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3035

성년의 길목에서 참스승과의 만남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탁지은

‘딸아! 드디어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었구나... 네가 날갯짓을 시작하는 그 날 귀감이 될 책 한 권을 선물한다. 다시 한 번 성년이 된 걸 축하한다. - 엄마, 아빠가 씀’ 작년 5월 성년의 날을 맞이한 나에게 부모님은 장미꽃과 향수대신 책 한 권을 선물해주셨다. “이순신, 신은 준비를 마쳤나이다......?” 이미 내 품에 들어온 책의 제목을 보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필 성년이 된 날 장미꽃과 향수가 아닌 책을 받아서 억울해서라기보다 이 책 제목이 주는 장엄함이 내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어렵사리 이 책을 접했을 때도 저자만큼 이순신의 생애에 완전히 매료되지 못했다. 나라를 구한 성웅, 충무공의 희생과 신념이 아직 몸만 성숙한 나에게 와 닿을 리가 없었다. 이순신에 대한 저자의 존경심쯤으로 이해하고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어버렸다. 그렇게 이 책은 한동안 내 책장 어디쯤에 있는 ‘위인전 이순신’옆에 꽂혀 케케묵은 먼지를 나란히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 후 올해 초, 내 삶에 흔적만 남겼을 수도 있었던 이 책을 다시 접하게 되었다. 이 책과 거리를 둔 1년 동안 나는 언론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22살의 치기어린 각오로는 내 꿈을 실현할 수 없었다. ‘언론’이라는 강직한 직업을 가지기에 나는 아직 한참 모자랐다. 행동지침이 될 만한 신념도, 언론관도 없이 허무한 생활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라 보석 같은 이 책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이 책[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을 읽었을 때 충무공의 삶에 빨려들게 되었다. 그분의 일생 속에서 보여 준 신념과 행동이 언론인이 가져야 하는 정언명령 같은 것과 맞닿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풀어낸 율곡 이이와 충무공의 일화는 그 분의 삶에 더욱이 집중하게 했다. 율곡이 이조판서로 있었을 때 유성룡을 통해 이순신을 만나고자했다. 하지만 “나와 율곡이 같은 집안이라 서로 만나보는 것은 좋지만 그가 인사 책임자인 전상의 자리에 있는 동안은 옳지 못한 일이오.”라고 하며 끝내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직위를 탐내지 않고 오로지 결백한 마음 하나로 살아가려고 한 그 분의 모습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 분의 행동과 대비해 작년까지 정권과 결탁해 언론사의 요직을 차지해 사회혼란을 일으킨 언론인들이 떠올랐다. 그 분의 청렴결백함은 곧 그 분의 자존심이었다. 정권과 결탁한 언론인들이 그 분이 살았던 난세에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면 반드시 그 분이 꾸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꾸짖음을 내릴 청렴결백한 지도자조차 드문 것 같다. 그 분의 결백함은 자존심이고 곧 선(善)을 지향하는 자세였다. 우리 지도자들과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충무공의 자세를 귀감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저자는 충무공의 삶에서 참된 공직자의 덕목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설명하는 충무공의 삶 속에서 애국심과 애민정신이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충무공은 싸움을 할 때 적선을 남김없이 다 파괴하면 궁지에 빠진 적들이 혹시 우리 백성을 해칠까봐 한 척은 남겨 두었다고 한다. 이렇듯 그 분의 애민정신은 남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그 이상이었다. 단순히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을 넘어 지도자로서 백성을 품고 위하는 그 애민정신은 공직자 뿐 아니라 현대 사회 모든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가치를 우선위로 두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물론 언론인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언젠가 기자가 된 대학 선배에게 ‘언론인은 높은 자리에서 어깨를 으쓱이기보다 낮은 자리에서부터 세상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선배가 내 머릿속에 그려준 언론인의 모습은 바로 그 분의 애민정신과 상통했다. 내가 언론인을 꿈꾸게 된 계기도 바로 이 애민정신에 있었다. 어깨를 으쓱이기보다 낮은 곳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나를 통해 세상에 알려주고 싶었다. 충무공은 언론인은 아니었지만 그의 삶 속에서 내 꿈을 다시 한 번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한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신은 그 분을 아주 높이 평가하셨을 것이다. 그 분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무서운 복원력을 가졌다. 원균이 지휘한 칠천량전투에서 수군이 거의 전멸하고 배는 겨우 12척이 남았다. 하지만 그 분은 절망하지 않고 패잔병을 긁어모아 12척 배로 133의 왜군을 물리쳤다. 이 전투가 세계수군 역사상 이례가 없는 명량대첩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서 그 분을 묘사하는데 ‘용감’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조차 죄송스러웠다. ‘그 어떤 단어로 그 분의 기세와 당당함을 표현할 수 있을까......’ 연전연승을 거듭하면서도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을 외치며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되새기는 그분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보았다. 그 분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의 애민하는 마음과 용감하고 결백한 모습은 내 가슴을 다시 한 번 뜨겁게 했다. 이 책을 탐독한 것은 ‘내가 왜 언론인이 되어야 하는지’ 혹은 ‘왜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 ‘어떤 언론인이 되어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녹록치는 않을 것이다. 물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10년 이상 노력한 끝에 미관말직이나마 관직에 나갔던 그 분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고도 난세와 온갖 시기 질투를 극복하고 성웅이 된 그 분을 떠올릴 것이다. 

 

저자는 충무공 이순신을 역사의 바다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참스승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 분을 참스승으로 모시고 싶다. 책 속에서 만난 스승과 제자의 물음과 대답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스승을 만나게 해준 저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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