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3034

학교2013을 읽고

 

                                                                                              부산국제고등학교 1학년 7반 장서영

 

“지금 나이 때가 제일 재밌을 때다. 학창시절이 제일 좋은 때지.” 어른들은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속은 큰 목소리로 울부짖는다. “좋을 때요? 지금이 좋을 때면 전 어떤 행복을 상상하며 공부해야 하죠? 눈 감았다 뜨면 시험 기간, 시험 한 달 전부터 하고 싶은 거 다 참고 공부만 하고, 수업시간에 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점수화되고, 그 점수가 내 등급 되고, 그 등급으로 대학교 가고. 제가 무슨 한우에요? A+이면 서울대 가고, A면 연고대 가고 그런건가요?” 정말 그런건가요?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를 왜 등급으로 나누는지, 왜 점수 한 점, 두 점 차이로 갈라지는 등수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는지, 왜 대학 이름으로 사람을 평가하는지, 그리고 그 대학이라는 곳이 3년의 행복과 자유를 포기한 삶만큼 가치가 있는 곳인지 누군가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고개를 끄덕일만한 대답을 해줄 수 없을 것 같아 슬프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쳤다. 혹시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다. 이 책에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와 같은 질문을 하는 친구들은 있었다. 학교가 매기는 등수에서 그 친구들은 각기 다른 ‘위치’에 있지만, 마음만큼은 똑같았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말은 내 가슴을 크게 울렸다. 학교, 우리에게 학교란 도대체 무엇일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면서요. 선생님, 저도 지금 그냥 흔들리고 있는 거죠?” 책 속의 민기의 말이 내 가슴을 울린다. 나도 민기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아무리 문제를 풀어도 어렵기만 한 수학, 내 마음대로 오르지 않는 점수, 공부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다잡아지지 않는 마음, 이 모든 것들이 나를 꽉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나를 비롯한 내 친구들, 그리고 전국에 있는 많은 고등학생들이 이 기분에 공감할 것이다. 가끔 나는 다른 나라에 사는 내 또래 아이들이 너무 부러워질 때가 있다. 3시 쯤 학교를 마치고 친구들과 공을 차고 놀다가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늦어도 10시 쯤 잠에 드는 그 아이들은, 밤 11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도 숙제 하랴, 인터넷 강의 들으랴 1시가 되서야 잠에 들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다가 1시에 자고 다시 새벽 6시에 일어나는 매일매일이 너무 고단하게 느껴질 때는 딱 일주일이라도 그 아이들과 바꿔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하지만 내가 처한 이 현실은, 내가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라는 현실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흔들린다. 이 흔들림 끝에 ‘나’라는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해피엔딩을 위해서 현재는 포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 지금 이순간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억눌렸던 나의 감정들과 행복은 언제 오는 걸까. 그 순간이 오기나 하는 걸까.’ 하경은 지금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3년만 참아라, 이 3년이 평생을 좌우한다.’, 고등학생이 되어서 들은 첫 번째 말이고, 가장 자주 들은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참아야 한단 말인가. 그렇게 모든 걸 참은 3년은 도대체 어떤 것이 보상해줄 수 있을까. 다시 오지 않을 3년이기에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3년이기에, 그 3년은 인생에서 가장 젊고 파릇한 청춘의 시기이기에, 그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이렇게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보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밉고 안타깝다. 

 

“축구 아니면 너 밖에 없었는데, 너라도 내 곁에 있었어야지.” 남순을 향해 울부짖는 흥수의 외침이 내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힘들다는 말 하나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고등학교 시기의 유일한 재미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랑 노는 건 정말 재밌다. 친구들이랑 놀며 웃다 보면 내가 지금 교복을 입은 수감자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이 맞나 싶다. 하지만 이 친구들도 시험기간이 되면 모두가 경쟁자가 된다. 서로 무슨 문제집을 푸는지 숨기고, 친구 몰래 인터넷 강의를 듣고, 기숙사 불이 꺼지면 룸메이트 몰래 방에서 나가 화장실에서 공부를 한다. 가족도 모르는 비밀을 공유하던 친구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원 이름은 말하지 않는 이 현실이 나를 씁쓸하게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12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우리가 12년 동안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꼭 배워야 할 과목들을 공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향한 꿈과 진정한 우정을 키워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학교에 다닌다고 나는 생각한다. 교과목들은 학교에 오지 않아도 사이버스쿨이나 홈스쿨링 같은 방법으로 혼자 공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정과 꿈은 학교에 와야지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학교는 우리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는가. 꿈을 찾으라고, 진정한 우정을 찾으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가? 학교는 우리에게 잠깐 쉬어가며 하늘을 바라볼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희생을 강요하는 그런 학교를 원하지 않는다. 학생을 성적순으로 평가하는 학교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학교는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언젠가 우리들의 학교가 바뀐다면, 나는 학교가 지금도 안간힘을 다해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SKY 말고 진짜 하늘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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