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 <정말지 수녀의 바보 마음>을 읽고 -
혜화여자고등학교 1학년 김규리
친구를 놀릴 때, 한 가지 일 밖에 모를 때, 사랑하는 이에게 장난 칠 때 우리는 ‘바보’라는 말을 쓰고는 한다. 설령 진심이 아닐지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 ‘바보’의 마음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대체 ‘바보 마음’이란 무엇이길래 그녀가 이렇게 노력한 것일까. 사실 이런 궁금증에 이 책을 뽑아들었던 것 같다. 수녀님의 글이다 보니 하나님만을 생각하는 순수함을 바보라고 칭한다고,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가며 바보 마음은 종교와 무관한 것이며 수녀가 되기 위해 가져야하는 마음이 아니라 진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가져야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사랑을 주는 것에 서투르고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세상에서, ‘어리석도록 용서하고 어리석도록 사랑하는 바보 마음’을 가지며 아이들과 함께했던 날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녀가 멕시코의 가난한 소녀들을 최고의 시설에서 최고의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으로 헌신했던 그 날들의.
글귀 뿐 아니라 속지마저 아름다운 이 책은 ‘고통스럽지 않은 날은 사랑하지 않는 날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두 페이지라는 짧은 면에 기록된 이 글은, 처음에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며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조금의 고민도 없이 처음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더 읽었던, 그런 글이었다. 갈수록 험해지는 세상에 개개인이 받는 고통의 양은 늘고, 크기는 커져간다. 고통이 없다면 성공도 없다는 말을 되새기며 극복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쉽지는 않다. 최근 필자에게 닥친 작은 고통 역시 마찬가지이다. 빨리 털고 일어나야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일어나야하는 이유도 알지만 안다고 해서 벌떡 일어날 수 있다면 고통을 고통이라 칭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살짝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마음에 북극성처럼 가슴에 박힌 글,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처럼 / 하루도 즐겁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이만하면 충분히 공평한 삶입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 부분을 읽고 살짝 의아해했었다. 아픈 날이라면 즐겁지 않다고 해야 하지 않나, 라고.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곰곰이 생각해보자 고통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행복의 감정들이 여기있다고, 여기있다고 손짓하는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아버지와 더 이상 이 집에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행복. 아버지는 아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이 집이 행복. 흔들리는 마음에 떨어지는 성적에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행복.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이 마음이, 이 순간이, 행복.
그렇다. 울퉁불퉁한 돌 뿐인 이 길을 지나면서도 들꽃은 분명히 존재했던 것이다. 다만 앞만 보고 갔기 때문에 그 꽃을 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도 달콤하게 풍겨오는 그 향기에 고개를 숙여보니 살랑살랑 아직도 손 흔드는 그 꽃이 너무나 고맙다.
돌밭을 걸으며 딱딱해진 내 발은 그 다음 돌밭에서는 좀 더 편안히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더 험한 돌밭과 마주한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앞만 보지 않고 밑도 내려다보면서 걸을 수 있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작은 행복들이 참사랑이 되어 마음에 스며들고 도착지로 향하는 길을 인도하여 줄 것이다. 고통스러운 날 하루하루는 모두 사랑스러운 나날들이다.
어두움 가운데에서 숨 쉬고 있는 나에게 곧 새벽이 온다는 것을 믿을 수 있게 해준 이 책과의 만남에 행복을 느낀다. 힘들고 아프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며, 하나님을 생각하며 이겨낸 정말지 수녀님을 생각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랑의 힘으로 오늘도 나아가보련다.
Chapter
- 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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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특별상(학생부 - 대상) - 주동훈 / 가야고2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 금상) - 박소희 / 부산교대 부설초4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저자특별상(학생부 - 은상) - 강지운 / 목포초 5학년 <이순신, 조선의 바다를 지켜라>를 읽고
- 일반부(대상) - 배가브리엘 / <너무 애쓰지 말아요>를 읽고
- 학생부(대상) - 이은지 / 부산성모여고 2학년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말들>
- 일반부(금상) - 전예지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를 읽고
- 일반부(금상) - 정지홍 /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고
- 학생부(금상) - 김규리 / 혜화여고 1학년 <정말지 수녀의 바보 마음>을 읽고
- 학생부(금상) - 정소민 / 금곡고 2학년 <광인 수술 보고서>를 읽고
- 일반부(은상) - 김수자 / <느리게 더 느리게>를 읽고
- 일반부(은상) - 안압지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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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은상) - 서여리 / 경혜여고 1학년 <광인 수술 보고서>를 읽고
- 학생부(은상) - 장서영 / 부산국제고 2학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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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부(동상) - 김서영 /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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