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모두를 위한 수술 - <광인 수술 보고서>를 읽고 -
경혜여자고등학교 1학년 서여리
광인은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른 사람이다. 하지만 여기서 물음이 생긴다. 보통 사람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보통 사람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은 또 무엇이며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또 무엇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이 잔인하고 이기적인 행동들을 한다면 그것과 정반대인 순수하고 이타적이고 깨끗한 사람들이 광인이 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것이며 말과 행동이 다른 광인으로 정의된다. 이연희가 개가 된 것은 일차적으로 반 아이들과의 단절이 왔음을 드러낸다. 그 단절의 이유도 딱히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냥’ 일 뿐이다. 거의 강제적이기도 한 사육을 당하는 것처럼 이연희는 개처럼 짖기도 하고 개 사료를 먹기도 했다. 일방적이었기에 이연희는 더욱 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고 말보다는 개처럼 짖기밖에 할 수 없었다. 대화를 꺼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더 스스로를 숨기게 되고 위축되고 움츠러들었다. 그러면서 이연희는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게 되고 저항보다는 더 이상 미치게 되지 않을 정도로만 살아갔다.
자신에게 빈혈 증상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연희는 혈액형이 O형이라고 하면서 아무도 자신의 피를 수혈받고 싶지 않을 것이라 했다. 자신의 피를 수혈받으면 지독한 곱슬머리가 되거나 광인이 되어 결국 친구들 앞에서 개 짖는 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그리고는 광인 수술 도중 이연희는 몸 속에 피를 빼내 깊숙이 스며들었던 상처를 치료하고 뇌를 닦아낸다고 느끼는 것으로 그간의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찾고 ‘이연희’ 라는 존재를 되찾게 된다. 자신 안의 탁하게 고여 뱅뱅 돌기만 하던 피 대신 새로운 피로 정화의 과정을 갖는 것이다. 수술 도중의 여러 생각들과 언뜻언뜻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기억들로 과거의 이연희에서 앞으로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하게 된 이연희로 말이다. 수술 막바지에서 이연희는 초록 스웨터의 털뭉치가 붉어졌다고 인식하게 된다. 초록색이 붉어졌다는 것에 나는 이연희가 아주 미약하게나마 잠깐은 삶에 대한 희망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무난함을 주는 초록색같은 이전의 삶에서, 광인 수술을 받은 후 이연희는 조금의 열정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강제적인 단절에 수그리고만 있던 이연희가 수술대에서 몸을 휘감고 있던 핏줄을 끊어냄으로써 완전한 자기 자신과 주인의식을 되찾게 된다는 것이다.
내 것과 고유한 나에 대한 것을 그대로 내비추고 드러내어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이 주인의식이다. 우리는 나의 주인은 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맞추거나 가끔 배려라는 이름으로 눈치를 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의지가 담긴 행동이나 말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된다면 어떡하나, 하며 지레 겁을 먹는다. 하지만 전에 말했듯이 우리의 주인은 우리다. 나 자신을 그대로 인식하고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보여주어야 한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자면, 학급 회의에서 한 안건에 대한 대부분의 생각이 나와 다를 때, 곧바로 입을 다물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너무 맞추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또한 우리에게 이 주인의식이라는 것을 되찾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나로써 살아 온 그 오랜 시간을 돌이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더욱 이연희와 같이 광인 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이연희의 환상이 섞여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술 과정이었만 이것들은 모두 추상적으로 반 친구들의 개였던 과거의 자신에게서 탈피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이연희는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이 수술은 어떤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거지요?’, ‘누가 광인이고 누가 정상인이라는 걸까요?’, ‘수술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나를 보며 즐거워하던 우리 반 아이들이 아닌가요?’. 나는 사람들을 광인과 정상인의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닥쳐온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변하는 것만 다를 뿐 광인과 정상인 모두 결국에는 다 똑같은 사람이다. 그저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나누어지는 것 뿐이다. 하지만 다 똑같은 사람이라고 해서 이연희에게 개처럼 짖어라, 사료를 먹어라, 라는 강압적인 단절을 요구한 이들은 다르다. 그들은 광인과 정상인의 범주에 속할 수 없는 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연희의 질문들 중 다른 것들에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도대체 이 수술은 어떤 사람이 받아야 하는 거지요?’ 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인 수술은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들어 버린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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