나 자신에게 분노했고 구국의 영웅을 단지 드라마 혹은 영화의 소재로만 기억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분노했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이때까지 이순신에 대해 시험에 나오니 마지못해 공부하고 그것마저 얼렁뚱땅 단편적인 사실만 암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교과서의 내용이 지극히 서면적이라 어쩔 수 없었다 자위를 할 수도 있지만 더 깊게 탐구하지 못한 것은 순전히 나의 과오고 불찰이라 생각 할 수밖에 없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 또한 그렇다. 최근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의 가슴에 깊게 새겨야 할 이순신 장군에게 폭발적인 관심이 쏠리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명량’ 개봉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관심이 간헐적인 것이고 영화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오히려 1700만 명이 무관심 하느니만 못하다. 즉 우리 모든 국민들이 발 벗고 나서서 이순신 장군을 기억하고 한마음으로 존경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노의 끝에서 도출할 수 있었다. 이순신, 그는 일국의 수군제독으로서 역사에 남을 만큼 찬란한 전과를 내며 전장에서는 승승장구하였지만 그 자신의 운명은 시련과 고통의 가시밭길이었다. 왕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죽음을 요구했으며 등을 맡기고 싸워야 할 장수들은 자신을 모함하고 사리사욕만을 챙겼다. 본인이 공들여 키운 해군 전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던 순간에도 오로지 나라와 백성만을 위하여 백전백승의 전과를 다시 한 번 이루어 내었다. 그러나 그도 사람이었기에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그의 마지막 승전에서 결국 왜군의 총탄에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바다를 누비며 ‘바다를 내주는 것은 조선을 내주는 것이다’라는 일념 하에 신화와 같은 인생을 산 그였지만 정작 부귀영화는 보지도 못한 채 전장에서 바스러진 그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또 여러 가지 사건으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나라에 몸 바쳐 백성들의 기둥이 되었던 이순신 장군에게 진정한 리더의 향수를 느끼는 것 역시 내가 500년도 더 된 역사적 인물에 이와 같이 복잡한 감정을 느낀 이유가 아닐까? 끝으로 당신이 그토록 지켜내고 싶어 하던 대한민국의 부산 땅에서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의 독후감을 마치며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이 지켜낸 이 땅에서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이순신 석자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당신을 잊지 않기를…….’
Chapter
- 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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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특별상(학생부 - 대상) - 주동훈 / 가야고2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 금상) - 박소희 / 부산교대 부설초4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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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대상) - 이은지 / 부산성모여고 2학년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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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부(은상) - 김수자 / <느리게 더 느리게>를 읽고
- 일반부(은상) - 안압지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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